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2080600095&code=940301
[단독]‘대법 윤리규정’ 깬 대법원장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19.02.08 06:00:09 수정 : 2019.02.08 07:26:56
대법관 ‘친족 관련 로펌’ 사건 배제
김명수, ‘예외’라며 원칙 완화 강행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에 유리
법조계 “원칙 무너뜨렸다” 비판
김명수 대법원장 | 김선수 대법관 | 조희대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정 로펌과 관계있는 대법관의 사건처리를 규제하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제8호’를 무시하거나 예외를 두고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권고의견 8호를 완화해달라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체 판단으로 예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최근 대법원 사건을 배당하는 문제와 관련, 특정 로펌에 친족이 있으면 재판부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대법원 사건 변론에 제약이 줄어든 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화우, 지평, KCL이다. 사건처리 제한이 사라진 대법관은 김선수, 노정희, 김재형, 조희대 대법관이다.
2013년 제정된 권고의견 8호는 가족이 근무하는 로펌 사건은 맡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법관의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법무법인 등에 변호사로 근무하는 경우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방법원 등 하급심에서는 해당 법관에게 사건을 배당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8월 김선수 대법관 취임 무렵 권고의견 8호를 완화해달라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 요청했다. 김 대법관 동생의 부인 조모 변호사(2촌)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속해 있어 국내 최대 로펌이 대리하는 사건에서 모두 빠져야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대법관 4명이 처리하는 소부사건에서도 김 대법관이 속한 제1부는 김앤장 사건을 받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관의 딸과 사위가 대형 로펌에 있는 점도 지적됐다.
공직자윤리위는 거듭된 회의를 거쳐 권고의견 8호를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자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징용공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재판장 권한으로 김 대법관을 참여시켰다. 이전까지 이런 상황에 있던 대법관들은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이번에 권고의견 8호를 어긴 사실과 이유를 별달리 설명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 수정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원하는 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김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건 배당 원칙을 바꾸려면 먼저 권고의견을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해놓고 아무 말도 없이 배당 원칙을 무너뜨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어떤 법관은 특정사건을 맡지 못한다고 소송법에서 정한 경우가 있다.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가까운 친족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법률용어로는 제척(除斥)이다. 해당 판사가 사건을 맡아 재판을 하면 불법이고 재심 사유다. 그 외에 법관이 스스로 사건을 맡지 않겠다는 회피와 당사자가 법관을 바꿔달라는 기피 제도가 있다.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기피하거나 회피해 재판부를 교체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사건을 맡은 로펌에 재판부의 친족이 있어도 회피나 기피가 되지 않았다. 대형 로펌에 속한 변호사가 수백명에 이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로펌은 사건 수임을 법인 이름으로 해서 담당 변호사를 정한다. 그런데도 담당 변호사만 문제 삼으니 로펌들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공정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사건을 수임한 로펌의 변호사 가운데 2촌 이내 친족이 있으면 무조건, 4촌 이내 친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맡지 말라고 했다. 2013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권고의견 8호다.
이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이를 지켜 재판부의 친족이 일하는 로펌의 사건은 맡지 않도록 했다. 하급심 법원은 재판부가 많아 다른 재판부로 사건을 재배당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하나뿐이어서 대체가 불가능했고, 문제 대법관이 빠지는 수밖에 없었다. 소부사건은 나머지 2개부로 나눠 배당했다.
이런 문제에 걸리는 대법관은 2017년까지는 2016년 취임한 김재형 대법관뿐이었다. 부인이 법무법인 KCL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제수(2촌)와 조카사위(3촌)가 각각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있는 김선수 대법관과 노정희 대법관이 취임했다. 같은 해 조희대 대법관의 딸(1촌)이 법무법인 화우에 들어가고, 법무법인 지평의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렇게 되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가을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권고의견 8호를 수정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런 사실을 언론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무렵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서두르도록 압력을 받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일본 기업을 대리했다. 김선수·노정희 대법관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가 수정에 난색을 표했고 김 대법원장은 두 대법관을 제외하지 않고 그대로 판결을 선고했다. 권고의견 8호를 무너뜨린 것이지만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김선수·노정희 두 대법관이 김앤장에 불리한 판단을 했으니 괜찮지 않으냐는 얘기만 흘러나왔다.
헌법재판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이선애 재판관이 법무법인 화우 출신이고, 이석태 재판관이 법무법인 덕수 대표였다. 두 재판관은 소송법이 정한 기피와 회피 사유에 속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신이 속했던 로펌이 가져온 사건을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건을 회피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기피 신청이 없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위헌을 주장하는 개인들은 위헌정족수가 재판관 6명으로 고정돼 있는데 굳이 재판관을 빼달라고 해 밉보일 이유가 없다. 합헌을 주장하는 국가 입장에서도 같은 국가기관끼리 재판관을 빼달라는 요구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대법원장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판사 선발을 연수원을 갓 수료한 법조인 가운데 하지 않고 일정한 경력 변호사 가운데 하고 있어 로펌과의 이해충돌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는커녕 국민적 감정이 뜨거운 사건을 이용해 슬쩍 넘어간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헌재에 대해서도 “두 재판관이 계속해서 회피를 거부한다면 과거에 속했던 로펌의 돈벌이에 도움을 주는 결과가 된다”고 법조인들은 말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 측은 “권고의견 8호를 수정하지는 않지만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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