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형마트 제한, FTA와 충돌 없다” 거짓 해명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입력 : 2012-02-13 21:56:09ㅣ수정 : 2012-02-13 23:37:36

전문가 “협정문 12.4조 시장접근 보장의무 위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중소상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새누리당의 발걸음이 엉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중소도시 입점제한 조치는 FTA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정책은 명백히 한·미 FTA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 상공인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김종인 비대위원(72)은 브리핑에서 “미국 기업하고 한국 기업하고 차별을 하면 (한·미 FTA와) 충돌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유통기업에 대해서 하는 것이라서 충돌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61)도 “전통시장의 경계로부터 1㎞ 이내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유통법이 지난해 제정됐다. 당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상임위에서 합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 등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김종인 비대위원(왼쪽)과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13일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신규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상공인 보호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경 간 서비스무역을 규정한 한·미 FTA 협정문 12장을 보면, 한·미 양국에는 내국민대우 의무를 규정한 조항(12.2조)이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유통기업을 한국 기업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내·외국인 간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항변처럼 중소상인 보호대책이 국내외 기업을 함께 규제한다면 내국민대우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12장은 내국민대우 의무만 규정한 것이 아니다. 12.4조는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서비스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미FTA저지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인 남희섭 변리사는 “내국민대우(12.2조)와 시장접근(12.4조)은 별도의 의무”라며 “기존의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도 국내외 기업을 함께 규제한다. 하지만 현행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 역시 시장접근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한·미 FTA, 한·EU FTA와 충돌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역시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이 한·미 FTA, 한·EU FTA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테스코사의 네빌롤프 부회장은 2010년 9월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 시행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남 변리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소상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고 조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개입과 조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한·미 FTA, 한·EU FTA다. 한·미 FTA와 중소상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협정 위반을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중소상인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의미가 있지만 한·미 FTA 등에 대해 성실한 검토를 하지 않아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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