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2549


미국, '주최 없는 행사' 발뺌 이해 못해…고위직 부터 책임

기자명 김태현 기자   입력 2022.11.04 17:13  

 

애틀랜타 한인 인터넷신문 운영 이상연 대표기자 인터뷰

"美 언론, 대한민국이 국민 보호 의무 다하는지 근본적 의문"

"주최가 있고 없고 나눠서 국민 보호한다는 것 이해 못해"

"미국, 최고위 책임자가 먼저 사과하고 책임지는게 전통"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는 ‘The buck stops here!’란 말이 쓰인 패가 놓여 있었다. 직역하면 '모든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 즉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뜻이다.


최근 벌어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은 이와는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 '주최 측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다고 발언하고,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2신고 대응을 공개한 뒤에는 사고 책임을 일선 경찰에 떠넘기는 흐름이다.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이자, 미국에서 22년째 거주하며 애틀랜타 현지 한인 매체를 운영하는 이상연 애틀랜타K 대표기자는 4일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주최 없는 행사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미국에선 고위직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이 순리이고, 전통으로 굳어져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기자와 일문일답이다.


이상연 애틀랜타K 대표기자

이상연 애틀랜타K 대표기자


Q. 압사 참사는 보통 후진국형 사고로 분류되는데, 그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미국 언론의 시각은 어떤가?


- 기본적으로 수만명 수십만명이 사유지도 아닌 공공장소에 모이는 게 예상됐다. 그런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동원한 공식적인 통제가 왜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야구장이나 공연장 같은 곳은 사유지인데, 그런 곳에서 벌어지는 행사라도 사고 위험이 예견이 되면 안전 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미국의 행정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과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이런 의무를 다하기 위한 행정력이 작동하고 있는지 등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112 신고를 받고도 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워하는거 같다. 미국에서는 시민이 한국의 112나 119에 해당하는 911 신고를 하다 중간에 전화가 끊겨도 끝까지 위치를 추적해서 출동을 한다. 이런 모습과 비교해 대한민국의 행정이 존재하는지 그걸 궁금해 하는 것 같다.


Q.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됐지만 '사전 안전 대책'이 소홀해서 생긴 참사다. 대통령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까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 관계자들이 "주최 측 없는 행사"를 강조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런 부분 어떻게 보고있나.


- 미국에 22년째 살고 있다. 주최가 없는 행사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집회와 모임의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 사람들은 꼭 주최를 하는 주체가 있어야 모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어디든 모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주최없는 행사, 주최있는 행사를 나눠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웜비어 사건도 있었지만 자기 국민 중 한 사람이 정부의 여행금지 명령을 어기고 북한 같은 적성 국가에 억류돼도 그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법률을 어긴 사람도 보호하는 게 국가인데, 거꾸로 '당국에 신고를 안한 모임 참가자는 보호하지 않겠다,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게 제대로된 국가일까. '주최측 없는 행사'라는 말은 미국에서 보기에는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자기 최면이나 면피성 발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라는 것의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면 결코 먼저 담을수 없는 말 아닌가 싶다.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Q. 미국에서도 대형 압사사고가 일어난 전례가 있나.


- 많지는 않지만 근래에 들어서 두 차례 정도 있었다. 2003년 2월에 일리노이 나이트클럽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21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1월에 한국에서도 보도가 많이 됐는데, 텍사스 휴스턴에서 트레비스 스콧이라는 유명한 힙합가수 공연에서 무대로 사람이 몰려들면서 9명이 압사했고 300명이 부상을 당했다. 10대들이 많았고, 20대들이 대부분이어서 충격이 컸다. 


그렇다고 미국의 안전관리 법률들이 사고가 난 뒤에 부랴부랴 만들어진건 아니다.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연구를 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고 안전대책을 만들어 놓는다. 큰 사고가 일어나면 미비한 점이 있을까 보완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사고가 났지만, 사고가 난 다음에 프로토콜이 없었다거나 규정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Q. 군중매니저를 두고 통제를 하는 경우도 있는건가.


- 법률에 따라서 해야한다. 행사가 열리면 주최하는 단체가 있으면 그 단체는 의무적으로 그런 매니저들을 고용해야한다.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250명당 한명은 고용해야된다. 이태원 같은 '주최가 없는 행사(정부주장)' 이렇게 분류하는게 모호하긴 하지만, 공공이 모여서 하는 행사가 있으면 경찰이나 소방관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인력을 꼭 출동시켜서 안전 관리를 해야되는게 원칙이다.


Q. 국내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일선 현장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유명한 대통령의 말이 있는데, 모든 책임은 내 책상에 있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 미국같은 경우는 고위공직자가 책임을 지는게 관례이고, 그래야 된다고 믿고 있다. 가장 최고위 책임자가 사과를 안하고, 책임을 안 지는데 어떻게 하위 관료들이나 말단직에서 책임을 지겠느냐.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그게 순리이다. 그런 전통이 굳어져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가끔 있지만, 옷을 벗어야 되고 다시는 공직에 나서지 못하는게 대부분의 분위기다.


Q.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스티븐 블레시의 아버지 등 가족들이 현지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굉장히 비통해했을 것 같다. 아버지가 유해를 찾으로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 블레시의 아버지가 영어표현으로 'furious'라는 표현을 썼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는 정도로 해석이 되면 좋을것 같다. 블레시의 아버지는 "한국정부 특히 경찰에 대해서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런 의무를 다했으면 자신의 아들이 죽는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경찰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부모들은 다 같은 심정이겠지만, 이런 문제들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다. 아들의 유해를 찾으러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국에 가게되면 화가 나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자기가 감옥에 갈 것 같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분노의 심정을 표현했다.


Q. 다른 한명의 미국인 희생자는 오하이오가 지역구인 웬스트럽 공화당 하원의원의 조카이고, 블레시씨와는 한국 유학 중 만난 친구 사이로 알려졌는데 유족들은 어떤가?


- 공교롭게도 사고가 나기 전날이 기스케씨의 생일이었다. 20세 생일이었고, 켄터키 대학교에 다니다가 블레시씨와 똑같이 한국 한양대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20세 생일을 갓지난 딸이 머나먼 땅에서 목숨을 잃어 가족들이 굉장히 비통해 하고 있다. 부모가 슬픔에 빠져있어서, 부모를 대신해서 웬스트럽 의원이 대표로 유가족 성명을 발표했다.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고,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아직 장례 일정이 잡히지 않았는데, 장례식이 열리면 많은 친지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Q. 블레시씨가 다니던 케네소주립대 분위기는 어떤가?


- 블레시씨는 지난 8월에 한국에 갔다. 2달 만에 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 소식은 케네소주립대 총장이 SNS를 통해서 알렸고, 총장은 교직원들과 학생들에게 조의를 표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케네소주립대에는 한인 교수도 20명 정도 있다. 한인 교수와 통화했는데, 사고 후 첫 수업인 월요일 강의에서 학생들 30명과 함께 30초간 블레시 군을 비롯해서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애틀랜타 한인들도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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