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092159455&code=990101
관련기사 : '해적기지'발언에 보수 '오버액션' 왜? -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482115.html
[사설]제주 해군기지 논란 속에 또 도지는 색깔론
입력 : 2012-03-09 21:59:45ㅣ수정 : 2012-03-09 21:59:45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나서는 김지윤씨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김씨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제주 해군기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할 ‘해적기지’에 불과하다”면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지켜내자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민감한 반응을 촉발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엊그제 브리핑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그렇다면 해군에 보낸 우리 장병들은 다 해적이고, 그 부모, 형제도 해적의 부모형제라는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46분도 전부 해적이냐. 이렇게 말하는 분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도 “영해를 수호하는 해군장병을 해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느냐”며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해군은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반응을 접하는 첫번째 느낌은 좀 지나치다는 것이다.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남기 바라는 사람이 해적기지라는 은유적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해군 대변인과 참모총장까지 나서 유감표명 정도를 넘어 해군 전체와 심지어 천안함 전사 장병까지 거론한 것은 아무리 보아도 논리비약이며 확대해석이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논란일수록 흥분을 자제하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봐야 대안이 도출된다. 김씨의 해명인즉 “사병들을 해적이라 한 게 아니라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정권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 비판한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과거부터 폭력을 사용하여 불법공사를 강행하는 해군을 주민은 물론 제주도, 국회까지 무시하는 해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또 갓 대학을 졸업한 스물여덟살 정치 신인이 해적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충무공의 후예까지 들먹이며 고소한 것은 과잉반응이다. 김씨가 울고 싶은 기지 찬성론자들의 뺨을 때려준 격이라 할까.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이 같은 논리비약, 확대해석의 뒷전에 어른거리는 색깔론이다. 해군의 반응이나 수구 신문들의 보도태도에 그런 시각이 배어 있다. 제주 기지 논란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 반대론에 대한 반미·친북 색깔론이었다. 이 근거없는 색깔론이야말로 이성적인 논의를 방해한다. 김 대변인은 예의 ‘대한민국 국민 의심론’을 꺼냈다. 안보문제에 있어 반대한다는 목소리만 내면 즉각 “어느 나라 국민이냐”라거나, “북한 가서 살아라”는 등 구시대의 이분법적 색깔론이 튀어나오는 일이 이 정권에서 유난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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