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2899.html

“고맙다 미안하다” 빈소 벽 빼곡히 산자의 쪽지
[한겨레] 박태우 기자  등록 : 20120101 22:06
   
민주화의 사길 밝회힌 김근태
새해에도 줄이은 추모행렬 

≫ ‘김근태 추모의 벽’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64)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근태 추모의 벽’이 등장했다. 조문을 온 지인들과 시민들이 지난 31일부터 접착 메모지(포스트잇)에 김 고문을 떠나 보내는 애절한 마음을 글로 써서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1일 오후에는 장례식장 복도 양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경찰인으로 고문께 사죄” “중증환자 재생 기회 감사” “적은 돈 후원해도 늘 겸손”
해맞이 산행뒤 온 산악회 대학생·아이와 동행 386도 조문객 3만4천여명 넘어

“희망처럼 강했던 사람, 희망처럼 끈질겼던 동지, 영원히 기억되리.” (빈소 입구 벽면에 한 조문객이 남기고 간 글)

지난달 30일 별세한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빈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해가 바뀌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 고문의 빈소에는 일반인 조문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한 누리꾼이 제작해 보내온 김 고문 추모 동영상과 추모 메모들을 바라보며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까지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모두 3만4천여명에 이른다고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밝혔다.

빈소 입구 양쪽 벽면은 조문객들이 남기고 간 다채로운 색깔의 메모 500여개로 가득 채워졌다. 추모객들은 민주화를 위해 투신했다가 고문으로 병을 얻어 세상을 등진 고인에게 존경과 미안함을 표했다. 모상신씨는 “당신의 뜻을 이어가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양동열 경찰개혁국민연대 대표는 “경찰인으로 김근태 고문님께 사죄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조문객은 “중증환자들에게 재생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는데, 장례위 관계자는 “고인이 2005년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중증환자 치료비의 건강보험 자부담 비율을 낮춘 것에 대한 감사로 보인다”고 전했다.

1일 오후 산악회 회원 8명과 해맞이 등산을 마치고 함께 조문을 온 정영태(51)씨는 “김 고문은 민주주의에 투신한 민주주의의 대부이자 산 증인”이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김 고문을 무척 존경하며, 짧은 생을 마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4명과 조문 온 대학생 박윤하(23)씨는 “민주화를 위해 싸운 김 고문의 지난 삶을 뒤늦게 알게 돼 추모하려고 왔다”며 “정치인의 장례식에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오는 것을 보면 김 고문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살배기 딸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빈소를 찾은 김춘용(47)씨는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를 위해 동참했던 사람으로서 김 고문의 뜻을 기리고자 왔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도 권력을 위해 휘어지는 사람도 많았는데 꿋꿋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몇 안되는 사람”이라고 김 고문을 추억했다.

민주통합당 이인영·임종석 전 의원, 이해찬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은 김 고문 별세 당일부터 이날까지 유족과 함께 조문객을 맞았다. 지난달 31일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빈소를 찾았고, 이날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등이 조문했다.

2일 오후 5시에는 김 고문의 추모미사가, 오후 7시에는 추모문화제가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과 광주 와이엠씨에이(YMCA) 무진관에서 열린다. 김 고문의 영결식은 3일 오전 8시30분 명동성당 본당에서 치러지며, 이후 운구행렬은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노제를 지낸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추모공원으로 떠날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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