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9954


윤석열 정부, 또다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주장] MBC 전용기 탑승 배제가 심상치 않은 이유...언론의 자유, 권력이 부여하는 게 아니다

22.11.14 04:59 l 최종 업데이트 22.11.14 04:59 l 장에스더(echang033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첫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첫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유례없는 사태가 또 발생한 것이다. 유례가 없긴 하나 사실 예견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지난 6개월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현 정부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그간 민주주의 사회에서 확립해온 개념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권력의 심기에 따른 '자유'


취임 6개월이 막 지난 윤석열 정부의 자유에 대한 기준은 매우 명확하다. 권력자 입장에서 불편하고 난감하면 그 자유는 내재적 한계를 넘었다고 재단하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응징하는 것이다. 또한 이 기준은 다행스럽게도 매우 일관적이다. 여당 야당, 보수 진보,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적용된다.


자신들의 당대표를 축출해낼 때도 그 시작은,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여 억압하는 것이었다.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젊은 남성층에 어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기성 보수와 달리 시대와 함께 달라진 자유분방한 시각을 거침없이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한다는 점일 것이고, 그런 지점에 소위 MZ세대의 젊은 보수들이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자유분방함이 내부를 향하자, 그런 자유는 '윤리적이지 않다'는 등 윤리우위설(?) 같은 이유를 근거로 전례 없는 당대표 몰아내기를 감행했다.


이런 기준은 청소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고등학생이 그린 만화 속 현 정권 풍자가 불편할 때는 "엄중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관심을 쏟기엔 너무 사사로운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표현까지도 앞서서 세심하게 관리하는 현 정부는 그야말로 '자유', 특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들만의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자신의 아군에게도, 일반 시민에게도 가차 없는 현 정부가 MBC라는 대형 언론사가 자신들에게 끼치는 불편함을 그냥 넘기는 아량을 베풀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관련 기사: 대통령실, 순방 이틀 앞두고 "MBC 취재진, 1호기 탑승 불허"  http://omn.kr/21jzc)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MBC 기자들이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대통령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MBC 기자들이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대통령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 유성호

  

언론과 대통령의 관계는 어느 정권이나 어느 국가나 그 본질이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각자의 속성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것이고, 그 불가피한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이 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다. 언론은 유권자들이 정부의 방향·활동·정책·생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반대로 정부를 비판·압박, 또 가끔은 응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시초가 된 '바이든-날리면' 사건 


윤석열 정부의 언론에 대한 반감은 일찍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나타났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그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그런 강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2022년 2월12일, 전남 순천역 '열정열차'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발언). 그가 말한 강력한 시스템이란 사법 절차를 통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권이던 민주당이 추진 중이던 언론중재법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던 필자는, '언론사를 파산시키는 것도 서슴지 않겠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주장을 보며 그가 정권을 잡으면 언론중재법 개정이 너무 쉽게 통과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상황은 좀 더 노골적이고 유치한 것 같다. 


이번 조치의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든-날리면' 사건은 어떤 면이 왜곡되었다는 것인지도 명확치 않다. 전 국민의 '청력테스트'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몇몇 권력자들이 어떻게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가. 심지어 이미 고발되어 수사 중에 있는데, 그 수사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부에서 그것은 언론 보도가 왜곡·편파적이었다는 답을 내려버린 꼴이다.


권력의 심기를 과잉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 과연 이번 사태가, 보호하고자 했던 그 권력의 심기를 정말 보호할 수는 있을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단체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MBC기자단 해외순방 대통령실전용기 탑승 불허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단체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MBC기자단 해외순방 대통령실전용기 탑승 불허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정치와 언론은 그 속성상 부딪히고 대립하는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그 범주는 매우 광범위해야 하며 공적인 인물일수록 국민들의 알권리가 더해져 언론의 자유가 더 넓게 보호되어야 한다. 다양한 성향의 언론이 존재하는 것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안전하게 보장될 때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와 그 정당성은 유권자인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것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미 위협받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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