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자 폭동’ 흐림 처리에 “민주주의 짓밟는 행위 필터링”
현재까지 JTBC·MBC만 부가 처리 안 해…영상기자협회장 ‘보호 대상이란 인상, 민주주의 짓밟는 현장 심각성도 희석’ 지적
기자명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입력 2025.01.20 21:08 수정 2025.01.20 21:14
![▲서부지법에 난입해 부수는 극우 시위대 또는 폭동 현장을 흐림처리한 YTN, KBS, SBS, 연합뉴스TV 보도 갈무리](https://cdn.mediatoday.co.kr/news/photo/202501/323862_459436_4213.jpg)
▲서부지법에 난입해 부수는 극우 시위대 또는 폭동 현장을 흐림처리한 YTN, KBS, SBS, 연합뉴스TV 보도 갈무리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방법원을 부수고 언론인을 폭행하는 이들의 얼굴이 대다수 방송 뉴스에서 ‘흐림 처리’되어 전달되고 있다. 언론계 일각에선 이 같은 편집이 영상취재 보도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부터 20일 오전 기준 KBS와 SBS, YTN, 연합뉴스TV, TV조선, 채널A 등 지상파·보도·종합편성채널 방송사 대다수는 극우 시위대가 무차별로 서부지법을 부수고 난입해 판사를 잡으러 찾아다니는 현장을 전했다. 경찰·언론인이 폭행하는 모습도 방송됐다. 모두 시위자의 몸통이나 앞·옆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화면 전체 또는 일부를 흐림 처리한 영상들이다.
반면 JTBC는 관련 보도에 흐림처리를 하지 않았고, MBC는 당일 새벽의 일부 보도를 제외하면 역시 이 같은 편집을 하지 않았다. 특히 JTBC는 19일 취재진이 법원 청사 안에 함께 들어가 시위대가 7층 판사 개인 집무실까지 침입해 샅샅이 뒤지는 모습을 단독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가 소화기를 휘두르거나 발로 차 문과 자물쇠, 보안장치를 부수는 모습을 별도 흐림처리 없이 그대로 전했다. 영상기자협회에 따르면 KBS는 20일 오후 방송부터 흐림처리를 거두기로 결정했다.
![▲19일 JTBC 뉴스룸 유튜브 캡쳐화면.](https://cdn.mediatoday.co.kr/news/photo/202501/323862_459429_2546.jpg)
▲19일 JTBC 뉴스룸 유튜브 캡쳐화면.
한국영상기자협회가 발간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과 시위 보도 판례를 종합하면, 집회 참여자와 시위자는 원칙적으로 초상권 보도 대상이 아니다. 협회 가이드라인은 언론을 통한 공개는 집회에 참석하거나 시위를 하는 행위의 의도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시위자는 초상 촬영과 공개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년 촛불집회 참가자가 현장 보도에 초상권 침해를 주장한 소송에서 △집회 보도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데다 △특정인을 의도해 촬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참여자 스스로 사진 촬영 가능성을 예견한 점 등을 고려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집회 참여자가 촬영 거부 의사표시를 하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MBC는 폭동 현장을 전한 19일 새벽 뉴스특보(위)에선 흐림처리를 했다가 거둬 이후부턴 하지 않고 있다(아래). MBC 유튜브 갈무리](https://cdn.mediatoday.co.kr/news/photo/202501/323862_459432_3636.jpg)
▲MBC는 폭동 현장을 전한 19일 새벽 뉴스특보(위)에선 흐림처리를 했다가 거둬 이후부턴 하지 않고 있다(아래). MBC 유튜브 갈무리
폭동을 일으킨 현장과 시위자를 언론이 자체적으로 흐림 처리하면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보호의 대상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20일 통화에서 “집회 참가자는 공개 의사표현을 위해 공개적인 장에 나섰으므로 초상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언론이 공개적 시위대의 폭력을 원칙 없이 흐림 처리해,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이들이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법치주의와 언론자유, 민주주의 짓밟는 행위의 중대성도 한꺼풀 필터링 돼 대중에 전달된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법원 창문 깨는 상황을 흐림처리한 채 보게 되면 그 행위는 그만큼 덜 심각해보인다”고 했다.
나 협회장은 “12·3 내란사태 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로 보여든 시민들 얼굴을 언론은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폭동 사건은 특히 초상권 보호로 접근하면 안 되는 대상임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협회장은 “이전에도 언론은 시위하는 노동자의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서,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들의 시위는 흐림처리하는 등 초상권 보호 조치를 일관성 없이 과도하게 적용해왔다”고 덧붙였다.
나 협회장은 19일 협회 운영위원회 내 공지를 통해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은 초판부터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는 초상권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기존 시위와 관련한 법률, 법원의 판례, 현장 영상기자와 법조인, 언론학자들의 토론을 거쳐 밝혀 놓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법치, 언론자유를 폭력과 선동으로 유린하는 자들에 대한 국민과 시청자들의 정확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밤새 여러 영상기자들이 시위대에 맞아서 부상 입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후배들이 위험 속에서 힘들게 취재하고 있으니 데스크 분들께서 이 부분도 참고해 원칙적으로 보도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나 협회장은 이 같은 공지에도 극우 시위대 얼굴을 가린 방송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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