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IT전문가 “<경향> 기사에 충격”
“친한 선관위 사무관 피곤하니 그만 떠들라?”
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2.23 11:32 | 최종 수정시간 12.02.23 11:43      
 
‘나는 꼼수다’가 자료를 근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개입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한 가운데 자료 분석에 참여했던 한 IT전문가가 23일 <경향신문>의 칼럼에 대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나꼼수’는 22일 업로드한 ‘봉주6회’에서 지난해 10월 26일 발생한 선관위 홈페이지 마비 사태에서 디도스는 페인트 모션일 뿐 사전에 계획된 작전에 의한 것이라며 명백한 부정선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관련기사). 그 근거로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요청으로 공개된 LG엔시스 ‘10.26보고서’를 제시하며 ‘나꼼수’는 10여명의 IT전문가들이 ‘크로스 분석’을 한 결과 시간대별로 의구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조치들이 이뤄졌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 분석에 참여했던 3명의 전문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분석 글들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중근 기획에디터는 23일자 “난장에도 규칙은 있다”란 제목의 칼럼(☞ 글 보러가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산직으로 17년째 근무 중인 ‘선관위 전산실의 산증인’ 유훈옥 사무관에게 지난해 10월26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며 화두를 뗐다. 

<경향> “<나꼼수> 음모론 수렁 빠져…출구전략 고민해야”

이 에디터는 “어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 사무관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며 “당일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응에 잘못된 판단이 있다고 지적하면 몰라도 직원들이 고의로 투표를 방해했다는 주장에 일할 의욕마저 상실할 지경이라는 것이다”고 썼다. 

이 에디터는 “<나꼼수>의 문제 제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제기한 의혹의 무게에 비해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며 “당장 선관위와 유 사무관의 설명을 들어봐도 선관위 내부에 공모자가 있다는 의심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에디터는 “14명의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데이터베이스 접속을 끊는다든지 등의 조작을 하면 곧바로 알게 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느냐는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며 “그간 보아온 선관위 조직의 특성과 통념에 비춰보면 유 사무관의 설명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유 사무관의 설명에 근거해 논지를 펼쳤다. 

이 에디터는 “자유로운 난장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은 있다. 주장의 사실성과 매체의 책임성, 자정력이다”며 “대안언론에 이런 덕목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들은 매체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신뢰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현재 팟캐스트의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현행법상 팟캐스트가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상대로 정정 또는 반론을 요구할 수 없다”고 관련 법 정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에디터는 “아무리 양보해도 선관위 의혹에 관한 한 <나꼼수>가 음모론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나꼼수>가 진정한 대안언론이 되려면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리 “기자의 무능인가, 아니면 무능을 가장한 고의인가”

이같은 <경향>의 칼럼에 대해 ‘10.26 보고서’ 분석에 참여했던 IT전문가 ‘배리 리’는 “나꼼수를 비판하는 경향신문과 언론에 대한 충고”란 제목의 글(☞ 글 보러가기)에서 “나는 이 기사를 보고 할 말을 잊었다”며 “그래, 나꼼수에서 제기한, 그리고 내가 쓴 글이 잘못된 내용이라고 가정해 보자.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게 기자증을 가진 사람이 기사로 쓸 글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배리’는 “이 기사를 딱 한 줄로 줄이면, “나랑 친한 선관위 사무관이 피곤해 하니까 이제 그만 떠들어라” 아닌가?”라며 “기자가 쓰라는 기사는 안쓰고, 하라는 취재는 안하고, 공무원과의 친분이나 자랑하고 있으니 이걸 진정 기자가 쓴 것이라고 믿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고 혹평했다. 

‘배리’는 “해당 경향신문 기자가 진정 기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아무리 오랫동안 알아온 이라고 하더라도 공무원과의 친분 따위는 언급해서는 안되었다”며 “정부 기관 출입 기자는 해당 기관의 공무원을 취재 대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 친분을 맺는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기본 인식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배리’는 “경향신문이든 뭐든, 어떤 언론이든 참고할 수 있는 팩트만 정리해 주려고 한다”며 “그러니 최소한 언론이라는, 기자라는 명함을 달고 있다면,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다른 전문가에게 가서 한 번 물어보기나 해라”라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배리’는 우선 선관위가 공개한 ‘10.26 보고서’ 중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당일 0:00부터 홈페이지 웹서버 메모리 사용량이 100%를 유지했으나, 선관위는 디도스 공격이 발생한 5:50으로부터 1시간이 지난 6:52, 6:54에 해당 서버를 재기동함
2. KT망 2회선, LG망 1회선 중 LG망으로는 초반에 30MBps만 들어오고 6:30경부터는 10MBps만 유입되었음
3. 선관위는 7:00 ~ 8:32 기간 동안 KT망 2회선을 차단했음
4. 선관위가 KT망을 차단하기 얼마 전인 6:45경부터 디도스 공격량은 감소하고 있었음
5. 선관위는 8:32에 KT망을 KT의 클린존 서비스를 통과하는 형태로 변경해 다시 열었음
6. 7:30경 선관위는 KT 망 중 하나(KT ATM#0)를 약 10분간 열었음. 이 때 해당 망에 연결된 장비로 40MBps 정도의 트래픽이 유입됨. 이 트래픽은 당시 KT망으로 들어온 전체 트래픽에 비해 매우 적은 양임

이에 대해 전문가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배리’는 “디도스 공격시 내부 서버 보호를 위해 차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내부 서버가 디도스 공격에 취약할 경우에 해당되며, 이번 경우처럼 디도스 방어장비와 ISP, 방화벽, 웹 방화벽으로 보호되는 내부 서버에 어떤 공격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혀 불필요한 조치”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배리’는 “KT 클린존 서비스로 우회하도록 설정을 변경하는 데에는 짧게 잡아 10분 이내, 아무리 길게 잡아도 2~30분 정도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리’는 “위의 내용을 가지고 전문가라면 누구나 내릴만한 결론”이라며 의혹이 제기되는 4가지 ‘선관위 조치’를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가. 위의 3, 4항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6:45경 디도스 공격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KT망을 차단할 이유가 없음 
나. 위의 A항목에서 보이는 바대로 3항 조치는 불필요하면서도 오히려 서비스에 장애를 일으키는 조치였음 
다. 위의 B항목을 기준으로 할 때, 클린존을 통과하도록 변경하는데에 걸린 2시간 42분을 납득하기 어려움 
라. 위의 6항은, 이후 클린존을 통과하도록 변경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당시 클린존에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함. 왜냐하면 당시 외부 트래픽은 1GBps 정도였다고 하는데 KT로부터 선관위 라우터로 유입된 양은 40MBps 정도이기 때문. 즉, 나머지는 디도스 공격으로 클린존에 의해 걸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임.

“기자들이야말로 오만과 질시의 늪에 빠졌다”

‘배리’는 “위의 내용을 토대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라며 “선관위 담당자가 무능했거나, 혹은 선관위 담당자가 고의로 무능을 가장한 것 밖에는 없다”고 비판했다. 

“선관위에서 공개하지 않은, 그러나 많은 이들이 증언하는 다른 상황을 모두 배제하고, 그냥 선관위에서 공개한 내용만 가지고 판단해도 그렇다”며 ‘배리’는 “내용 중에는 단순히 무능하다는 것만으로 보기에는 설명이 안되는 항목(예: 결론 가) 또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배리’는 “선관위의 이번 보고서를 완전히 선의로만 보아도 이미 지나칠 정도로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증명됐는데, 적어도 그 무능함을 비판이라도 해야 할 기자가 해당 공무원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며 “이것은 그 기자의 무능인가, 아니면 무능을 가장한 고의인가?”라고 <경향>을 맹비난했다.

더 나아가 ‘배리’는 “나는 감히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묻는다. 이렇게까지 명백한 자료를 제시했는데도 기사화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당신들의 주장대로 투표소 이전과 디도스 공격의 개연성을 찾지 못했다고 치자. 선관위 내부자의 공모 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고 가정하자. 경향신문 이중근 기자의 주장대로 14명의 선관위 직원이 모두 공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가 조작을 하기 어려웠다고 그대로 인정해 보자”라고 언론들을 겨냥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보고서에 드러난 선관위의 무능과 직무 유기는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가?”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선관위의 잘못에 대해 질타하는 기사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배리’는 “기자들에게 말한다. 나꼼수가 음모론의 늪에 빠졌을 수는 있다”며 “나 역시도 나꼼수와 무관한 사람으로서 나꼼수의 주장 중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당신들도 마찬가지로 오만과 질시의 늪에 빠졌다”며 ‘배리’는 “나꼼수에게 출구 전략을 고민하라고 말할 시간이 있으면, 당신들의 오만과 질시의 출구를 고민해야 하는 게 먼저다. 그게 나처럼 용기를 내서 말을 꺼내는 국민들에게 당신들이 진 빚을 갚는 길이다”고 언론에 일갈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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