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반대로 전과자 된 농민들..그래도 씨앗을 뿌린다
입력 : 2012-03-07 10:10:05ㅣ수정 : 2012-03-07 10:10:05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있는 두물머리는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업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팔달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 제시되었고 수십 년간 유기농재배가 이루어진 땅이다. 2009년 두물머리에는 유기농업을 하는 11가구의 농가가 있었다. 2009년 4대강 사업의 출범과 함께 이곳은 ‘한강살리기 사업’ 제1공구로 지정되었고 정부의 회유와 압박 속에 7가구의 농민들은 두물머리 지키기를 포기하고 떠났다.

두물머리는 굴삭기가 단 한 번도 흙을 파보지 못했을 정도로 4대강 사업을 단호히 거부해왔던 곳이자, 현재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마지막 남은 투쟁지기도 하다.

 
두물머리 유기농 투쟁 농민 마을 입구

두물머리 네 농민, 네 전과자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농민 네 명의 힘만으로는 버거웠다. 환경단체, 시민단체, 천주교연대 등에서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힘을 보태주었다. 네 명의 농부와 이들 단체는 팔당공동대책위(이하 ‘팔공위’)를 설립하여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함께 싸웠다.

팔공위에 께름칙한 마음을 안겨준 사건이 있었다. 지난 1월 네 명 농민의 앞으로 법원통지서가 날아왔다. 벌금통지서였다. 법원은 네 농민의 이름에 각각 50만원씩, 총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범죄사유는 불법경작이었다. 점용허가가 취소된 땅에 농작물을 경작했으니 무단경작이라는 것이다. 

팔공위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두물머리 땅은 사유지가 아니다. 팔당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의 땅이 수몰되었고 현재의 유기농가가 자리 잡은 땅은 당시 가라앉지 않고 남은 땅이다. 두물머리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이었기에 기존 방식의 농사를 할 수 없었고 생계를 꾸릴 특별한 자원마저 없던 지역이었다. 당시 농민들은 유기농업을 하자는 결론을 냈고 나라에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 경작하게 되었다. 유기농업 하천점용 허가는 몇 년 단위로 연장하는 식으로 이어져왔고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해도 유기농업을 장려한다며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정부가 갑자기 12년까지 연장된 하천점용 허가처분을 취소했고 현재 팔공위는 이 허가취소처분의 취소 소송을 내며 힘겨운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소송은 1심에 승소, 2심에 패소하였으며 현재 대법원 상고 중이다. 총선 전에 이 소송을 심리할지, 기각할지 결과가 나오며 팔공위 모두 마음 편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존에 있던 11농가 중 7가구가 떠난 자리는 농사허가가 취소되었다. 네 농민에게 불법경작이라는 범법사유를 붙인 이유는 주인 없는 땅인 7가구 농가의 땅에 유기농채소를 재배했기 때문이다. 이 땅에 무단경작을 한 이들은 두물머리에 거주하는 4가구농민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은 투쟁의 일환으로 시위가 아닌 ‘빈 땅에 경작하기’ 운동을 했다. 어느 날, 경작의 대가로 4명의 유기농민들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함께 투쟁하였으나 누군가만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었다. 투쟁하는 농민을 도와주려다 도리어 이백만원의 벌금을 얹어준 씁쓸한 투쟁현실이었다.

이 외에도 네 농민에게는 업무방해, 공무집행 방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죄목으로 농민 한 명 당 서너 개의 전과가 주어졌으며 넷이 합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어 있다. 법원을 들락거리느라 농사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이기에 불안정한 수입과 맞물려 무시무시한 벌금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도시에서 밭으로 오늘 귀농 농부의 마음

따로 시위를 하냐는 질문에 4대강 사업저지 천주교 연대 사무국장 김재욱(47) 씨는 “시위는 하지 않아요. 경작과 단식기도를 통해서 투쟁을 해요.”라고 대답했다. 농민들에게 불법경작에 대한 벌금이 부과되었지만 팔공위는 경작을 멈추지 않을 셈이다.

유기농 재배가 가능한 공터

이어 “7가구 농가가 살던 땅도 그렇고, 여기 빈 땅이 전부 비옥한 땅이에요. 수십 년을 유기농업 하려고 갈고 닦은 땅이죠. 얼마나 좋은 땅인지 여름이 되면 지렁이가 엄청 나와요. 매일 4대강 저지 미사를 드리는 곳에 십자가가 있는데, 이 십자가를 죽은 버드나무가지로 만들었어요. 죽은 가지였는데도 봄이 되니까 가지가 나고 새싹이 나더라고요. 여기가 정말 비옥하단 증거죠. 우리는 이 농지를 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농지는 농사를 지어야 농지니까요. 그게 이 땅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라고 말했다.

죽은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십자가. 잔가지가 났다.

네 명 농민들도 빈 땅 경작에 동의했다. 남은 네 명의 농민은 모두 귀농 농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양수리로 들어왔다. 네 명 농민 중 한 명인 최요왕(47) 씨는 구태여 이곳을 지키려 애쓰는 이유가 마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 남아있는다고 해서 유기농이 지켜지고, 떠난다고 해서 유기농이 안 지켜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 농업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말이에요. 저는 유기농이 농업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고 봐요. 유기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고요. 산업화 시대에서 유기농이 단순하게 농업의 기존 역할을 함으로써 산업화 이외의 근본적인 역할을 상기시키고 찾고 있다고 봅니다. 유기농업을 계기로 농업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고 있는데 그것마저도 개발의 논리 앞에서는 소용없다는 점이 무척 속상해요. 이 땅이 소중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문제에 가까워요. 국가에선 개발의 논리를 앞세워 국책사업을 시행하고, 우리가 버티니까 유기농업이 수질오염의 원인이라고 이유를 들이대는 게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여기서 개발이 도시에 유익하고 유기농업이 수질오염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떠나버리면 나는 죽은 목숨인 거죠. 세상을 이루는 근본인 농업을 한다는데 뿌듯함이 있어요. 직장을 버리고 농업을 선택한데는 이유가 있단 말이에요. 다른 데 가서도 농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 ‘농사를 짓자’고 다짐했던 귀농했을 때의 마음은 잃어버리겠죠.”

최요왕씨가 기른 유기농 양상추

두물머리 농민들은 유기농업이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가지만 투쟁을 위한 여러 가지 사안들로 농업에 신경 쓰기 힘든 점이 많다고 한다. 출아량이 줄어 수확도 줄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자연스레 경제적인 문제가 생긴다. 경제적인 문제는 곧 가정적인 문제로 불거져 투쟁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깨에 돌을 더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농부들이 이 비옥한 땅을 지키려하는 것은 그들의 농부로서의 마음가짐을 지키려는 것과 같다. 

두물머리 사람들이 공생하는 법

팔공위는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해 광화문에 가 시위하는 대신 여러 대안을 모색하는데 애썼다. 두물머리 상생 대안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다. 밭을 콘크리트로 메워 자전거와 수변공원으로 만들려는 4대강 개발안 대신 한강나루터를 재현하고 유기농 체험관을 만들어, 유기농지를 없애지 않고 4대강사업과 상생하려는 대안을 찾고자 했다. ‘두물머리 유기농 상생대안 모델 수용 건의문’을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제출했지만 확답이 온 적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 대안 찾기라는 평화로운 존속방안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불법경작에 대한 벌금의 경우도 그렇다.

투쟁을 돕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물머리 무단경작 작목반’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올 봄 대규모 농사를 계획하고 있다. 빈 땅과 7가구 농가의 땅에 그들의 힘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경작에 대한 벌금이 4명 농민에게 일방적으로 부과돼선 안 될 것이다. ‘무단경작 작목반’은 벌금을 직접 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김재욱 씨는 “두물머리를 지키는 가장 큰 방법이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 땅이 농지로 남게 하려면 농사를 해야 하는데 네 사람만으로는 힘들어요.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사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함께 짓고, 그렇게 해야 두물머리 농지가 지켜질 수 있다는 취지를 알리기 위해 만들었어요.”라고 ‘두물머리 무단경작 작목반’의 취지에 대해 말해왔다.

대규모 봄 농사는 미리 벌금을 모으고 개인 연락처가 적힌 푯말을 걸어 네 농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획되고 있다. 농사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네 농민이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한다. 


이현주/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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