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지천 내성천·용유담 비경 사라진다
2012-03-15 오후 1:41:42 게재

낙동강 지류 댐 건설로 모두 수몰위기 … 용유담은 명승지정도 보류

4대강공사가 6월 말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단계 사업이 예정된 지류 구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지리산 용유담계곡을 이대로 수몰시킬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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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수몰예정지인 송리원교 아래 내성천 모래강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내성천 평은-송리원 구간. 내성천은 홍수 때가 아니면 물 속으로 어디든지 걸어갈 수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이다. 사진 남준기 기자

내성천은 우리나라 모래강 특유의 원형을 간직한 낙동강 상류 지천이고, 용유담(龍遊潭)은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계곡이 비경을 이루는 지리산 자락의 남강 상류 지천이다. 이 두 곳 모두 낙동강 수계에 속한다.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여 있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 수상지라는 점도 같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모래강의 원형 = 내성천은 낙동강 상류의 중요 지류다. 백두대간 선달산 계곡에서 발원, 봉화 영주 예천을 거쳐 문경시 영순면과 예천군 풍양면 사이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든다. 

내성천이 특별한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모래강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성천에는 화강암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고운 모래톱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자락을 휘돌아 굽이굽이 흘러가는 내성천은 모래가 어떻게 물을 맑게 하는지 우리 눈앞에서 보여준다. 

영주시 평은면에는 지금 영주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내성천 물줄기 한가운데에 높이 55미터의 대형댐이 들어서는 것이다. 2014년 완공 예정인 영주댐에 물을 채우면 댐 상류 내성천 주요 구간이 모두 수몰된다. 

홍수 때가 아니면 어디든지 강물 속을 걸을 수 있는 평은에서 송리원까지 내성천 모래강의 비경이 모두 사라진다. 아름다운 강변에 연꽃처럼 떠있는 400년 역사의 금강마을도 수몰된다. 

영주댐은 원래 1990년대 말 송리원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되었던 댐 공사가 영주댐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시작된 것은 4대강사업이 시작된 2009년이다.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유지용수 공급'이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맑은물 확보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영주댐 하류에는 4대강 지천사업의 일환으로 삼강보(낙동강 본류, 삼강주막 하류 지점)와 성저보(내성천 회룡포 하류) 사업이 추진중이다. 

내성천 지킴이 지율 스님은 "4대강 공사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되는 2개의 보와 영주댐이 내성천 생태계를 상·하류 모두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9마리 용에 관한 전설 = 지리산 '용유담'(龍遊潭)은 마적도사와 9마리 용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아름다운 계곡 안에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룬 이곳은 남명 조식 선생, 일두 정여창 선생 등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발자취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은 함양군수로 있을 때 매년 군민들과 함께 춘령(春令)을 반포하기 위한 행사를 갖고, 가뭄이 있을 땐 이곳에서 용에게 '비를 내려달라'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용유담의 자연·문화적 가치는 2006~2008년 경상대 경남문화연구원에서 실시한 '전통명승 동천구곡(洞天九曲) 학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 학술조사 보고서는 "지리산 용유담은 명승 및 천연기념물로서 가치가 매우 커 명승지정을 통한 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도 2011년 말 용유담이 지닌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2011. 12. 08 용유담 등 명승지정 예고) 

그런데 그 얼마 뒤,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지리산댐 건설이 예정된 지역'이라는 이유를 들어 명승 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용유담에 대한 명승 지정을 전격 보류했다.

지리산댐 건설계획은 지금까지 10년 이상 논란이 돼 왔다. 사업 자체에 대한 국회 동의나 관련 예산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핵심 이해당사자인 경남 함양, 전북 남원의 지역주민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경남도까지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자연보전국장은 "용유담 명승지정 예고는 전문기관의 조사와 심의과정을 거친 결정"이라며 "관련기관의 요구에 떠밀려 명승 지정을 보류한 것은 문화재청이 자기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대규모 개발계획이 이미 추진 중에 있더라도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자연문화유산은 국가문화재로 지정해왔다. 경북 영주시의 '괴헌고택'은 4대강사업 영주댐 건설 과정에서 국가문화재(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다.

namu@naeil.com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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