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FTA? 4대강?…내세울 게 없는 MB ‘잠 못이루는 밤’
등록 : 2012.02.23 19:12수정 : 2012.02.23 19:12


임기를 1년 남긴 대통령에겐 ‘말년 증후군’이란 게 있다. 해는 뉘엿뉘엿한데 갈 길은 멀다 보니, 밤잠을 설치는 게 주요 ‘증상’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도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대통령 재임중 이뤄낸 대표상품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자칫 역사책에 ‘4대강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큰데 이게 청와대로서도 그다지 마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부터 자신의 목표를 ‘경제 대통령’으로 못박았다. 국민적 기대감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 이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 대통령 자신도 22일 기자회견에서 “투자가 줄고 젊은이의 일자리가 걱정되고, 내수가 위축돼 서민 생활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했다.

여당조차 ‘엠비표 경제정책’과의 철저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대통령 경제정책의 기조인 ‘감세’ 거부와,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새누리당 분위기다.

경제 이외의 분야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박하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다른 데서 만회할 점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남북관계에 대해선 절대다수가 ‘낙제점’을 주는 게 현실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피격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안보무능정권’이란 낙인이 찍혀 있다. 동시에 진보 쪽에선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진전시킨 남북교류와 화해·협력 부분에선 바퀴를 뒤로 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쪽의 공격에 노출된 채, 어느 쪽으로부터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도 내세울 만한 공이 별로 없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한 한-중 관계가 대표적이다. 한-미 관계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이끌어 냈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찬반 평가가 확연히 엇갈린다. 지불한 대가도 크다. 협정 체결 과정에서 촛불집회로 정권이 뿌리째 흔들렸고 자유무역협정 자체는 사회적 갈등의 주요 소재로 굳어졌다.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자원외교도,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과 외교부 간부들이 줄줄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의혹’ 등으로 빛이 바랬다.

이 대통령은 무상급식 등 주요 복지이슈를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해 오히려 ‘반복지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마저 있다. 새누리당이 뒤늦게 복지 강화 흐름에 동참하자, 이 대통령은 최근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면서 ‘0~5살 전면 보육’으로 돌아섰지만 이미 큰 점수를 잃은 뒤였다.

‘민주주의 후퇴’라는 딱지가 붙은 것도 이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언론분야에선 <와이티엔(YTN)> 해직기자 사태, <문화방송(MBC)> 노조 파업, 종편특혜 등으로 숱한 논란에 휩싸였고, 검찰은 정권 쪽을 편들어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이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아 스타일을 구겼으며, 경찰은 용산참사로 국민의 원성을 샀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계천 서울시장’에 이어 ‘4대강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22일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4대강에 대한 질문엔 답변조차 피하는 등 썩 내켜하지 않는 심경을 비쳤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