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의 언론장악 키워드 '인사'와 '법'
김대현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2-02-02 17:18:25 l 수정 2012-02-03 09:51:17

언론노조
전국언론노조 조합원 4천여명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언론 관계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MB가 다음 권력에게 남겨준 유일한 유산은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는지 보여줬다는 점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은 '인사'와 '법'이라는 두가지 방법을 이용해 언론장악을 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이후 주요 언론사의 사장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인사들로 바뀌었고, 많은 언론인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징계를 받았다. 

인사를 통해 되지 않는 일은 법으로 해결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다수당임을 이용해 미디어법을 대리투표까지 해가며 통과시켰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게 미디어랩 법 그리고 황금채널 배정, 의무전송 등의 특혜를 주며 조중동에 힘을 실어줬다. 

방통위로 시작해 MBC까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탄생된 기구가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다. 2008년 3월 설립된 방통위는 1명의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위원장과 1명의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고, 위원 1명은 여당 나머지 2명은 야당에서 추천한다. 따라서 여당 인사는 3명 야당인사는 2명이 될 수밖에 없어 어떠한 의사결정이든 표결에 붙치면 여당쪽의 의사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하에 최시중 위원장을 중심으로 방통위는 각 언론사 사장교체의 직,간접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방통위가 방송사에 대해 평가와 규제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됐다. 방통위는 YTN과 MBC에서는 간접적으로, KBS는 직접적인 실력행사를 통해 방송사 사장을 교체하는 데 선두에 섰다.

MB정권 이후 가장 먼저 사장이 바뀐 곳은 YTN이다. 2008년 7월 이명박 대선캠프의 언론특보를 맡았던 구본홍 씨가 조합원들이 들어오지 못한 채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YTN 사장이 됐다. YTN노조는 '구본홍 내정설'이 나오기 전후 릴레이 단식 등의 투쟁으로 맞섰지만, 결국 6명의 해고와 33명이 징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같은해 12월 YTN 재승인을 보류하며 사측에 구본홍 사장 취임을 반대했던 노조원들을 징계하지 않으면 YTN을 문닫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진 KBS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경우는 방통위의 개입이 보다 노골적이었다. KBS 사장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이를 제청할 수 있는 이사회 역시 방통위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 당시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을 직접 압박했다. 그는 2008년 5월 12일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최 위원장은 "대학동창으로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이사장은 6일 후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방통위는 야당 추천 KBS 이사인 신태섭씨를 2008년 7월18일 해임했고 KBS이사회는 여당 추천 몫 이사들이 과반 이상이 됐다. 이 후 이사회는 8월 8일 정연주 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벌여온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을 중간에 취하해 1892억원의 손실을 안겼다는 이유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8월 12일 정 사장의 해임 후 KBS 사장 자리는 이병순 씨를 거쳐 2009년 11월 24일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씨에게 돌아갔다. 

MBC 역시 이와 다른지 않다. MBC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 임명권은 방통위에 있다. 방문진 역시 총 9명의 이사 중 여당 몫 이사 6명, 야당 몫 이사 3명으로 구성돼있어 여당과 방통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통위는 2009년 8월 방문진 이사장으로 종편채널 탄생의 일등공신인 김우룡 씨를 임명했다. 이후 방문진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문제 삼으며 엄기영 당시 MBC 사장에게 책임을 물었고 2010년 2월 엄 전 사장은 사퇴를 했다. 엄 사장이 사퇴하고 한달 후인 3월 방문진은 기다렸다는 듯 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씨를 MBC 사장으로 임명했다.

흔들리는 최시중
측근의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방통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양지웅 기자

사장바뀐 방송사, 인사 조치와 프로그램 폐지 강행

사장이 바뀐 각 방송사에서는 대대적인 인사 조치와 프로그램 폐지 그리고 내부 아이템 검열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YTN의 경우 정치권을 비판하는 '돌발영상'의 노종면 기자, 임장혁 PD, 정유신 PD가 해직당하며 프로그램도 2008년 10월8일 폐지됐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재개됐지만 기존 '돌발영상'이 가지고 있던 날카로운 권력 비판 보도가 상실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태다.

KBS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인규 사장의 취임 후인 2010년 1월 7일 KBS의 탐사보도팀이 인사조치와 개편으로 해체됐다. 또한 같은 해 가을개편에서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등이 폐지됐다. 아이템 검열도 심해졌다. '추적60분'의 경우 2010년 11월 17일 보도된 '천안함'편이 방통위의 징계를 받았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피격'이라는 결론 자체가 오류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징계이유였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010년 10월 7일 MBC 역시 '뉴스후'와 같은 시사교양프로그램이 폐지됐다. MBC'100분토론'은 자정이 넘은 시간으로 시간대가 변경됐고, PD수첩에서는 내부 아이템 검열을 넘어 팀장이 일선 PD의 서랍까지 뒤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각 방송사들마다 검열과 불공정성에 항의하는 언론인들은 하나같이 해고, 정직, 감봉, 경고 등 보복징계를 당해야 했다. MB정부 3년차인 2010년 하반기까지 180여명에 이르는 언론인들이 보복징계를 당했고, 60여명이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당했다.

또한 KBS는 지난달 30일 2010년 7월 공정방송 조항이 포함된 단체엽약안을 쟁취하기 위한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엄경철 전 새노조 위원장과 이내규 전 부위원장 등 13명에게 정직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각각 징계조치를 내렸다. 

언론탄압 치어리더 '검찰'

MB정권 하에서 진행된 언론탄압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이끄는 방통위와 함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PD수첩 고소, 정연주 사장 배임 의혹에 대한 고소, 언론노조의 파업에 대한 불법파업 기소 등 시의적절하게 방통위가 언론을 탄합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줬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했던 정연주 사장은 지난 12일 KBS 사장 시절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아, 당시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무리한 정치적 기소였는지 입증하는 사례가 됐다.

'광우병'편으로 기소됐던 PD수첩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지며 검찰은 '기소권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검찰은 언론사뿐만 아니라 2009년 1월 22일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중이던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쓰는 박대성 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결국 박대성 씨 역시 100일이 넘는 수감생활 끝에 무죄로 풀려나기도 했다.

MB정부가 만들어 낸 조중동 헌정 특혜제도

방통위와 검찰이 '탄압의 도구'였다면 미디어법은 소위 수구언론과 대기업에게 바치는 '헌정의 도구'였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이 법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의 방송사 지분 참여 허용, 종합편성 PP(프로그램 공급자)신규 허가, 보도전문채널 허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디어법은 야당의 반대속에서 2009년 7월 22일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에 의해 본회의에 직권 상정됐고,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사회권한을 넘겨받아 기습적으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원들의 대리투표 의혹이 생겼고 야당의원들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를 청구했지만 2010년 11월 25일 기각 처리됐다.

이후 방통위는 2010년 12월 31일 종합편성 채널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MBN 을 선정했고 이들에게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낮은 채널인 황금채널과 의무전송의 혜택을 주기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또한 미디어랩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종편에게만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을 3년 동안 유예해줘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같은 MB정권에서의 언론탄압과정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이강택 위원장은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MB정부의 저열한 수구성과 자본의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신자유주의가 가장 잘 드러난 과정이 언론장악과정"이라며 "이러한 과정속에서 우리 언론의 생태계가 최악의 상태로 망가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이러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바닥에서부터 인적 쇄신을 하고 나아가 제도적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현 기자press@vop.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