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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체계, 그리고 한미 FTA 반대의 당위성 
(서프라이즈 / 권종상 / 2012-03-03)

제 작은아들 지원이는 조금 전에 간호원들의 손에 이끌려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앞까지는 쫓아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간호원들이 지원이를 부축해 들어가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만사 이벤트화의 시대’에, 병원에 카메라를 가져오는 것을 깜빡한 아빠는 얼른 애 엄마에게 전화해 카메라를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고 아내는 큰놈을 학교에 떨어뜨리자마자 얼른 카메라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마치, 뭐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마음도 아이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본 후엔 다시 걱정으로 바뀝니다. 어쩔 수 없는 아빠의 마음입니다. 애가 회복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당장 이 녀석이 수술 끝날 때까지 저는 여기 이렇게 앉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엔 별 변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직장에서 가족 수술의 경우엔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해 주어 오늘 하루 일을 뺄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아이를 깨우려 했지만, 지원이도 스스로 좀 걱정이 됐는지 일찍 일어나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코 한쪽이 막혀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은 벌써 꽤 되는 일이지만, 우리 부부는 그게 그저 알레르기려니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원이의 비강은 수술을 요할 정도였고, 또 귀의 고막 부근도 수술을 요해서 오늘 하루 동안 두 건의 수술을 한꺼번에 치르기로 했습니다.

병원에 다녀왔는데 집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지원이 수술 비용을 알고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보험에서는 80%밖에 커버를 해 주지 않는다며 수술비 총액은 3천5백 달러 정도이고 보험에서 커버되지 않는 나머지 20%는 7백 달러 정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나올 것 같으니 일단 2백 달러를 먼저 내고 나머지를 나눠 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병원에서 그런 제안을 해 왔습니다.

정말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 ‘개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에 4백 달러 가까운 의료보험 프리미엄을 물고 있고 그나마 그것도 절반 이상은 우체국에서 내 주는 건대도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곳의 의보 제도는 절대로 한국의 제도를 따라오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는 곧 서명 발효된다고 합니다. 자유무역협정은 ‘의료 민영화’의 다른 이름입니다. 공적 영역에 있어야 하는 의료 서비스가 사유화되고 영리화되는 것, 이것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하지만 그 서비스를 받기 위한 비용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장 복제약 제조가 불가능해져 약값마저 오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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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의 돈지랄 출처 : 보건의료 학생모임

미국의 슈퍼마켓엔 치과 관련 제품들이 참 많습니다. 진통제는 물론이고 치실, 워터픽 등 치과질환 예방이나 치료 관련 약품이나 물품을 참 쉽게,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치과 치료에 드는 가격 때문입니다. 치과에 가면 보험이 없는 사람이 치아 교정을 포함한 몇 가지 케어를 받을 경우 1만 달러 정도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아이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병원에서 해 본 생각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만, FTA의 진실은 결국 상대 교역국의 ‘제도’의 틀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교역 당사국이 우리보다 국력이 강할 경우 그 나라의 제도에 복속되다시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경우, 그리고 미국과 크게 국력이 차이 나지 않는 캐나다와의 경우를 보아도, FTA가 왜 불평등 조약일 수밖에 없는가가 드러납니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지 오래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익, 특히 ‘실익적 측면’이란 면에서 과연 도움이 될까요?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참 많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지원이의 수술이 끝나겠지요. 아이의 수술이 잘되기를 기다리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바로 한국이 모델로 삼으려고 하는 그 ‘미국의 의료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혜택의 수준’은… 겨우 이 정도입니다. 과연 여러 가지로 볼 때 한미 FTA가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특히 대다수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의 기준은 국민 개개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비추어 생각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라는 개인이 ‘국가’라는 시스템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화두여야 하는데, 말로는 복지국가를 외치면서 모든 국민들을 더욱 거대하고 무자비한 무제한 경쟁으로 몰아붙일 FTA… 정말 걱정됩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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