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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코로나19 '과학방역'의 실체... 결국 이거였나?
치명률, 중증화율 증가 추세인데 별다른 방역 대책 없이 용어 혼란만
22.08.22 13:34 l 최종 업데이트 22.08.22 13:34 l 박성우(ahtclsth)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왼쪽 두번째)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감염병 대응도 정치방역에서 전문가 의견과 데이터에 근거한 표적 방역, 과학 방역으로 전환하라"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조규홍 제1차관, 이기일 제2차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방문해 "역학자료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거리두기를 통해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정치 방역'이라 규정하고 그 대신 '과학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은 시점에서 재차 과학 방역으로의 전환을 지시했다. 지난 100여 일간은 정치방역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콘트롤타워조차 없다"고 윤 정부의 방역을 비판한 염호기 의협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처럼 여태 지시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독감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21일 이번 주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지난주 한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세계 216개국 중 인구 대비 1위였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다른 국가 대비 많은 확진자 수가 발생하고 있으나, 중증화율과 치명률,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84명으로 113일 만에 최대를 기록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실제로 8월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확진자 수는 약 89만 명, 사망자 수는 397명, 재원중 위중증 환자 수는 3496명이다.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와 비교하면 각각 2.7배, 4.1배, 6.8배 증가했다. 치명률은 0.030%에서 0.045%로 1.5배 증가했고 중증화율은 0.16%에서 0.39%로 2.4배 증가했다.
이처럼 사망자 수와 치명률과 중증화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독감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정 위원장은 "(한국 코로나19 치명률이) 최근엔 0.03%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독감의 치명률은 0.03%에 가깝다.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치명률이 낮아지면 정말 고마운 것이고, 좀 높더라도 조금 더 센 계절독감 혹은 1년 내내 오는 감염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7월 29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괄적 거리두기를 고려하지 않나'는 기자의 질문에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계속 보고 있다. 이게 올라가면 조치를 해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추세를 봐야 한다"며 "치명률 등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2주 정도 안 꺾이면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치명률을 비롯한 수치들이 한 달 전과 비교해보았을 때 확연히 증가 추세임에도 정 위원장은 '치명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대본 자료에선 치명률·중증화율 증가
질병관리청 역시 정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적 인용이 많은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국내 치명률은 오미크론 유행으로 지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년 7월 평균인 0.09% 대비 8월은 0.04~0.06%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8월 17일까지의 평균 치명률은 7월 평균 치명률보다 떨어진 0.05%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Our World in Data 누리집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7월 평균 치명률은 0.097% 수준이고 8월 1일부터 17일까지의 평균 치명률은 0.047% 수준이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의 일일 현황을 살펴본 결과 7월 한 달 동안 신규 확진자는 약 140만 명, 신규 사망자는 492명으로 치명률을 계산하면 0.035%다. 8월 1일부터 17일까지의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를 살펴보아도 각각 약 186만 명, 684명으로 치명률은 0.037%다. 감소세는커녕 오히려 증가세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질병관리청이 치명률의 출처로 쓴 Our World in Data의 치명률은 확진‧사망 시점의 차이를 고려하여, 사망자 수의 7일 평균과 10일 전 확진자 수의 7일 평균의 비율로 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방법으로 치명률을 계산해도 차이는 발생한다.
▲ 중대본은 매일 일일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중대본 누리집의 첫 화면만 봐도 인구 10만명당 사망률과 재원 위중증이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중대본
중대본은 매일 일일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중대본 누리집의 첫 화면만 봐도 인구 10만명당 사망률과 재원 위중증이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대본의 자료는 적어도 한국의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자료 중에서는 가장 정확한 자료일 것이다. 치명률이 감소세임을 주장하기 위해 일부러 자료를 취사선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각자도생? 표적 방역? 대체 '과학 방역'이란
▲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사망자 수와 치명률 증가와 별개로 사실상 개개인의 자율방역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역지침 역시 '과학 방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7월 13일, 정부는 국민 참여에 기반한 '자발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치명률 증가 등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선별적·부분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치명률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7월 19일, "국가주도 방역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말하자 과학 방역은 '각자도생'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백 청장은 "약간 오해를 일으켰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백 청장은 "정부가 시간·인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 국민이 2년 반 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취득한 지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이며 결국 정부 조치를 통한 방역보다 국민 개개인의 자율방역에 중점을 두었다.
'과학 방역'이라는 용어 자체를 두고도 난맥상이다. 7월 13일 중대본은 "앞으로 과학 방역이 아니라 과학적 코로나 위기관리라는 표현으로 통일해 쓰겠다"며 '과학 방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첫 중대본 회의 주재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만큼의 조치가 이뤄지는 표적화된 정밀 방역"이라며 '표적 방역'을 강조했다.
이후 3일 중대본 역시 "확진자 많이 나오는 곳 집중관리하는 표적 방역 추진"이라며 과학 방역을 대신해 표적 방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넘어선 시점에서 다시 윤석열 대통령이 표적 방역과 함께 과학 방역으로의 전환을 지시하면서 대체 '과학 방역'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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