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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앞으로 가면 직권남용 뒤로 가면 허위사실 유포
아파트 승격 '청탁' 자랑…주민들 "오히려 총선까지 늦추라고 압력"
문형구 기자 munhyungu@daum.net  입력 2012-02-09 16:14:53 l 수정 2012-02-09 17:23:09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치매노인' 발언 등 잦은 설화에 휩싸인 바 있는 전여옥 새누리당 의원이, 이번엔 '아파트 개명'에 대한 자랑으로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전 의원은 지난달 출간한 'i 전여옥 - 전여옥의 사(私), 생활을 말하다'라는 저서에서 서울 문래동의 아파트 '현대홈타운'을 '힐스테이트'로 승격시키는 데 자신이 힘을 썼다고 기록해놨다. 

여기서 전 의원은 "제가 소속한 위원회가 옛날 건설교통위원회인 ‘국토해양위원회’이고 또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안면이 있기에 직접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 또 천길주 본부장을 비롯한 현대건설의 지인들을 통해 여러 차례 끈질기게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김중겸 사장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하고 있다. 

전여옥 의원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승격시키기 위해 건설사에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전여옥 의원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승격시키기 위해 건설사에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전여옥 의원 트위터

이같은 저서의 내용이 주목받게 된 것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전여옥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다. 이 아파트의 동대표들에 따르면 "전 의원은 아파트 개명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책에 ‘아파트 개명에 크게 힘썼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다. 문래동 힐스테이트 동대표단이 지난 3일 서울 남부지검에 전 의원을 고소한 데 이어, 전 의원이 다시 무고죄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 신분이자 국토해양위 소속인 전여옥 의원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승격시키기 위해 현대건설에 '청탁'을 했다고 스스로 밝힌 대목이다. 전 의원의 말 대로라면 직위를 이용해 건설사 사장에게 지역구 민원을 청탁한 것이므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승격에 따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의원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것도 물론이다. 

실제 문래동 힐스테이트(현대홈타운)는 아파트 승격에 따른 가격상승이 있었다. <닥터아파트>의 통계에 의하면 현대건설 측의 승인을 앞두고 아파트 외관을 '힐스테이트'로 변경한 지난해 4월 이후 거래량과 실거래가가 증가했고 정식 승인이 이뤄진 9월 을 전후로 연중 최고가를 보였다. 

인근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김 모씨는 "힐스테이트는 대표적인 브랜드 아파트다. 이름을 바꾸면서 인지도도 올랐고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문래동 힐스테이트의 실거래가 변동
지난해 문래동 힐스테이트의 실거래가 변동  ⓒ닥터아파트

만일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대표들이 굳이 전여옥 의원을 고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홈타운에서 10년을 살았다는 한 지역민은 "지난해 6월에 (동)대표들이 현대건설 본사를 방문했었다. 그런데 담당자로부터 '현역 의원이 내년 총선 전까지 승인을 늦추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주민들과 전 의원 사이에 감정적 앙금이 많다"고 전했다. 동대표들을 비롯해 주민 상당수가, 전 의원이 총선일정 때문에 아파트 승격을 오히려 방해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전 의원을 고소하기로 결정한 동대표단 회의에서도 참석한 12명의 동대표 가운데 9명이 이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에 대한 고소장 작성에 참여한 한 동대표는 "좋은 마음으로 전여옥 의원 출판기념회에 갔는데 나중에 책 내용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는 부분도 그렇고, 동대표들을 특정 정당의 하수인으로 취급한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동 대표자들에 대해 '특정 정당의 전위대'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자신이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에게 "직접 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 "지인들을 통해 여러차례 끈질기게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8일 전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저를 비롯해 제 어머님도 이 아파트에 사시고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힐스테이트 승격’을 원했다"고 밝혔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대치하는 가운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양측의 폭로전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전여옥 의원의 행위는 도덕성 시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전 의원이 저서에 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직권남용 의혹은 피해갈 수 있겠지만, 이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 이 경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게, 도덕성에 큰 타격이 된다.

김선웅 변호사(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는 "국가공무원인 국회의원으로서의 신분이 있는데도, 자기 직무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다만 단순히 얘기를 해 준 것이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했는지가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형구 기자munhyung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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