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48492


싱가포르서 추방당한 KBS 기자들의 해명이 놀라운 까닭

[하성태의 사이드뷰] 자사 대국민사과 해명에 나선 <저널리즘 토크쇼 J>

하성태(woodyh) 18.06.25 19:18 최종업데이트 18.06.25 19:18 


 지난 9일 대국민 사과에 나선 KBS < 9뉴스>.

▲지난 9일 대국민 사과에 나선 KBS < 9뉴스>.ⓒ KBS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관련 취재를 하던 KBS 취재진 2명이 현지 북한 대사관저를 무단 출입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KBS는 현지 경찰과 사법당국의 판단을 존중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의욕이 앞서 취재 과정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지난 9일 KBS <9뉴스>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서 북한 대사관저를 취재하던 KBS 기자가 북측의 신고로 싱가포르 현지 경찰에 인계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나친 취재 의욕으로 혹시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취재진은)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또 "싱가포르는 우리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며 대단히 엄격한 공권력이 행사되는 곳"이라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최대한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겠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멘트까지 덧붙였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당연지사. 기자들의 소속이 알려진 직후 'KBS의 섣부른 판단 착오'라는 비난부터 '북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쏟아졌다. '특종을 취하려다 국가적 망신을 당한 기레기'라는 독한 비난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KBS의 본격적인 '해명'이 나왔다. 24일 방송된 KBS 1TV 교양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통해서다. 이날 방송에서 당시 싱가포르 현지 취재를 총괄했던 KBS 임장원 국제주간은 시종일관 쩔쩔맸다. 그건 싱가포르 당국으로부터 공영방송 기자가 '추방' 당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대국민 사과, 그리고 해명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한 장면.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한 장면.ⓒ KBS


임 주간이 설명한 상황을 재구성하면 간단하다.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하러 간 KBS 기자들이 북한 대사관 관저로 추측되는 건물의 초인종을 눌렀다. KBS 기자임을 밝혔고, 취재 차 현관 문 안까지 들어갔다. 직후 대사관 직원이 놀라 싱가포르 경찰에 전화를 했고, KBS 기자들은 결국 경찰에 인계된 뒤 추방 당했다.   


"기자들은 정보에 더 목마르기 마련이고, 단순한 취재, 특종 욕심이라기보다도 이런 시도를 끝까지 해야 되는 게 기자입장에서는 본능이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던 거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있다. 기자 윤리라기보다, 취재 행위에 있어서 어떤 경계를 오고갈 때, 의도를 뛰어 넘는 결과를 가져오는 예는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종종 역사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KBS의 취재 행위를 적극 옹호한 독일 ARD 안톤 슐츠 기자의 말마따나, 세상을 바꾼 기사들은 그 경계를 넘어선 행위들로부터 비롯되기도 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날 패널들이 지적한 그대로 KBS의 이러한 취재행위는 '국익'이 아닌 KBS의 '사익'에 부합하는 보도를 위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열띤 취재 열기 속에서 다른 '그림', 다른 '보도'를 하기 위한 욕심이 우선된 행태였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기자 개인이 싱가포르 상황을 몰랐다고 한들, 취재를 적극 거부하는 혹은 취재에 익숙지 않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멘트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보도 행위일 것인가. "기자 개인의 판단"이었다고 둘러댄 임 주간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쩔쩔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이날 앞서 방송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의 인터뷰도 아쉬움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거 직전 KBS가 김부선씨와 한 인터뷰의 맥락이 적절치 않았다는 반성보다는 이재명 당선인의 태도 논란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였다. 대국민사과에 이은 해명 자리도 좋지만, 현재 진행형인 KBS의 어정쩡한 보도 스탠드가 여실히 드러난 꼭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은 KBS가 이러한 해명 자리를 마련했다는 그 것 자체에 있을 것이다. 대국민사과까지 한 자사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해명하고 다시금 사과하며 질책을 받으려 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그 자세 말이다. 그러한 결단만으로도 어떤 공영방송 KBS의 변화의 지점을 엿보게 한다고나 할까.  


4년 만에 세월호 유족들을 품에 안은 KBS 


"어제 액자를 설치하러 (KBS에) 왔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때 아이들을 안고 왔을 때는 문전박대 당했었잖아요. 그때는 참 마음 아프고 슬펐었는데, 이렇게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할 수 있으리라고는 그때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4년이란 시간이 그냥 흐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KBS내 상황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 '김비서' 계정은 이런 글과 함께 지난 21일부터 KBS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추모전시회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고 정차웅 군의 어머니 김연실씨의 소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낳는 데 일조했던 KBS가 세월호 유족들을 KBS 앞마당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최원정 아나운서를 세월호 유족이 안았다. 


4년 만에 확 바뀐 미디어 환경을, 공영방송의 오늘을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자사 비판 방송 역시 그러한 오늘이 가져다 준 변화일 것이다. 노조원들의 오랜 파업과 더불어 시민들이 바꾸어준 KBS의 오늘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KBS의 '싱가포르 추방'과 같은 낯뜨거운 실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앞서 MBC는 먼저 세월호 참사 오보와 방송참사를 반성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MBC의 부활과 신뢰성 회복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KBS는 과연 파업의 과정에서 그토록 염원했던 10여 년 전 '신뢰도 1위'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세월호 유족의 소감을 전한 페이스북 계정 '김비서'가 게재한 아래와 같은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공영방송 KBS의 대국민 사과가 아닌 빠른 신뢰회복이 가능할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세월호 어머님들이 KBS를 안아주셨습니다. KBS 화이팅도 외쳐주셨습니다.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우리가 벌써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반성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2014년의 세월호와 KBS를 둘러싼 아직 규명되지 못한 이야기들 밝혀내고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할 일을 계속해서 하겠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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