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TX 경쟁체제 도입은 민간 특혜"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기사입력 2012-02-06 17:27  | 기사수정 2012-02-06 18:00

사람마다 공기업의 역할과 시장경쟁의 효과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가치와 철학을 지닐 수 있다. 그런데 고속철도(KTX) 민영화의 경우 상식에 어긋나는 논리가 동원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KTX 운영권 민간 분양이 ‘경쟁체제 도입’일 뿐 민영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민영화는 민간사업자가 수익 원리에 따라 공공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철도도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철도 운행만 민간회사가 담당하는 데, 이를 모두 민영화라고 부른다. 

정부가 이토록 민영화 용어에 민감한 이유는 지난 정권에서 철도 민영화가 국민적 합의로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심지어 국토부는 과거 정부 정책결정 과정도 왜곡하고 관련법 취지까지 무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법적 토대가 구비됐기 때문에 KTX 운영권 민간 분양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철도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에 의해 추진됐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공식적으로 백지화되었다. 2004년 제정된 철도사업법에는 철도운영을 위한 면허권 발급 조항이 명시돼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KTX 본선의 민간 분양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관료들의 독단이다.

국토부는 또 민간이 KTX를 운영하면 지금보다 요금이 20% 내릴 거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국철도도 운영 민영화 이후 요금이 2배 이상 오르고 정부 보조금은 증대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또 민간 KTX 회사는 철도공사와 달리 시장 수익을 확보해야 하고(8.8% 수익률 상정), 자본 조달에서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선로 사용료와 유지 보수비 등에서 동일한 조건이라면 철도공사가 민간사업자보다 대략 10% 더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국민 편익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기관(국회)이 만든 법 취지를 준수해야 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려는 특혜를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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