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986338&SRS_CD=0000012220

관련뉴스 :  김어준의 뉴스공장 12월13일 https://www.youtube.com/live/thK_O9rBgLA?si=TvXizSkce7RiXp_u&t=2161
ASML에서 윤 대통령이 얻어야 할 것은? 삼성과 SK가 이미 구축한 반도체 대화체 - 김어준의 뉴스공장  https://bit.ly/48nNSzk

윤 대통령 '네덜란드 MOU'의 실체... 부끄럽지 않나요?
[반도체 열일곱 번째 특별과외] 1주일짜리 단기견학을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로 포장
이봉렬(solneum) 23.12.18 07:07ㅣ최종 업데이트 23.12.18 10:31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2023.12.13 [공동취재]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18일 오전 10시 30분] 
 
오늘은 반도체 업체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대해 대통령께 설명하려고 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 회사들은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AMAT, 일본의 TEL 같은 반도체 장비 제조 회사들로부터 장비를 사오게 됩니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늘 미세화를 향해 발전해 가기 때문에 장비 회사들도 거기에 맞춰 새로운 장비를 개발합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새로 개발된 반도체 장비를 들여와서 운영을 하려면 엔지니어들이 그 장비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반도체 회사가 장비를 구매할 때 반드시 붙이는 조건이 있습니다. 자사 엔지니어에 대한 교육이 바로 그겁니다. 보통의 경우 장비엔지니어와 공정엔지니어를 대상으로 2주에서 4주간의 교육을 반도체장비 회사에서 실시하고,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가 동료들에게 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반도체장비 회사로부터 교육자료 및 장비사용설명서 등을 함께 받습니다.
 
▲ 반도체 장비 회사 AMAT에서 교육을 수료한 후 받게 되는 증서. 장비 회사들은 고객사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합니다. ⓒ 이봉렬
 
저의 경험을 예로 들겠습니다. 한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 다닐 때입니다. 회사에서 AMAT로부터 장비 한 대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제껏 한 번도 도입하지 않았던 새 장비였습니다. 장비 구매 조건에 두 명의 엔지니어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중에 하나로 제가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당시 AMAT의 트레이닝센터는 미국 오스틴에 있었습니다. 가서 2주간 교육을 받았는데 공정에 대한 이론은 물론이고 장비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 장비를 실제로 만져 가면서 실무교육도 함께 받았습니다. 컴퓨터 상에서 장비를 실제로 구동시켜 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는 새로 나온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해 다 익히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천안에 있는 AMAT코리아 트레이닝센터에서 해당 장비에 대해 두 번을 더 교육받았습니다. 이렇게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 하나 양성하는 데 생각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AMAT를 예로 들었지만 ASML이나 LAM, TEL 같은 회사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사 엔지니어들이 자사의 제품에 더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해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도 교육에 적극적입니다. 대부분의 메이저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한국에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어 고객사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반도체 관련 교육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감이 오시나요?
 
▲ ASML이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EUV 트레이닝센터. 장비회사마다 적극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ASML코리아
 
세가지 MOU의 실체
 
이제 대통령님의 네덜란드 ASML 방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번 방문 중에 세가지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입니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산업부 보도자료에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카데미가 신설되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학생들과 재직자들이 ASML 본사는 물론 에인트호벤 공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얻게 되어 EUV 등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 및 관련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ASML본사와 에인트호벤 공대가 EUV 장비 혹은 최첨단 노광공정에 대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닐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산업부의 발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한-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계획(안)" 이라는 참고자료가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의 목적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네 양국 반도체 기업 협력 기반의 글로벌 첨단반도체고급 인재양성을 위한 정규 전문 교육과정 운영"
 
일정은 내년 2월에 1차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참여 대상은 "국내·외 대학원생, 재직자 등"으로 되어 있는데 향후 5년간 "양국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포함하여 약 500명을 양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적혀 있는 대로라면 일년에 양국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100명씩 양성하는 정규 전문 교육과정이 네덜란드 에이트호벤 공대 혹은 ASML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게 맞다면 세 건의 MOU 가운데 "삼성과의 R&D센터", "SK하이닉스와의 수소재생기술개발" 같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에 정부가 슬쩍 얹혀 가는 것과는 결이 다른 그나마 제대로 된 MOU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1차 아카데미 일정이 내년 2월로 MOU를 체결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진행된다고 해서 세부 프로그램(안)을 살펴봤습니다.
 
▲ 반도체 아카데미의 세부 프로그램 설명입니다. 이 정로로 첨단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산업부 보도자료
 
프로그램은 "①첨단반도체 공정기술 특강 ②반도체 솔버톤 ③ASML 등 글로벌 기업 현장 방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①첨단반도체 공정기술 특강"은 말 그대로 반도체 관련 명사를 불러서 특강을 듣는 것입니다. 전임자가 정해진 정규교육과정이 아니라 회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특강인 겁니다.
 
"②반도체 솔버톤"은 "반도체 업계 난제 등 기업 제시 문제를 교육생들이 팀을 이뤄 해결하는 팀 프로젝트 챌린지"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기업이나 대학에서 2박3일 정도의 단기 일정으로 특정 문제해결을 위한 팀 경진대회 하는 걸 솔버톤이라고 하는데 반도체 전문가 양성과정에 솔버톤이라니 조금 의아합니다.
 
"③ ASML 등 글로벌 기업 현장 방문"은 네덜란드에 있는 ASML와 반도체 회사 NXP, 에인트호벤 공대 등 첨단 반도체 기업 및 연구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포스코나 현대자동차 생산현장을 견학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일정입니다.
 
이 세가지 과정을 모두 마치는 전체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단 일주일입니다. 설마 그럴리가 있나 싶어 이 아카데미를 주관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문의를 해서 확인했습니다.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가운데)과 함께 방문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23.12.13 [공동취재] ⓒ 연합뉴스
 
일주일 견학이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라고?
 
한국에는 반도체특성화대학원이 KAIST, UNIST, 성균관대 등 세 군데가 있는데 여기 대학원생 중 일 년에 100명씩 선발해서 일주일동안 네덜란드에 보내는 초단기 일정이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일주일 동안 네덜란드에 가서 특강과 솔버톤, 견학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배워올 수 있을까요?
 
이건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정규 전문 교육과정이 생기는 게 아니라, 사실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짜리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 단기 견학과정이 생긴 겁니다. 그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지출된다고 합니다. 이걸 대통령님은 네덜란드 방문 3대 성과 중 하나라고 포장했습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입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게 우리 기업들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반도체 장비를 사고 있는 핵심 고객입니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그런 한국에 장비 한 대라도 더 판매하기 위해 한국에 거점을 만들고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환경이 안 되면 미국이나 네덜란드까지 초청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학과 대학원생들에게 현장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한국에 있는 반도체 장비 업체의 트레이닝센터와 연계해서 대학원생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체험을 하게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네덜란드까지 가서 교육을 시키는 쪽은 번거롭고, 받는 쪽은 실효성 별로 없는 이런 단기견학상품을 만들어야 했습니까?
 
외국 방문 성과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이런 어이없는 것까지 만들어 발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양국이 체결한 건 MOU(양해각서)입니다. 구속력 없는 문서라 굳이 시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통령님이 다시 검토해서 이건 없던 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반도체 특별과외 시리즈]
①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경악... 이건 특별과외가 필요합니다 https://omn.kr/1zjg5
② 윤 대통령, 또 틀렸다... '반도체 15만 양병설'은 헛발질 https://omn.kr/1zxnn
③ '곤두박질' 윤 대통령, 지지율 올릴 뜻밖의 묘수 https://omn.kr/2064a
④ 반도체마저? 윤 대통령님, 이러다 나라 망가집니다 https://omn.kr/235lv
⑤ 윤석열 대통령님,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https://omn.kr/23cln
⑥ 윤 대통령, 미국 가서 이것 못하면 반도체는 끝장이다 https://omn.kr/23e8s
⑦ 한국은 요주의 국가? 윤 대통령 때문에 망신살... https://omn.kr/23jvm
⑧ 윤 대통령의 '바보같은 짓'... 벌써 외국서 신호가 오네요 https://omn.kr/23ygd
⑨ 한국언론과 외신의 차이... 윤 대통령 입이 걱정입니다 https://omn.kr/24254
⑩ 우려가 현실로... 반도체가 이 지경인 건 대통령 때문입니다 https://omn.kr/24ec8
⑪ 중국 휴대폰 속 보고 '덜덜'... 대통령님, 이거 정상 아닙니다 https://omn.kr/25l0w
⑫ 대통령의 삽질, 국책연구원의 소신 담긴 반전 보고서  https://omn.kr/25l05
⑬ 윤 대통령 때문에 우리 기업들 문 닫게 생겼습니다 https://omn.kr/25oje
⑭ 미 반도체 가드레일 규정 발표...윤 대통령님, 도대체 뭘 하셨나요? https://omn.kr/25sxm
⑮ 한미동맹 성과? 미국 기업만 살판난 걸 대통령님 모르십니까 https://omn.kr/25xmy
⑯ 외국 반도체업체의 뼈아픈 지적... 윤 대통령이 망치고 있다 https://omn.kr/26o22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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