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군 특전사 3명, 사복 입고 선관위 연수원 염탐했다
곽종근, 계엄 직후 김용현 지시로 출동시켜
선관위 연수원 점거 치밀한 사전준비 정황
이주빈 기자 수정 2025-01-21 15:42 등록 2025-01-21 14:19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12시7분쯤 흰색 지프에서 내린 편의대 부대원들이 휴대전화로 지도를 살피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12시7분쯤 흰색 지프에서 내린 편의대 부대원들이 휴대전화로 지도를 살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 보낸 ‘사복 군인’들의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동영상을 한겨레가 입수했다. 내란 세력이 선거연수원 점거를 위해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한 정황을 보여준다.
 
한겨레가 21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수원시 팔달구 인근 도로 시시티브이 영상을 보면, 4일 새벽 12시7분쯤 흰색 지프 한 대가 선거연수원 인근 도로에 주차한다. 사복 차림의 남성 3명이 차에서 내려 인근을 둘러보고 휴대전화로 지도를 살핀다. 이들은 선거연수원 점거 전 사전 정찰을 위해 출동한 육군 제3공수특전여단 소속 ‘편의대’로 보인다. 편의대는 현역 군인이 민간인으로 가장하기 위해 군복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첩보·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공소장을 보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특전사 병력 출동을 지시받았다. 곽 전 사령관은 오후 10시24분 김아무개 제3공수특전여단장에게 전화해 “전 인원 비상소집 시켜라. 1개 대대는 과천에 있는 중앙선관위로 보내서 불순분자에 의해 장비나 서버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건물 확보, 경계 지원하고, 출동 장소에 편의대를 먼저 보내라”라고 지시했다.
 
이 시시티브이에는 선거연수원을 둘러싸고 경비를 서는 경찰들 모습도 촬영됐다. 4일 새벽 1시33분쯤 경광봉을 든 경찰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다 약 1미터 간격으로 한명씩 선거연수원 담장 인근을 둘러싼다. 조지호 경찰청장 공소장을 보면, “경찰 총 111명이 3일 밤 11시17분경부터 다음날 새벽 2시11분까지 선거연수원 정문·후문 등 4개 출입문 봉쇄하고, 선거연수원 연수생 등 사람들의 의사에 반해 출입을 통제했다”고 나와 있다.
 
이 시시티브이 동영상을 보면, 경찰 차량이 선거연수원 인근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4일 새벽3시가 넘어서다. 2시20분쯤부터 군인 버스, 구급차, 편의대 차량이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이어 경찰 소형버스가 철수하고 마지막으로 철수한 경찰 대형버스가 잡힌 시각은 새벽 3시36분이다. 공소장에는 새벽 2시11분까지 출입문을 봉쇄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경찰이 철수한 시각은 이를 1시간 이상 넘긴 시점인 것이다. 2차 계엄에 대비해 복귀를 미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박선원 의원은 “내란 전후 시시티브이를 확보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 공소장에 등장하는 관계인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검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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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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