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93

 

[윤석열 1년] "조용한 내조"→평강공주→VIP2 →VIP1 변신
박승철 기자 psc2023@mindlenews.com 입력 2023.05.08 07:20 수정 2023.05.11 11:05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킹메이커의 시간 넘어 스스로 주인공 욕망 드러내
환경, 동물보호, 취약층 지원 넘어 국정에 영향력
대통령실 사진뉴스 단독사진 부쩍 늘어 20배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 "정치인 꿈꾼다" 시각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시민언론 민들레는 창간사 첫 마디에서 윤석열 정권 6개월을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집중 분석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기획 기사를 8일부터 닷새간 연재합니다. 12일에는 마지막으로 전문가 좌담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 1월 UAE 국빈 오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김건희 씨가 걸어 가고 있다. 뒤 쪽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2023.1.15. 대통령실 사진뉴스
지난 1월 UAE 국빈 오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김건희 씨가 걸어 가고 있다. 뒤 쪽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2023.1.15. 대통령실 사진뉴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제가 없어도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만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던 2021년 12월 26일,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허위 경력 의혹’ 사과 기자회견에서 울먹거리면서 국민 앞에서 내놓은 ‘조용한 내조’ 선언이었다. 김 씨는 나서지 않고 조용히 뒤에서 남편을 도와주는 아내로 자신의 미래 역할을 규정했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한국어 이해의 새로운 영역이 제시되기 전이었기에, 공개 석상에 나서기보다 집에서 남편의 건강과 일정을 챙기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그러나 당시에도 김건희 씨의 역할이 막중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훗날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된 김성회 자유일보 전 논설위원은 같은 날 <김건희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였다>는 칼럼에서 “윤석열이라는 왕자에게 선택받은 신데렐라 김건희가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시골검사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려세운 것은 ‘평강공주 김건희’였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전자보다 후자에 방점이 놓였다. 이제 ‘평강공주’로서 킹 메이커의 시간을 넘어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 드러나는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마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주유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옛 애인을 만났을 때 “당신 결혼 잘한 줄 알아. 날 만나 영부인이 되었잖아”고 하자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내가 저 사람(주유소 사장)과 결혼했다면 저이가 대통령 됐을 것”이라고 했다는 일화를 떠오르게 한다. 김어준 씨 등 일부 논평가들은 김건희 씨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힐러리 클린턴과 같이 '정치인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힐러리는 말과 행동이 일치했다.  남편의 대선운동 기간부터 '원 플러스 원(1+1)'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백악관에 입주하게 되면 '대통령2' 역할을 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실제로 건강보험 개혁을 주도하는 등 공적 임무를 수행했다.
 
환경, 동물보호, 취약계층 지원에 방점
 
김건희 씨는 지난 1년간 환경, 동물보호, 취약계층 지원 등에 방점을 찍은 활동을 벌였다. 김 씨는 지난 3월 환경·동물보호 활동가들과 함께 오찬을 함께하며 "환경과 동물보호, 취약계층 지원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 식용 금지 활동에 적극적이었으며 유기견 구조 지원 활동에 남몰래 동참해왔다는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경북 포항의 하천에 가서 직접 쓰레기를 줍기도 했으며 지난해 여름 수해가 났을 때는 남몰래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가 운영하는 ‘안나의집’에서 2시간가량 배식 및 설거지 봉사활동도 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안나의집은 노숙자와 청소년 등 소외계층 400~500명에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인류 공동체를 위한 활동에도 나섰다. 김 씨는 지난 3월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후원회 명예회장이 됐다. 김 씨는 “어린이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다”면서 “코로나19 등 질병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의 명예회장을 맡게 되어 영광스럽다. 백신 개발과 보급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 인권 간담회에 참석해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조하는 등 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내부 권력투쟁의 승리자인가
 
김 씨의 이러한 활동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실, 그리고 윤 대통령 부부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이다. 윤석열 대통령 1년은 사실 김건희 씨의 권력 확대의 과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집권 초반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씨가 지난해 말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도 김건희 씨의 권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왕국 총리 방한 오찬 행사에 참석한 김건희 씨. 2022.11.18. 대통령실 사진뉴스
지난해 11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왕국 총리 방한 오찬 행사에 참석한 김건희 씨. 2022.11.18. 대통령실 사진뉴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진뉴스에서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총 39건에 불과했던 김 여사 단독 사진은 지난해 11월 118건으로 급증하더니 12월(160건)을 거쳐 지난 1월에는 260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윤 대통령 단독 사진 개수 328건에 비하면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초반 6개월(지난해 5~10월)과 이후 6개월(지난해 11월~올해 4월)을 비교하면 20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대통령과 영부인, 부통령 일정을 매일 공개하고 있는 역대 행정부의 백악관 사이트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 전속사진사였던 장철영 행정사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대통령실 직원이 기자한테 ‘우리는 여사님이라 안 하고 VIP2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하더라)”라면서 “(취임)초기부터 그런 걸로 알고 있다. 벌써 1년 됐지 않나. 퇴직자들이 많으니까 나중에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취임 후부터 김건희 씨가 ‘VIP2’로 불려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씨가 ‘VIP2’가 아니라 ‘V1’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는 김건희 씨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중에는 ‘권력서열 1위가 김건희 여사이고 2위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3위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일범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경질하고 김건희 씨의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 동기인 김승희 씨가 의전비서관으로 선임되면서 김건희 씨가 실제로 대통령실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3월 말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사퇴했을 때도 김건희 씨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구용회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여사님을 놓지 않고는 해석이 불가능한 영역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김건희 씨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사 문제뿐 아니다. 지난해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씨의 3자 환담에서 비자 문제를 거론했다. 이재명 당시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씨가 “최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거나 베트남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인이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주석님께서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봐 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밥만 먹고 정책이나 외교적 현안은 김 씨가 얘기했다는 건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순천만 국가정원박람회에 참석한 김건희 씨. 2023.3.31. 대통령실 사진뉴스 
순천만 국가정원박람회에 참석한 김건희 씨. 2023.3.31. 대통령실 사진뉴스
 
지난달 넷플릭스 투자 유치 발표 때도 김건희 씨의 이름이 등장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간중간에 (넷플릭스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콘텐츠와 관련해서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께도 보고드린 적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말씀했다.” 이 매체는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김 여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해설을 우정 덧붙였다.
 
물론 김건희 씨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김건희 씨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맡았던 강신업 변호사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본선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컷오프된 것이 대표적이다. 만약 김 씨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면 본선에서 낙선할지라도 예비심사에서 떨어질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증폭되는 김건희 사법리스크
 
김건희 씨의 영향력이 향후 그의 발목을 잡을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권력이 커질수록 재량권이 많아지며 내부에서 ‘내부 통제자’ ‘준법 감시자’ ‘감사’ 등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적절한 견제를 통해 제어하지 않으면 추후 권력에서 내려왔을 때 문제가 될 소지가 큰 월권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년간 대통령실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다. 특히 천공, 건진 등 김건희 씨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법사들의 행위는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천공이 후보지를 직접 물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대통령실이나 정부에서 아무런 보직이 없는 천공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연결될 수 있다. 건진법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거론하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대통령실은 건진법사를 탓하기보다는 기업 관계자들과 접촉해 “건진법사를 주의하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실 관저 공사 수의계약 의혹도 문제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공사의 일부를 김 씨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를 후원한 업체가 시공을 맡았고, 설계·감리용역을 맡은 업체도 김 씨와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앞으로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본격 가동된다면 ‘사법리스크’가 표면화될 수 있다. 일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법안에 포함돼 있으나 논의 과정에서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 다른 이슈들이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이미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논란이 됐던 논문 표절 의혹, 허위 경력 의혹도 나중에 재론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검언유착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카카오톡 등 통신 수단을 통한 교신 내용, 대선 전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7시간 녹취록에 나타난 “내가 번호를 줄 테니까 거기다 (제보)해. 내가 한동훈이한테 전달하라고 할게”라고 발언한 내용 등 향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내용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 모 씨 관련 각종 의혹도 여전히 ‘살아있는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김건희 씨의 미래는 ‘열린 질문’
 
향후 김건희 씨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1972년생으로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 배우자였던 고 육영수 씨, 그리고 이순자 씨(재임 시 기준)를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 부인 가운데 가장 젊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많다는 말이다.
 
그가 법정에 서게 될지 아니면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처럼 대통령 배우자를 넘어서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의 길을 가게 될지는 미지수다. 가깝게는 여당, 야당, 시민사회를 포함한 한국 사회의 세력 구도와 내년 총선 결과에,  길게는 차기 대선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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