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자랑한 ‘해외 인턴십’, 청년들 대출 받아야 간다
[하니Only] 박수진 기자  등록 : 20120119 15:46 | 수정 : 20120119 17:10
   
[정보공개청구 캠페인] 교과부 ‘웨스트 프로그램’ 참가자 대출여부
한미 정상회담 ‘결실’이라더니…참가자 애초 계획의 10분의 1
참가자 38%, 어학연수 비용등 2천만원 학자금 대출로 충당

“지난 연말, 저는 새해 청년 일자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니 정부가 앞장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모든 부처가 함께 노력해서 우선 7만 개의 청년 인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국제경험을 갖게 해줄 연수와 취업 프로그램인 글로벌 청년리더, 미국에서 18개월 동안 일하면서 배우는 웨스트(WEST) 사업도 시작됩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세심하게 배려했습니다.… 진정한 청년 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담대한 도전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월2일.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4대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면서 ‘웨스트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웨스트 프로그램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정부 운영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최장 18개월 동안 머물며 어학 연수(5개월), 인턴 취업(12개월), 여행(1개월)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조시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뒤 내놓은 ‘결실’로 애초 이 계획을 발표할 때 정부는 첫 해 2300명을 시작으로 연간 최대 5천명까지 참가 학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운영해 온 ‘취업+관광’을 묶은 넉달짜리 프로그램에 견줘 어학연수 기회가 추가되고, 인턴 취업 기간도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며 “세계에서 한국을 첫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장점을 강조했다. 김은혜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도 “획기적인 영어 연수 취업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참가 인원 수는 연간 5천명에서 연간 400여명으로 줄었다. 1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2009년 3월 미국으로 출발한 1기 참가자가 182명이었고, 2009년 하반기에 출발한 2기 참가자도 158명으로 첫해에는 340명이 참가했다. 2010년에는 377명, 2011년에는 378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애초 계획인 연간 5천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유는 사업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예산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는 청년들이 인턴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1·2기 학생들의 경우 미국 기업에 유급 인턴으로 취업한 학생은 3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국기업에 취업했다.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도 9%에 달했다. 이 부분은 결국 감사원 특정감사를 통해 “취지에 맞지 않고, 운영이 미흡하다”고 지적받았다.

최보영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인턴지원단 부단장은 이에 따라 “미국 기업에 생활 가능한 급여를 받고 인턴으로 취업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미국 현실을 감안해 ‘무급인턴’을 하는 경우 생활비를 정부가 일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단장은 “프로그램이 ‘예산 사업’으로 바뀌다보니 예산에 한계가 있어서 규모도 작아지게 됐다”며 “그러나, 해외 경험을 살린다는 취지에 맞게 제도를 운영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프로그램 성격이 바뀜에 따라 현재 인턴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미국 기업에 취업해 인턴생활을 하고 있지만, 무급 혹은 350달러(한화 약 4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출국해 지금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6기 160명 가운데 142명은 무급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18명만이 급여를 받고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이 142명의 무급인턴들의 생활비는 정부가 보전해주고 있다. 최나래 부단장은 “미국 학생들도 미국에서 인턴을 할 때는 보통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이들에게 예산 지원을 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미국 기업에 한국 학생이 진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해놓고, 정작 교육 예산을 털어가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웨스트 프로그램에서 계속 문제가 돼 온 것은 비용 부담이다. 웨스트 프로그램은 항공비와 인턴생활시 무급 혹은 급여가 750달러 미만일 때 생활비 110만원을 정부에서 대준다.

대신 어학연수 비용 약 8500달러(한화 약 971만원), 현지 숙식비(약 1천만원), 비자인터뷰비(약 20만원) 등 약 2천만원의 비용은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비용을 충당하기도 한다. 웨스트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다 너무 비싼 비용 때문에 신청을 포기한 대학생 최영훈(29)씨는 다른 학생들이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에 ‘교과부 글로벌인턴지원단 WEST 프로그램 1~8기 참가자 대출여부 및 대출금액’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그 결과 장학재단 대출 프로그램에 제공되지 않던 1기를 제외하고 2기~8기 참가자의 38%에 해당하는 353명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었다. 금리는 학자금대출의 일반상환학자금과 같다. 지난해는 4.9%의 금리로 학생들이 어학연수비용도 대출하고 있었다.

최영훈씨는 “학자금대출이긴 하지만, 이미 등록금 학자금 대출도 많이 받고 있는 처지여서 추가로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연수를 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저소득층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했다’고 했지만, 어느 부분이 세심하게 설계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나래 부단장은 “저금리인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이 기사는 정보공개캠페인에 따른 최영훈씨의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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