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르노삼성차, 사내에서 민중가요 틀었다고 징계하나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2-01-13 15:44:46 l 수정 2012-01-13 16:28:32

르노 삼성차
르노삼성차 인력개발팀이 사내에서 민중가요를 틀은 이모(40)씨에게 사규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다며 보내온 문서 ⓒ민중의소리

르노삼성자동차에서 한 노동자가 민중가요를 틀었다가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 르노삼성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근무하는 이모(40, 97년 입사)씨는 최근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이씨는 지난 5일 34명이 근무하는 공정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늙은 군인의 노래' 등의 노래가 담겨있는 음악을 틀었다가 사내 조사까지 받았다.

이씨는 이날 상황과 관련 "점심을 먹고 음악을 틀자마자 지도원(조장)이 와서 '노동가요를 틀면 내 입장이 곤란해진다'고 말해 "뽕짝이나 팝송을 듣든 민중가요를 듣든 그것은 내가 판단할 문제지 통제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하고 노래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후 담당 과장과 팀장이 오고 면담이 시작됐다. 해당 과장은 "노동가요는 작업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 관리자로서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노래를 꺼달라"고 전달했다. 면담이 끝나고 나서 이씨가 자신의 라인으로 돌아가니 노래는 이미 꺼져 있었고 이씨도 노래를 다시 틀지 않았다.

이후 이 사건은 끝난 듯 했지만 돌연 회사 인력개발팀에서 '근무시간 중 작업장 내에서 무단으로 노동가를 방송한 행위와 관련 조사할 게 있다'고 연락을 해오면서 징계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씨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에서 라디오나 음악을 청취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09년께였다.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부터 4년간 사측에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줄기차게 요구했고, 회사측은 2009년부터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스스로 라디오를 마련, 공장 안에 갖다놓고 노래를 들으며 작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노동자들을 대하는 사측의 태도가 경직되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난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전단지를 배포하던 노동자들이 징계를 당한 일이 있다"며 "법으로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도 징계를 하는 등 회사가 노동자들을 엄격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도 10일 인력개발팀 회의실에서 1시간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회사측은 이씨에게 '배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측은 저더러 누가 시켜서 민중가요를 틀었는지 물어보더라"며 "제가 듣고 싶어 노래를 들었을 뿐 누가 시켜서 들은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회사측은 '불륨 크기, 노래를 몇 명이 들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또 상사의 지시를 불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도 물어봤고, 이씨는 "조장이 노래를 틀면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하길래 '민중가요를 듣는 것은 제 자유 아니냐'고 말했을 뿐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회사가 이야기하는 것은 가사가 파업할 때 듣는 노래로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작업에 방해되는 노래라고 하는데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와 같은 노래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최근에 대우차, 현대차에 견학을 갔을 때 노동자들이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면서 근무를 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10여년 전 삼성 시절에는 두발규제에 귀걸이도 착용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청바지를 입고 출퇴근을 못하게 했는데 그때 관리자들이 여전히 남아 사사건건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르노삼성차에서는 징계 여부에 대해 확정을 내리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개발팀의 한 관계자는 "인사측면에서 들을 내용이 있어 이씨를 조사했을 뿐 현재로선 후속조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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