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개입 과욕이 외교전쟁서 상처만 남겨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입력시간 : 2012.01.21 02:33:16  수정시간 : 2012.01.22 06:04:00

■ 가나 주택사업도 무산… 박영준 자원외교 잇따라 물거품
'11조원 20만호 건설' 현지 파트너와 마찰
STX "박영준과 무관… 아직 무산 아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관여한 해외 자원 개발 등 외교적 성과가 잇따라 물거품이 되면서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전 차관이 2010년 11월 민관합동 아프리카협력사절단장으로 잠비아를 방문, 루피아 반다 대통령을 예방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원하고 국토해양부가 공식 보도자료까지 냈던 총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STX 가나 주택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일 가나비즈니스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나 정부는 최근 STX와 추진하던 20만 가구 주택 건설 사업을 STX 대신 아프리카 최대 주택개발 지원 기관인 '쉘터 아프릭'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도 '가나 정부가 STX와의 100억달러 주택 사업을 포기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통신은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STX와 가나 현지 법인 간 문제가 생긴 뒤 너무 많은 시간이 허비됐다"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대체 사업자를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이날 "가나 정부가 이미 다른 사업자와 협상을 시작한 만큼 STX가 사업을 추진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 수도 아크라를 비롯해 가나 10개 도시에 20만 가구 주택을 건설하겠다던 STX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STX와 현지 사업 파트너 사이의 자금 조달 책임을 둘러싼 법적 분쟁과 소송 등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애당초 해외 건설 경험이 없는 STX에 사업권이 넘어간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나 정부가 외교통상부에 사업 타당성을 의뢰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당시 가나를 찾았던 박 전 차관이 보고를 받은 뒤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2009년12월 보도자료를 통해 "박영준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가나를 방문해 수자원주택부 장관을 면담하고 우리나라의 주택 건설 역량을 적극 홍보한 결과 우리 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직전 1만5,000원대였던 STX 주가는 이후 한 달여 만에 1만9,000원대로 올라섰고, 기공식이 있었던 지난해 1월엔 한때 3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기공식엔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참석했다. 

한편 STX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 회사와의 법적인 문제로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가나 정부로부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어떤 통보나 연락을 받지 않은 상황이므로 사업 무산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 전 차관이 이번 사업에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STX가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이 개입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가나 주택 사업 무산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박 전 차관이 관여한 해외 자원 개발 및 외교적 성과가 잇따라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전문가의 무리한 국정 개입과 실적 부풀리기 등이 결국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 전 차관은 CNK인터내셔널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KMDC의 미얀마 해상 4개 광구 탐사 개발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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