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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조문 부추겨” “BBK 왜곡해” 국정원의 MBC 사찰 폭로
2010년 원세훈 원장 지시로 작성, “친북좌파” “좌파 일소” 언론인 성향 분류… MBC 피해자들 “황당하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09월 20일 수요일

2010년 MB정부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지시로 작성됐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당시 국정원이 자사 직원들을 사찰한 정황을 추가 공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내용을 추가 취재한 뒤 피해자들 입장을 받아 20일자 총파업 특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MBC 언론인 성향을 분류한 뒤 ‘친북좌파’ ‘공정방송 의심’ ‘친노조’ 등으로 평가해놨다.

국정원은 2010년 당시 윤영욱 6·2 지방선거방송기획단장 등에 대해 “4대강 꼼수라고 발언하는 등 좌파 인사. 선기단장을 하며 박성제·유상하 등 극렬 노조원을 선기단원으로 발탁. 공정방송 의심된다”고 밝혔다.  

▲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내용을 추가 취재한 뒤 피해자들 입장을 받아 20일자 총파업 특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MBC 언론인 성향을 분류한 뒤 ‘친북좌파’ ‘공정방송 의심’ ‘친노조’ 등으로 평가해놨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특보
▲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내용을 추가 취재한 뒤 피해자들 입장을 받아 20일자 총파업 특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MBC 언론인 성향을 분류한 뒤 ‘친북좌파’ ‘공정방송 의심’ ‘친노조’ 등으로 평가해놨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특보

특보에 따르면 이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좌파 성향, 이념 편향이라는 국정원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을 위한 것이지 성향 반영해 구성원을 선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 전 단장은 “그 당시 동료들에게도 그렇게 평가받지 않았다”며 “자의적, 악의적, 정파적 해석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6·2 지방선거방송기획단 일원이었던 유상하 MBC 기자는 “내가 조합원이라는 사실과 선거 방송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선거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특정 정파나 정당에 유리하게 할 수 없는 구조다. 노조를 폄하하기 위해 ‘극렬 노조원’이란 단어를 넣은 것 자체가 어이없다”고 말했다.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박성제 MBC 해직 기자도 “김재철과 백종문이 나를 노조 배후라고 이야기해왔는데 누군가 국정원에 그런 정보를 흘려줬던 것”이라며 “해고 뒤 한 케이블 방송사가 내게 기자들 교육을 요청했다가 ‘윗사람들의 지시’라며 취소한 적도 있다. 그것도 국정원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2010년 당시 정일윤 진주 MBC 사장에 대해선 “노무현 조문 부추기고 미디어법 파업 독려”라고 써놨다. 이에 대해 정 전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에서 취재 인력이 많이 와 있어서 격려한 것인데 부추겼다고 보고한 모양이다. 파업도 미디어법이 잘못된 법이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반대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사장은 또 “이후 실제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꼈고 관련 블랙리스트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며 “다른 지역 MBC 사장들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그만두면서 다들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내용을 추가 취재한 뒤 피해자들 입장을 받아 20일자 총파업 특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MBC 언론인 성향을 분류한 뒤 ‘친북좌파’ ‘공정방송 의심’ ‘친노조’ 등으로 평가해놨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특보
▲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내용을 추가 취재한 뒤 피해자들 입장을 받아 20일자 총파업 특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MBC 언론인 성향을 분류한 뒤 ‘친북좌파’ ‘공정방송 의심’ ‘친노조’ 등으로 평가해놨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특보

국정원은 2010년 대전 MBC 사장이었던 유기철 현 방문진 구야권 이사에 대해 “2007년 대선 당시 ‘2580’ BBK 왜곡 주도”라고 평해놨다. 

이에 유 이사는 “이명박 정부 초기 MBC를 오래 출입하던 국정원 정보관이 바뀌었다”며 “새로 온 정보관이 MBC에 대해 잘 모르니 일률적인 기준을 들이대거나 음해성 정보들을 취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당시 전라도 출신, ‘좌빨’이라고 분류됐다고 들었다”며 “짐작했던 것들이 공식적으로 문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2010년 당시 이우호 MBC 논설위원에 대해서는 “6·25 남침유도설 언급 등 친북 좌파”라고 분석했다. 이 전 위원은 “날조다. 비슷한 말을 한 적도 없다”며 “당시 경영진 어느 누구도 논설 내용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은 “나중에 들으니 당시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김우룡 이사장이 ‘MBC 논설위원들 이상하다’고 했다더라”며 “내부에서 국정원에 정보를 전달하는 자들이 있었던 거다. MBC 적폐 청산에 내부 협력자 정리를 우선 순위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에 대해 “CIA가 미국 언론인들 사찰하느냐”며 “국격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2010년 당시 김정수 라디오 본부장에 대해 “친노조, 대통령 라디오 연설 공공연히 반대”라고 썼다. 이에 김 전 본부장은 “당시 MB가 ‘공영방송 라디오에 연설하겠다’고 해서 ‘KBS면 됐지 MBC까지 할 필요 있나’하고 반대하긴 했다”며 “합리와 상식의 기준에서 결정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친노조라서 그런 게 아닌데 (국정원이)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며 “그 이후 원주 MBC 사장 임기 3년을 마치지 못하고 1년 만에 미술센터로 이동해야 했는데 그 영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BC 시사 프로그램 작가에 대한 사찰도 이뤄졌다. 2010년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김현정 작가에 대해 국정원은 “김현정 등 좌편향 프로그램 작가 같은 좌파 인물 일소”라고 평했다. 김 작가는 “굳이 나 같은 프리랜서 작가까지 관리해야 하느냐”며 “작가로서 기자·PD들이 기획한대로 맞춰 일한 것뿐인데 황당하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그 당시 쓰고 싶은 내용을 못 쓴 건 없었다”며 “외압이 있었겠지만 PD들이 알아서 다 막아줬을 것”이라며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래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사퇴한 지 일주일여 만인 2010년 2월16일 ‘MBC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추진’을 지시했고 국정원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해 3월2일 보고했다. 사진=연합뉴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사퇴한 지 일주일여 만인 2010년 2월16일 ‘MBC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추진’을 지시했고 국정원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해 3월2일 보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일 오전 ‘국정원 MBC 장악 문건 폭로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문건이 작성될 당시(2010년 3월 무렵) MBC를 담당하며 정보를 캐고 사찰하던 국정원 정보관은 2명”이라며 “이들이 국정원 문건을 기안하고 최초 자료를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 가운데 한 명이 문재인 정부의 서훈 국정원장이 취임한 최근 1급 고위직인 국정원 핵심 요직에 발탁됐다”며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 발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이 상황에서 방송 장악의 흑막을 밝힐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은 2010년 MBC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추진하라는 원세훈 전 원장 지시로 그해 3월 작성됐다. 국정원은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퇴출할 각 지역 MBC 사장과 간부의 성향, 과거 행적 등을 담은 명단을 작성했으며 노조와 야권 우호적 성향의 국장급 간부 교체, ‘정치투쟁’·‘편파방송’ 전력자에 대한 문책 인사 확대 시행 등을 주문했다. 

아울러 문건에서 국정원은 노조의 보도·인사권 관여를 저지하기 위해 단체협약 개정을 주문했고, ‘파업·업무방해 행위’에 대한 조합원 엄중 징계와 사법처리를 통한 영구 퇴출 시나리오를 기획하는 등 정부 차원의 방송 장악 실체가 이번 문건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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