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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삽질로 사라진,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 ... 눈물이 난다
4대강 현장르포 2012/02/18 06:00
지난 몇해 해평습지를 돌아보게 된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이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해평습지를 통해 철새들을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생태'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도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해평습지는 사라지고, 그곳에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몇해 동안 해평습지에서 일어난 변화를 담아봤습니다. - 필자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
저 멀리에서 한 무리의 고니떼가 날아온다. 그러더니 마치 수륙양용 비행기가 수면 위로 내려앉듯 편대를 지은 고니떼가 강물 위로 차례차례 내려앉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곤 천천히 유영한 후 모래톱 위로 올라가 지친 날개를 편다. 그 찰라 저 하늘 위에선 또 쇠기러기 무리가 편대를 이루어 머리 위를 날아간다. 발아래 모래톱엔 점점이 박힌 철새들과 야생동물들의 발자국들. 그것들의 군무가 펼쳐진 모래톱이 길게 길게 이어져 있다.
▲ 해평습지를 찾은 철새들. 쇠기러기의 편대비행과 고니떼의 착륙과 평화로운 유영. 그러나 4대강사업 후 해평습지에서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이것은 지난 2010년 3월까지의 해평습지의 모습이었다. 아직 야생의 생명들이 꽃을 피우던 해평습지의 살아있던 모습 말이다. 그 후 구미시 해평면과 고아읍을 잇는 다리인 숭선대교에서 바라본 낙동강 해평습지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그 넓은 모래톱 위에 새겨진 야생의 발자국은 엄청나게 큰 굴착기와 덤프트럭의 바퀴자국에 묻혀버리고, 서서히 공사판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모래톱도 야금야금 사라지고, 강물은 깊어만 갔다.
그렇다. 4대강사업이 벌어진 지난 2년간은 철새들의 낙원이자,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였던 해평습지에서 그 ‘생명’을 앗아간 시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해평습지를 바라본 모습은 철새들의 낙원에서 ‘철쇠’들의 공사판으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그곳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도래지란 명성은 철지난 포스터에 불과할 뿐인듯 철새도래지임을 알리는 입간판마저 덤프트럭에 치여 찌그러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철새는 없고, 오직 ‘철쇠’들만이…
그리고 강을 가득 채운 것은 철새들이 아닌 ‘철쇠’들의 무리들이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쇠기러기, 고니가 아닌, 강철로 된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굴착기들의 군무와 덤프트럭 그리고 모래를 파내는 준설선뿐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이들이 해평습지를 완전히 장악한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낮이나 밤이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거친 굉음을 내뿜으면서 모래를 파내고 실어 나르는 일을 반복한 것이다. 모래바람을 마구 흩날리면서 그 풍성했던 해평습지의 모래톱을 완전히 절단내버린 것이다.
▲ 낙동강에 나타난 신종 '철쇠'들에 의해서, 해평습지의 진객 쇠기러기 무리가 방황하고 있다.
물보다 모래가 더 풍성해 보일 정도로 모래톱이 크고 넓었던 해평습지는 그런 까닭에 철새들이 날아와 쉬고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던 것인데 지금은 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 논에서 나오던 벼이삭 같은 낙곡은 배고픈 철새들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었던 것인데, 그마저도 낙동강에서 퍼올려진 준설토가 다 덮어버려 철새들이 더 이상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게 돼버린 것이다.
▲ 철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해주던 해평의 너른 농경지가 모래로 뒤덮혔다.
이런 연유로 해평습지를 찾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매년 3천 개체 이상이 날아오던 것이 지금은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해평습지 아래 들어선 칠곡보에 본격적인 담수를 하게 되면, 그동안 재퇴적 되어 그나마 남아있던 모래톱마저 강물에 잠기게 될 것이고 그러면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는 습성이 있는 흑두루미들은 어쩌면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평습지 아닌 해평호수
그렇다. 해평습지는 지금 습지가 아닌 거대한 호수가 돼버렸다.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쉬던 바로 그 자리는 지금 모래톱이 완전히 사라진 깊고도 넓은 호수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위엔 지금 적막만이 흐른다. 간혹 몇몇 오리들이 날아와 물가에 앉을 뿐 그 많았던 철새들이 화려한 군무를 펼치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 4대강사업 전후의 해평습지의 모습이다. 같은 곳의 완전히 다른 두 모습니다. 철새들의 낙원이 호수로 변해버렸다. 저 해평호수엔 새 한 마리 앉은 흔적도 없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해평습지만의 모습은 아니다. 모래톱이 유달리 넓은 낙동강 전 구간이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보라 불리는 댐 8개가 들어선 것이고, 그로 인해 낙동강엔 지금 8개의 큰 호수가 생겨버린 것이다.
희망은 있다
22조원이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투입해서 결국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을 호수로 만들어 더 위험하고 더 오염에 취약한 강으로 만들어버린 것이고,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의 모습을 완전히 앗아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낙동강 8개의 댐에선 강물이 줄줄 새고, 그 아래 콘크리트 바닥은 뜯겨나가고, 막힌 강물은 녹색을 띄며 썩어가고 있는 기막힌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4대강사업 전부터 줄곧 제기된 문제들이 그대로 현실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상주보의 눈물. 보 이음새 사이로 강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므로 아직 희망은 있다. 저 무수한 문제들로 인해 낙동강 8개 댐은 더 이상 담수를 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저 거대한 댐들은 하나 하나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강물을 막지만 않으면 강은 스스로 복원해나간다. 지금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재퇴적도 복원의 한 과정이다. 그렇게 강물을 막지 않고 강이 스스로 치유하도록 놔둔다면 낙동강 해평습지도 그 모습을 되찾을 것이고, 철새들도 다시 날아올 것이다. 그러므로 해평습지의 주인인 저 철새들을 위해서도 해답은 ‘4대강 복원’뿐인 것이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하고, 낙동강은 복원되어야 한다.
▲ 다시 복원해야 할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 해평습지 아래 칠곡보의 담수를 막거나 철거하면 다시 이곳 모래톱은 부활한다. 그러면 철새들의 낙원도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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