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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낸시 레이건 모방(?)…선행은 생색내지 않을 때 빛나

기자명 애틀랜타=이상연 객원특파원   입력 2022.11.28 17:02  댓글 0

 

[분석과 의견]

대통령실, 11월 13일 김건희 프놈펜 심장병 소년 집 방문 공개

공교롭게도 낸시가 한국 심장병 어린이 찾은 날도 11월 13일

헵번-재클린 따라하기 논란에 이어 낸시 선행 '데자뷔'

 

"낸시는 일요일(13일)에 심장 수술이 필요한 2명의 어린 한국 아이들을 만났다. 낸시는 600명 이상의 한국 심장병 투병 어린이들을 위해 '생명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멋진 여성 해리엇 호지스를 통해 그 아이들을 알게 됐다. 지금 낸시와 함께 아이들을 미국에 데려오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1983년 11월 14일 일기)

 

낸시 여사가 심장병 수술을 마친 한국 어린이들을 안아주고 있다. 왼쪽이 이길우(Brett Halvorson)씨. (사진=이길우씨/Brett Halvorson 제공)

낸시 여사가 심장병 수술을 마친 한국 어린이들을 안아주고 있다. 왼쪽이 이길우(Brett Halvorson)씨. (사진=이길우씨/Brett Halvorson 제공)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내외가 한국을 공식방문했던 당시 낸시 레이건 여사는 수술이 필요한 한국 어린이 가운데 연고자가 없는 남녀 각 1명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태워 미국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으로 이송해 수술을 받게 했다. 이 어린이들은 성공적인 수술 이후 미국 가정에 입양됐고, 이 가운데 당시 4살이었던 이길우(영어명 Brett Halvorson)씨는 레이건 대통령 서거 이후인 2007년 낸시 레이건 여사를 다시 만나 24년전 자신을 살려준 은인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낸시의 도움으로 4세 때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이길우(영어명 Brett Halvorson)씨가 2007년 낸시 레이건을 만났을 때의 모습.  (사진=이길우씨/Brett Halvorson 제공)

낸시의 도움으로 4세 때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이길우(영어명 Brett Halvorson)씨가 2007년 낸시 레이건을 만났을 때의 모습.  (사진=이길우씨/Brett Halvorson 제공)

 

이같은 미담이 일어난지 딱 39년이 지난 2022년 11월 12일 한국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의 한 심장병 어린이 집을 찾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헤브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4세 소년을 부모 앞에서 안아주던 김 여사는 "한국에서 건강하게 만나자"며 한국에서의 치료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여당인 국민의힘 관계자는 27일 한 언론에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만났던 심장질환 소년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 소년의 이름은 로타이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동문들의 후원금으로 수술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여당 관계자가 특정 매체에 공개한 것도 공교롭기만 하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순방 첫날인 11월 11일 헤브론 병원을 찾았다가 심장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로타군의 사연을 접했고, 하루 뒤인 12일에 직접 집을 방문했다. 헤브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만 12개 진료과에 연 6만명이고,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사람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14세 심장병 소년을 찾은 것도 공교롭게 보인다.  

 

2016년 3월 7일 ABC뉴스가 낸시 레이건의 부고 기사를 다루면서 낸시가 심장병을 앓는 한국 어린이에게 도움을 줬다는 내용은 처음 알려졌다. (2016년 3월 7일 ABC뉴스기사 캡처)

2016년 3월 7일 ABC뉴스가 낸시 레이건의 부고 기사를 다루면서 낸시가 심장병을 앓는 한국 어린이에게 도움을 줬다는 내용은 처음 알려졌다. (2016년 3월 7일 ABC뉴스기사 캡처)

 

낸시 레이건 여사는 자신의 이같은 선행을 단 한번도 스스로 언급하지 않았다. 레이건 대통령의 개인 일기에 나오는 내용이 전부이며, 심지어 낸시 여사 자신의 자서전에도 이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낸시 여사가 세상을 떠난뒤 ABC 뉴스가 부고기사를 게재하면서 이 선행을 다룬 것이 공식적으로 소개된 유일한 정보이다. 

 

반면 전속 사진사를 동원하고 동영상 촬영까지 있었던 김건희 여사의 선행은 대통령실의 공식 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여기에 당시 김 여사의 포즈 등이 유명 배우 오드리 헵번을 따라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심장질환 어린이를 홍보에 이용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서섹스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케빈 그레이는 한국 대통령실이 이 선행을 공개하자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난한 남반구 어린이들을 패션 액세서리로 이용했다"고 대통령실의 홍보를 정면 비판했다. 해당 트윗 댓글들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외국 트위터 이용자들의 표현은 'Shameful(수치스럽다)'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에서 행보에 대해 가난한 아이들을 '패션 액세서리'로 이용했다고 비판하는 영국 서섹스대 국제관계학 교수 케빈 그레이의 트위터. (케빈 그레이 트위터 캡처)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에서 행보에 대해 가난한 아이들을 '패션 액세서리'로 이용했다고 비판하는 영국 서섹스대 국제관계학 교수 케빈 그레이의 트위터. (케빈 그레이 트위터 캡처)

 

이쨌든 이 소년이 한국에 와서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낸시 여사의 선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데자뷔'를 경험하고 있다. 김 여사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의상을 따라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김건희 여사가 11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의 집을 찾아 소년을 앉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가 11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의 집을 찾아 소년을 앉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가 미국 대통령 부인의 선행을 따라했다고 하더라도,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행 뒤에 숨겨진 의도가 읽혀지면 그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24년만에 낸시 여사를 만난 이길우씨는 "여사가 나를 '왜', 그리고 어떻게 찾아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알려주자 표현할 수 없는 감사가 밀려왔다"면서 "축복받았다는 말로 밖에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낸시 여사는 자신의 선행을 사람들이 알아주거나 퇴임 후 기억해줄 업적(레거시)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선행은 생색내지 않을 때 진정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상연은 1994년 서울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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