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휘 KBS아나 “시청자가 날 어찌볼지 무서웠다”
[인터뷰] 최원정 “각종 특집방송때 미화멘트…시청자 사랑에 이젠 책임도 져야”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2-03-09  19:13:13   노출 : 2012.03.09  19:14:58
 
“우리가 TV에 나올 때 시청자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고, 무서웠다. 그것이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판단하게 된 동력이었다.”(김승휘 KBS 아나운서·<도전골든벨> 진행)

KBS 1TV <도전골든벨>을 진행하는 김승휘 KBS 아나운서는 9일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대국민 사죄 총파업 나흘째 대국민 선전전에 나서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불법해임된 2008년에 입사한 김 아나운서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08년 당시 KBS 사원행동이 경찰이 난입에 맞서 항의하다 쫓겨났던 모습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봐왔다”며 “2008년 이전의 KBS는 잘 모르지만 내게는 김인규 사장이 가장 오랫동안 경험한 사장이자 내 직장의 첫 사장”이라고 평가했다. 김 아나운서는 “그런 나의 첫 직장을 김 사장은 너무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우리가 TV에 나올 때 시청자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고, 무서웠다. 그래서 파업에 참가하게 됐고, 힘을 보태려 한다”고 밝혔다.

‘엉망이 됐다’는 것에 대해 김 아나운서는 “말하고 싶은 사람들(아나운서), 그림(영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PD), 글쓰고 싶은 사람들(기자)이 방송사에 들어오는데 지난 4년 동안 김인규 사장은 이들이 자유롭게 할 수 없게 했다”며 “그동안 말과 글, 그림을 제대로 제작할 수 없었던 고통이 가장 컸다”고 비판했다.

김승휘 KBS 아나운서가 9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대국민사죄 유인물을 배포하다 시민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새노조가 ‘시청자 사죄’를 한 데 대해 김 아나운서는 “공영방송이라면 취재한 있는 자료를 다 보여주고 시청자가 판단해 만들어야 하나 옳지 않은 정보를 옳은 것처럼 내보냈다”며 “권력층 비리를 덮는 보도, 시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내보내지 못한 것이 우리의 죄”라고 개탄했다.

KBS 아나운서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김 아나운서는 “예를 들어 영산보·나주보 등 4대강의 문을 여는 행사에 사회를 보게 됐을 때 잘못된 공사이고, 그에 따른 행사임을 알면서도 ‘큰 행사이니 사회를 맡아 알리는 것’과 ‘차라리 방송에 얼굴이 나가지 않더라도 돌아가는 것’ 가운데 고민해왔다”며 “하지만 많은 아나운서들은 후자가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KBS <명작스캔들>을 진행하는 최원정 KBS 아나운서도 인터뷰에서 “아나운서들에 대해 이번 파업 참가를 강제하지 않았는데도 대부분 파업에 참가했다”면서 시청자에 사죄의 뜻을 전했다.

최 아나운서는 “4대강과 G20 등 특집방송이 있을 때마다 아나운서들은 MC를 보는 입장이었다”며 “진행하면서 멘트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분위기에 편승해 주최측(정부) 입장에서 포장하고 미화했던 큰 책임이 있다. 기자 PD의 자괴감, 책임감 뿐 아니라 우리 역시 시청자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무엇보다 KBS 새노조에 속해있던 아나운서들은 지난 2010년 공정방송 조항이 담긴 단협체결을 위한 총파업에 참가한 이후 MC를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하는 등 불이익을 많이 당해왔다. 최 아나운서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다. 아나운서들에게 방송 진행을 하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항거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는 당당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최원정 KBS 아나운서. <명작스캔들> 진행. ⓒKBS

최 아나운서는 파업 때마다 아나운서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다른 이들에 비해 더 큰 주목받는 것에 대해 “그동안 방송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우리가 일종의 특혜를 누려왔다면 이제는 부담이 되더라도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KBS <인간극장>을 진행하고 있는 홍소연 KBS 아나운서는 “우리는 제작된 프로그램을 알리고 얼굴을 내미는 입장이다. 가까운 기자와 PD들과 경영진의 갈등을 너무 많이 봐왔다”며 “오더도 많았고, 통제도 많았다. 방송되지 않고, 가위질 당한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홍 아나운서는 정권말 방송사들의 잇단 집단저항에 시민들이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현상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너무나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늦었다고 안나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도 더 늦기 전에 사죄하고 앞으로 잘 만들겠다는 다짐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면서도 그런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을 느꼈다고 홍 아나운서는 전했다. 홍 아나운서는 “2년 전 파업에서 거리에 나갔을 때보다 반응이 차가웠다”며 “그럴 수록 많이 알려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지만 아마도 KBS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고, 내 스스로 잘못했던 데 대한 반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두고 홍 아나운서는 “현재 <인간극장> 진행을 맡고 있는데, 경영진이 진행자를 교체하겠다고 해도 각오하고 나온 것”이라며 “직업의 숙명이 아니겠느냐. 방송에서도, 반대로 파업에서도 최일선에 나서는 운명이라 타격을 받고, 속상하더라도 각오하고 하는 것이다. 어쩌겠느냐, 역할이 그런 것을”이라고 말했다.

 
홍소연 KBS 아나운서. ⓒKBS

한편, 이날 서울역 앞에는 홍소연, 최원정, 김승휘 아나운서를 포함해 이재후·김태규·박노원·김현태·최승돈·이상협 등 KBS 아나운서들과 영상취재 기자, 스포츠취재 기자들이 함께 대국민 선전전에 동참했다.

이밖에도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명동·이태원·광화문·영등포·신촌·고속터미널·김포공항 등지에서 대국민 사죄의 뜻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이번 싸움이 권력집단이 아닌 5000만 국민을 믿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 밖에 없다”며 “열심히 싸우고 제대로된 방송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지켜봐달라고 부탁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와 동영상 등의 방법도 있지만 직접 만나뵙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BS 새노조 아나운서등 조합원들이 9일 서울역에서 대국민사죄 선전전을 하기에 앞서 결의를 다졌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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