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7
[윤석열 1년] 그새 한국경제 성한 곳 없이 '사면초가'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입력 2023.05.08 07:21 수정 2023.05.11 11:04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경제 분야
격변기에 대응할 철학도 비전도 못갖춰
극단적 재정소극주의…부자감세엔 열심
혁파해야 할 부동산공화국 부활에 올인
외환위기의 악몽 '쌍둥이 적자' 또 온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시민언론 민들레는 창간사 첫 마디에서 윤석열 정권 6개월을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집중 분석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기획 기사를 8일부터 닷새간 연재합니다. 12일에는 마지막으로 전문가 좌담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사방이 막히고 적으로 둘러싸인 형국을 일컬어 사면초가(四面楚歌)라 한다. 취임한 지 1년이 된 윤석열 정부가 얻은 경제성적표가 꼭 이와 같다. 최근 한국 경제는 미·중간의 헤게모니 쟁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구조적 인플레이션, 고금리,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의 대형 악재들과 봉착한 상황이다. 외부환경이 극악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주체적 역량이 중요한 시기이다. 한데 윤석열 정부가 1년 동안 보여준 경제실력은 절망 그 자체다.
윤석열 정부는 새로운 경제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기는커녕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에 강박적으로 매몰된 채 부자감세에만 골몰하고 있다. 또한 윤 정부는 부동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발전적으로 지양할 가능성을 타진하기보다는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에 올인 중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미국 추종과 탈중국 선언은 무역수지 적자의 폭증을 야기했고, 이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거기에 대규모 세수결손에 따라 재정수지 적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외환위기 직전 대한민국이 쌍둥이적자에 시달렸음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위기징후가 아닐 수 없다.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종교적 맹신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개념적 특징들을 몇 가지 열거하자면 작은 정부, 긴축적 통화정책, 긴축적 재정정책, 감세, 복지축소, 노동조합에 적대적 태도, 자유무역 등이다.
한데 전 세계적 신자유주의 실험이 다대한 폐해를 낳았기에 세계 주요국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예컨대 세계 주요국들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가져가되, 재정정책은 확장적으로 운용 중이다. 재정건전성이라는 만들어진 신화에 강박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마치 망망대해에 고립된 갈라파고스 군도를 방불케 하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를 극히 긴축적으로 운용중이다.
윤 정부의 대표적 성장담론인 신성장 4.0을 보더라도 한계가 명백함을 알 수 있다. 신성장 4.0은 기후변화와 재분배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는 데 더해 재벌 지원에 편중된 기술 편향적 산업정책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성장담론은 미중 패권 경쟁 등을 위시한 국제정치와 경제 안보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낙수효과론의 변형에 불과하다.
건설노동자의 분신자살이라는 참극을 야기한 것도 윤석열 정부가 신자유주의의 적대적 노동조합관(觀)을 공유한 데서 상당 부분 연유한다. 물론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비교하고, 노조를 조폭과 견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신자유주의의 그것을 아득히 능가하긴 하지만 말이다.
부자감세 위해 나라 곳간을 비우는 윤 정부
재정처럼 특정 정부의 철학과 가치관과 지향이 드러나는 부문도 드물다. 거칠게 말해 재정이란 것은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만큼 거둬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관을 한마디로 하자면 '세금을 주로 내는 재벌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기 싫으니 재정을 최대한 적게 쓰겠다' 정도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예산과 2024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재정 총량의 엄격한 관리와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논리필연적으로 복지 절벽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히 치명적인 건 윤 정부의 재벌 감세 및 부자감세 추진이다. 윤 정부는 K칩스법을 통해 재벌 대기업에 대한 조세특례 지원을 강화하고, 보유세·금융소득 과세·상속세 대폭 완화를 추진 중이다. 물론 의회의 법률 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이 많은지라 윤 정부의 감세안이 관철되진 않고 있지만 참으로 걱정되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윤 정부의 극단적 재정소극주의에 부수되는 재벌 및 부자 감세 드라이브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자산 과세에 대한 무력화 추진으로 노동소득이 아닌 불로소득을 정부가 보호하며 조세정의를 완벽히 형해화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윤 정부는 재벌 및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긴축재정 기조를 불가역적이고 영구적인 것이 되게 할 수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 시도에 올인 중이다. 그러나 재정준칙 법제화는 사회정책 확대와 공공성 확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기재부의 예산 통제를 강화하는 악법이라는 점에서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민생예산 삭감과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공공부문의 적자 누적이 민영화의 명분과 근거가 되는 현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부양에 올인하는 윤 정부
주지하다피시 대한민국의 고질(痼疾) 중 하나가 부동산공화국이다. 부동산공화국은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의 폭증, 성장률 침하, 근로의욕의 저하, 저출산, 자원배분의 왜곡, 예산의 낭비, 경기진폭의 확대 등 수다한 부작용을 낳는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공화국 혁파는 고사하고 금리 인상에 따라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공화국을 부활시키고자 온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공화국 부활 획책 프로젝트는 전방위적이다. 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취득세 중과, 양도세 중과를 전부 형해화시키려 시도 중이며, 전임 문재인 정부 최악의 실책으로 평가되는 아파트 등록임대제까지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하였다.
또한 윤 정부는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개선과 서민 주거 부담 완화라는 명목 아래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보유주택 주담대 규제를 완화해 주택 구입 시와 동일한 LTV 규제를 적용할 것을 천명했고, 이에 따라 9억 원 초과 주택 임차보증금 반환 주담대 전입의무(현 3개월)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현 2억 원), 15억 원 초과 아파트 임차보증금 반환 주담대 한도(현 2억 원)가 폐지될 예정이다. 한 마디로 대출의 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은 덤이다.
윤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의 규제지역을 해제했으며, 분양권과 재건축 관련된 규제 거의 전부를 풀려고 시도 중이다.
한편 윤 정부는 공공임대의 경우 공공임대 50만 호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면서도 "필요 시 탄력적인 주택 공급 추진"이라는 단서를 달아 부동산 대세하락에 미약한 힘이라도 보탤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지금이야 금리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참가자들을 짓누르고 있어서 시장이 하향안정 기조를 유지 중이지만, 금리의 향배가 바뀌고 경기가 호전될 전망이 보이면 부동산 시장은 또다시 화염지옥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화염지옥을 위한 땔감을 부지런히 시장에 공급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를 위한 '부동산 정책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12. 연합뉴스
충격과 공포, 쌍둥이 적자의 출현
흔히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가 동시에 일어난 상황을 일컫는다.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의 경우 이 쌍둥이 적자를 감내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서는 쌍둥이 적자의 등장은 경제에 적신호 중 적신호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대한민국이 이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통관기준잠정치)은 496억 2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14.2%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1%)의 낙폭이 가장 크고, 국가별로는 중국(-26.5%)과 아세안(-26.3%) 등의 낙폭이 크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22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동월보다 13.3% 감소한 수치다.
4월 무역수지는 수입액 격감에 따라 26억 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그 중 대중 무역적자가 22억 7000만 달러다. 무역수지 적자의 압도적 부분이 대중 무역수지 적자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대중 무역수지는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상태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50억 6000만 달러로, 이는 작년 연간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1.4%에 해당한다.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보다 충격적인 소식은 지난 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한은이 4월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 2000만 달러(약 6861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수출 부진에 따른 상품수지 적자가 5개월째 이어졌고,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도 20억 달러를 넘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대한민국의 경상수지 적자 추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뿐이 아니다. 재정수지까지 무너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4월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를 보면, 2월까지 누적 총수입은 90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6조 1000억 원 줄었다. 총지출 역시 114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조 6000억 원 줄었다. 이에 따라 2월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24조 6000억 원 적자였으며,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수지) 적자는 30조 9000억 원이다. 2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조 9000억 원이 더 크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적자 비율 목표 2.6%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폭증한 것은 무엇보다 국세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2월까지 국세수입이 54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 7000억 원 줄었다. 이는 역대 최대폭 하락이다. 세외수입은 5조 5000억 원으로, 한국은행이 국고에 납입하는 잉여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3조 4000억 원 줄었다. 기금수입은 자산운용수입 증가 등으로 3조 1000억 원 늘어 30조 3000억 원이었다.
총지출이 줄었음에도 실질적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2월 누계 마이너스 30조 9000억원을 기록하며 재정적자가 악화됐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정부는 기저효과나 경기 위축 등의 핑계를 대지만 이쯤되면 감세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옳다. 하지만 윤 정부는 세수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호언만 거듭 중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한국경제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계속 낮춰잡고 있다. 이젠 연간 성장률 1.5%가 대세이고 그 이하로 전망하는 기관들도 속속 등장 중이다. 외부환경은 어느 것 하나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것이 없다.
악재가 겹겹으로 쌓인 외부환경을 능동적으로 극복해야 할 책무가 있는 윤석열 정부는 철학, 비전, 의지, 실력 모든 면에서 낙제점 수준임이 지난 1년간 너무나 명확하게 판명됐다. 지금 한국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 중이다. 구원의 빛은 언제쯤 비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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