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더럽힌 '軍의 양심' 대령들이 지켰다[한반도 리뷰]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2025-02-15 06:05
 
장군들이 실추시킨 명예도 자존심도…
'의인 아닌 의인' 조성현 1경비단장, '국회 진입, 의원 끌어내라' 지시 증언
"부하들이 알고 있다. 일체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
특전사는 김현태 단장, 방첩사는 윤비나 실장이 12.3의 유혈사태 확대 막아
무능한 지휘, 비겁한 변명, 책임전가 일관한 장군 지휘관들을 오히려 구한 셈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주요 장성급 지휘관들이 군의 명예와 양심을 실추시킨 가운데, 그 동생 격인 대령들이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이 되고 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대령)은 13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의원' '요원' '인원' 표현을 언급하며 핵심 탄핵 사유의 하나인 입법권 침해를 부인하는 것에 대한 결정적인 반대 증언이다.
 
조 단장은 국회나 윤 대통령이 아닌 헌재가 유일하게 직권 채택한 증인으로서, 당시 이진우 수방사령관(중장)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또, 후속부대에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추가 진입하지 말라고 지시한 이유에 대해 "국회 통제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과업도, 군인 누구도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혹감을 느낀 윤 대통령 측이 "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꼬았지만 오히려 실이 됐다. 
 
조 단장은 "저는 의인도 아니고 제 부하들의 지휘관이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제 부하들은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저는 일체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결연하게 응답했다.
 
조 단장이 작전 현장과 법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군 안팎에 울림을 줬다. 그는 학군장교(ROTC) 출신으로 육사 출신 중에서도 '성골'이 임명됐던 수방사 1경비단장에 기용됐다.
 
12.3 사태의 핵심인 김용현 전 장관 등이 1경비단장 출신이며, 그 모태인 30경비단과 33경비단의 단장은 전두환, 장세동, 김진영 등 12.12 군사반란의 주역들이 거쳐갔다.
 
청와대를 경비해온 1경비단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위상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 2월부터 다목적 특수임무를 맡는 '수호신TF'를 주관하는 등 여전히 역할이 막중하다. 
 
관련 근무 경력이 있는 예비역 장교는 "조 단장이 1경비단장이 된 것에 매우 놀랐고 그 배경에 대해 말도 많았다"며 "어쨌거나 12.3 당시에 처신을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이 유혈 사태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조기 차단한 데에는 조 단장 같은 대령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장군 진급을 앞둔 영관급의 최고 계급이자 실무 총책 격으로 군의 중추들이다.
 
특전사에선 김현태 707특임단장, 방첩사에선 윤비나 법무실장이 군이 또 다시 역사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을 막는 제동장치가 됐다.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윤창원 기자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윤창원 기자
 
김 단장은 12.3 당시 출동 현장에서 이상함을 깨닫고 태업 방식으로 상황 악화를 방지했다. 그는 이후 양심고백을 통해 "몰라서 행동했지만, 모르는 것 또한 제 책임이라 생각하고 부대원들을 내란죄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린 것에 사죄한다"며 처벌을 자청했다.
 
여성인 윤 실장은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중앙선관위 서버 압수 지시에 대해 "포고령 발령 전의 행위로 압수 등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논리로 반대했다.
 
그의 명료하고 확고한 법리 해석으로 인해 사령관의 추상같은 명령에도 방첩사 작전요원들은 거리를 배회하는 등의 태업으로 임했다.
 
이들은 결국 국가적 파국을 막은 것은 물론, 무능한 지휘 판단과 비겁한 변명, 책임전가로 일관한 상관들의 죗값을 결과적으로 줄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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