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합찌라시’ 기자가 아니다”
연합뉴스 노조 파업 투표 중 촛불문화제…시민 앞 불공정 보도 사례 발표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반성’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박정찬 사장 연임저지와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표에 돌입한 연합뉴스 노조는 9일 저녁 7시 30분부터 종로 보신각 앞에서 노조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문화제를 열고 투쟁의지를 다졌다.

최근 연합뉴스 노조는 노보를 통해 불공정 보도 사례를 스스로 압축해 발표했다. 노보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란 제목이다.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다”라는 게 한 연합뉴스 기자의 말이다.

이날 정성호 노조 사무국장은 보신각을 지나가는 시민들 앞에서 불공정 보도사례를 발표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 당시 검찰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쓴 기사가 거론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역시 검찰의 입장을 대변한 기사가 나왔다.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 관련 정부 편향적인 특집 기사들도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노조는 ‘문화제를 준비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집회에 모여든 군중들 속이 아니라 그 옆이 우리 자리라고 늘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했던 것들이 켜켜히 쌓여 꾹꾹 눌렀던 분노와 수치가 우리를 여기까지 끌어냈다”고 밝혔다.

공병설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23년 만의 파업을 앞두고 노무사를 만났더니 그가 ‘조합원 총회에 사장이 참석한 것과 파업이 확실시 되는 노조에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을 처음봤다’며 ‘얌전하고 고분고분할 줄 알았던 연합뉴스의 이미지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공병설  연합뉴스 지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어 “우리 노조는 파업을 앞둔 2주 만에 100여명의 조합원이 늘었다”며 “우리가 두렵고 겁난다면, 밖에서 보신 분들이 우리의 파업을 의심했다면 선뜻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위원장은 “새로 오신 분들의 마음도 그러한데 기존 조합원의 의지는 말할 것도 없다”며 “마음이 든든하고 어떤 두려움도 없다”고 말했다.

공 위원장은 “박정찬 사장 본인이 절박하다면 현실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하면 된다”며 “하지만 박 사장의 절박함은 바닥에 떨어진 회사의 이름을 보는 우리의 마음 속 절박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연합뉴스 구성원들을 대표해 시민들께 우리의 잘못을 사과하고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각오를 드리려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부 조합원들은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금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어 발언에 나선 연합뉴스 기자들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나섰다. 막내급의 한 기자는 “내 기사 댓글에 ‘연합찌라시’라는 표현이 있었다”며 “나는 연합찌라시에 기자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연합뉴스의 기자로 들어왔다. 다시는 연합찌라시라는 말을 안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지연 연합뉴스 기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선임급의 한 기자도 발언에 나서 “이 추위에 여기 있는 이유는 쪽팔리고 힘들어서 일 것”이라며 “기사 쓰고 ‘찌라시’ 기자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실이 쪽팔렸고 기사를 써놓고도 자신의 이름을 바이라인(기자명)으로 넣지 못하는 현실이 쪽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훨씬 끈끈해지고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민중가요를 배우고 박정찬 사장 관련 퀴즈대회를 여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연대차 참석한 빈민·인권 운동 단체 관계자들도 “연합뉴스의 파업은 여러분의 이익 뿐 아니라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응원했다.

연합뉴스 조합원들은 각자의 핸드폰으로 박정찬 사장에게 '연임저지'란 네 글자를 문자로 보내는 순서를 갖기도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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