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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3대 하천, 4대강 사업 이후 철새 39% 줄어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입력 : 2012-03-15 22:27:57ㅣ수정 : 2012-03-15 22:27:57

본지 기자 자전거 르포… 희귀 조류는 구경도 힘들어

15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도룡동 갑천·유등천 합류지점.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곳에서는 무리를 지은 철새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사정이 달랐다. 단 한 마리의 철새도 만날 수 없었다. 이곳 하천 주변에서 철새들의 모습이 귀해지기 시작한 것은 정부의 4대강사업 이후부터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인근 대전MBC 앞 갑천 둔치로 이동했다. 지난해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돼 4대강 사업 공사가 벌어진 곳이다.

둔치를 가득 채웠던 수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곳에는 시멘트로 포장된 산책로와 커다란 광장이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서도 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민 김모씨(47·대전 서구)는 “요즘에 강변에서는 흔했던 청둥오리는커녕 텃새들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며 “둔치 등 서식환경이 모두 망가졌는데 새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싶겠느냐”며 혀를 찼다.

 
1년 전 갑천 둔치 공사 정부가 2011년 3월 4대강 사업을 위해 중장비로 수풀이 우거진 갑천 둔치를 파헤치고 있다. |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1년 후 풀밭 사라진 갑천 1년 뒤 다시 찾은 갑천 둔치의 같은 장소. 풀밭이 사라진 곳에 광장과 산책로가 생겼다. 얼핏 봐도 조류의 서식환경이 나빠졌다. | 윤희일 기자

자전거를 타고 갑천 상류로 향했다. 엑스포다리를 지나 대덕대교에 이를 때까지도 그 많던 철새들은 온데간데없었다. 대덕대교를 지나자 둔치 쪽에서 날갯짓을 하는 작은 새 몇 마리가 나타났다. 까치였다.

4대강사업 이전에는 너무 흔해 관심 밖의 새들이었지만 이날은 유독 반가웠다. 이 일대에서도 지난해 말까지 4대강 공사가 진행됐다.

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은 “4대강 공사로 인해 하천이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둔치 등에 시멘트로 산책로가 만들어지면서 서식환경을 빼앗긴 조류들이 터전을 찾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달 초 갑천·대전천·유등천 등 대전지역 3대 하천을 대상으로 조류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0년에 비해 39%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서 대전지역 3대 하천에 살고 있는 조류는 44종 221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3월의 3615마리와 비교하면 1405마리(38.7%)가 감소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탑립돌보 지점, 유등천·대전천 합류지점, 한밭대교~갑천 합류지역 등의 오리류가 특히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대전 3대 하천 조류 조사에서 관찰되지 않은 멸종위기종 2급 말똥가리(왼쪽)와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 |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운동연합의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찰됐던 참매·수리부엉이·원앙·말똥가리·흰목물떼새 등의 멸종위기 조류는 아예 보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는 2005년 이후 매년 이 일대에서 발견됐지만 올해는 관측되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은 큰고니의 주요 시식지인 탑립돌보·월평공원 일대에 새로운 산책로 등이 만들어진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은 “3대 하천을 자연하천 구간이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획일적으로 정비되고 있는 하천의 환경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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