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유포에 허위정보 확산...여전히 폭력에 노출된 서부지법 취재진
MBC “이르면 금요일 고소” JTBC “민·형사상 법적 대응 중”
항상 존재했던 사이버불링, 미온적 대응이 문제 키웠다는 지적
기자명 윤유경 기자 602@mediatoday.co.kr 입력   2025.01.21 14:53 수정   2025.01.21 15:03
 
▲ 사이버불링. 디자인=미디어오늘 이우림.
▲ 사이버불링. 디자인=미디어오늘 이우림.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의 취재진 대상 폭력이 온라인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피해 정도가 높은 MBC, JTBC가 강경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오랜 시간 지적돼 온 사이버불링 문제에 더 명확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선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앞 집회 현장을 취재한 MBC 취재진을 향한 허위정보와 조롱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다시는 2030 우파를 무시하지 말라”며 집회 취재 중인 리포터를 촬영한 영상과 함께 해당 리포터의 SNS를 캡처해 신상을 유포하고 조롱하고 있다. 취재진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베, 디시인사이드 등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리포터에 대한 성희롱과 함께 그가 ‘집회에서 할머니를 폭행했다’는 허위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리포터의 피해 현장에 함께 있었던 MBC 취재진은 20일 통화에서 공포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좌빨이다’ ‘MBC다’라면서 사람들이 쫓아오고 폭행과 폭언을 했다. 리포터는 (시위대가 뱉은) 침을 맞기도 했고, (시위대가) 가방을 던져서 맞았다”며 “경찰이 왔는데도 계속 폭행이 이어져 경찰 버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버스를 에워싸 밀치기 시작했다. 이후 순찰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더 맞았고, 사람들이 순찰차를 에워싸 주먹으로 내리치고 차문 손잡이를 열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차 타이어가 펑크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밖에서 ‘너네 나오지마. 어차피 너넨 죽을 거니까’ 등의 말을 하는데 경찰차가 부서지면 진짜 죽을 것 같았다”며 “폭행, 폭언을 당하기 시작한 게 오후 7시30분 경이었는데 바로 옆 마포경찰서에 도착한 게 오후 11시쯤이었다”고 말했다.
 
물리적 폭행과 함께 사이버불링도 이어졌다. 피해 리포터는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한다. MBC 취재진은 “‘JTBC 기자인데 피해 상황에 대해 듣고싶어 연락드린다’며 타사 기자인 척하고 문자를 보낸 사람도 있었다”며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도 댓글이 엄청 달려 경찰서 안에서 비활성화했다. 경찰은 해결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고, 잠잠해지려면 한 달이 갈 수도 있어 번호를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너무 사람이 많아 대항할 수도 없었던 상황인데, 할머니를 폭행했고 욕했다는 식의 허위정보도 퍼졌다”고 말했다.
 
▲ 지난 20일 JTBC가 SNS에 올린 카드뉴스 갈무리. 허위정보와 사이버불링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 지난 20일 JTBC가 SNS에 올린 카드뉴스 갈무리. 허위정보와 사이버불링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JTBC 기자도 사이버불링 피해자가 됐다. 온라인상에선 서부지법에 난입해 소화기를 들고 유리문을 부수려 한 인물이 JTBC 기자라는 허위정보가 퍼지면서, 특정 기자의 신상을 유포하고 조롱·비하하는 게시물이 빗발쳤다. 이 와중에 파이낸스투데이는 해당 기자의 눈만 가려 이를 그대로 기사화했고 가로세로연구소는 ‘충격단독’이라는 표현을 붙인 방송에 기자의 얼굴을 노출시켰다. 이에 JTBC는 20일 오후 “모두 악의적으로 만들어 낸 거짓”이라며 “근거 없는 온라인상 글과 일부 매체의 기사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작성, 유포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상 존재했던 사이버불링, 미온적 대응이 문제 키워
 
사이버불링은 언론인들의 취재를 위축시켰다. 한 MBC PD는 20일 통화에서 “이번 건뿐만 아니라 유튜버 등에게 갑자기 본인의 신상이 공개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조롱 당해 괴로워하는 동료들을 봤을 때 너무 위축됐다”며 “정당한 취재 활동임에도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에게 비하 대상이 된다는 게 너무나 공포스럽다”고 털어놨다. 특히 “여성 취재진은 성희롱 대상이 되고있다”며 “취재를 거부할 수는 있어도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온라인에서 조롱하고 욕하는 건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MBC와 JTBC는 취재진을 향한 사이버불링에 대해 엄정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MBC 측은 20일 미디어오늘에 “카메라 기자, 오디오맨 등 4명이 폭행 당한 건과 함께 취재진에 대한 사이버불링 건도 처리 중”이라며 “현재 채증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금요일 고소를 할 예정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JTBC 측도 같은 날 “법무팀에서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 유포한 언론사, 유튜버, 커뮤니티 운영진 및 사용자에 대한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통해 기자의 신변을 위협하고 취재활동을 저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자들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제도’를 공식 운영하며 취재 과정에서 생긴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원하는 병원 및 상담센터에서 치료를 받도록 안내하고, 상담 및 진료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25년 1월20일 JTBC '소화기로 문 부순 남성이 JTBC 기자? "허위정보에 법적 대응"' 리포트 갈무리.
▲ 2025년 1월20일 JTBC '소화기로 문 부순 남성이 JTBC 기자? "허위정보에 법적 대응"' 리포트 갈무리.
 
언론현업단체에서도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뉴스 영상 클립을 올릴 때 가급적 기자나 출연자 얼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 언론사도 있었다. 좌표 찍히는 걸 염려하기 때문”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수사를 의뢰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방송기자연합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피해 사례를 모아 조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도 같은 날 “기본적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고 물리적 폭행, 사이버불링 등을 포함한 각 사별 피해 상황 사례를 접수 받고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을 향한 사이버불링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1일 “이미 많은 사이버불링 사건이 있었다. BBC코리아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에서 한 여성 기자는 (사이버불링으로 인해) 유산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에 기자방도 있었고, n번방을 취재했던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 기자들이 가족들의 정보까지 이른바 털렸다”며 “취재진에 대한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은 이미 자세히 드러났지만 사회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취재진에 대한 위협이 민주주의 후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언론의 본연의 책무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측면에서 그 감시망이 좁아지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도 “서부지법 폭동 말고도 이전부터 여성 언론인들이 ‘좌표찍기’를 당하는 등 젠더 폭력 사이버불링 사례가 많았다”며 “언론인은 사실상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정당한 언론의 취재 활동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고 언론인을 향한 무차별 테러, 사이버 테러 관련 법적 예방조치가 아무것도 없다. 사고가 터지면 고소하고 심리상담 받는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사이버불링 문제를 기자 개인이 해결하게끔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처장은 “개인이 대응하게 된다면 오히려 공격하는 쪽에서는 ‘기자가 반응’하는 것으로 읽혀서 위협의 강도가 심해질 수 있다. 언론사 차원에서 개별 기자들이 받는 괴롭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불링에 대해 강한 입장을 취하고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토대 위에서 언론인에 대한 사이버불링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취재진 피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 폭동 관련 국회 차원의 언론 피해 대책위를 구성하고, 언론자유 수호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언론인 피해 신고센터를 설치해 19일 폭동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내란선동을 조장하는 일부 보도에 대한 분석·대응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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