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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은 재탕?…1년 전 이미 '강력한 조약'
기자명 애틀랜타=이상연 기자   입력 2023.12.13 19:54  
 
외신 "양국 반도체 동맹 이미 강력...지난해 협력 조약 체결"
12일 체결한 정부 MOU, 한국 학생 '1주일' 연수 프로그램
퇴임 앞둔 뤼터 총리는 NATO 사무총장 출마 위해 독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헤이그 총리실에 도착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헤이그 총리실에 도착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국빈방문을 통해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대통령실의 주장과는 달리 외신들은 "이미 양국은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AFP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대통령실이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chip alliance)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미 양국은 끈끈한 무역 관계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에 앞서 윤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던 AFP 통신은 이날 "강력한 반도체 협력을 외치고 있는 한국과 네덜란드는 오히려 현재 서방과 중국이 벌이는 반도체 전쟁의 싸움터가 됐다"면서 "중국 정부는 네덜란드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기술적 테러리즘'이라며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네덜란드 정치권이 새로운 내각 구성과 현 마르크 뤼터 총리의 내년 초 정계은퇴 및 NATO 사무총장 도전 등으로 뒤숭숭한 상황이어서 윤 대통령 방문의 외교적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방문의 주요 성과는 삼성과 SK, ASML 등 민간 기업들의 투자 협력이고, 과도 내각 특성상 정부간 협정 조약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날 삼성과 하이닉스가 ASML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기업간 교류가 강화됐다는 소식을 전한 로이터 통신도 정부간 교류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서울 방문 당시 양국이 이미 전략적 협력 조약(treaty)에 서명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이 조약은 양국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을 보호하고 장려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 과도 내각을 관리하는 뤼터 총리가 지난해 조약보다 강력한 약속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 언론들은 13일자 보도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ASML을 찾은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반도체 웨이퍼(원판)에 마치 '동맹 서명'을 한 것처럼 부풀려 보도했지만 실상은 '방문 기념' 문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국왕은 외교적 실권이 없어 동맹 조약이나 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이퍼에 남긴 서명.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이퍼에 남긴 서명.
 
뿐만 아니다. 양국 통상담당 장관들이 서명한 한-네덜란드 반도체 아카데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내용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MOU를 통해 향후 5년간 500명의 한국 반도체 석·박사 과정 인력이 네덜란드 ASML과 아인트호벤 공대 등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을 배우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2월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은 1주일의 단기 연수프로그램이어서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와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이 과대 포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정치권이 새로운 총리 지명과 내각 구성을 위해 혼란스러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마르크 뤼터 총리는 윤 대통령의 도착 일자인 11일 독일 연방 의회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은 극우성향 자유당의 게르트 빌더스 당수가 차기 총리 지명을 위해 공식적으로 연정 제안을 내놓은 날이었지만 뤼터 총리는 독일행을 선택했다. 
 
이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자국에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뤼터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에 출마하기 위해 국외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뉴스 등 유럽 언론들은 "현재 뤼터 총리의 관심은 네덜란드가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과 NATO"라며 "뤼터가 소속된 자유민주당(VVD)도 이미 새로운 여성 당수인 딜란 예실고스가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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