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사찰 사실" vs. "2년 전 허물 덮으려? 물타기"
청와대·총리실 대 민주당, 치열한 진실공방... "자료 모두 공개하면 해결된다"
12.04.01 20:16 ㅣ최종 업데이트 12.04.01 20:16  이경태 (sneercool)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3년간 작성한 사찰 보고서(2619건)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MB-새누리심판 민간인 불법사찰' 기자회견에서 박영선 위원장이 'BH하명'이라고 적힌 불법사찰 문건을 가리키며 청와대가 불법사찰의 80%가 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왜 그렇게까지 2년 전 증거인명을 무리하게 했냐"고 되물으며 반박하고 있다. ⓒ 유성호

"청와대는 어제(3월 31일) '공개된 사찰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2년 전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왜 그렇게 무리하게 했을까. 왜 대포폰까지 지급했을까." -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새누리국민심판위원회 위원장
"지난 정부에서는 없던 일이 마치 이 정부에서 벌어졌다고 호도하거나 지난 정부 일까지 이 정부에서 했던 것처럼 왜곡하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4·11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사찰을 놓고 불꽃 튀는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KBS 새노조가 공개한 2619건의 사찰문건 중 80%가 참여정부 당시 있었던 일이라고 '맞불'을 놓았고, 민주통합당은 발끈하며 "참여정부의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서 2년 전 것을 무리하며 증거인멸 했냐"고 되받고 있다.
 
또 이번 문건을 공개한 KBS 새노조 역시 "청와대의 물타기"라며 반박했다. 특히 이들은 "청와대가 언급한 문건들은 '리셋 KBS뉴스 9'가 보도한 무차별적인 불법사찰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사찰 피해자'로 부각시키며 청와대와 민주통합당 모두를 '구태정치'로 몰아붙이고 있다.
 
'바통' 이어받은 총리실 "참여정부에서 80% 이뤄진 것 맞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맞불'은 국무총리실이 이어받았다. 국무총리실은 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된 문건의) 80% 이상은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문건으로, 작성경위나 책임소재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사실왜곡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와대의 3월 31일 주장에 동조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KBS 새노조가 공개한 문건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청와대에 별도로 확인하고 남아있는 기록을 확인한 결과, 참여정부·국민의 정부 시절 서류들이 일부 있어 이를 기초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임 실장은 "공직기강 확립업무의 대상은 공직자로 민간인은 대상이 되지 않으나 공직자 비위에 관련된 민간인에 대해 비위사실을 확인하는 정도는 업무에 포함된다는 것이 판례"라며 이 사건이 '민간인 불법사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논란이 됐던 'BH(청와대) 하명' 표기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아니지만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일부 직원이 청와대에 제보돼 총리실에 이첩 혹은 확인요청된 사항을 별도 표기한 것"이라며 사찰 사건이 청와대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임 실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도 "이전부터 감찰 기능을 가진 조직들이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것을 말하고자 참여정부의 일을 언급했다"며 "이 시기의 불법 여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판단한 일이다, 수사상 필요하다면 참여정부 시절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정부 비호하려 증거인멸했나... 공식 보고자료로 물타기"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3년간 작성한 사찰 보고서(2619건)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MB-새누리심판 민간인 불법사찰' 기자회견에서 최민희 위원이 불법사찰 문건을 가리키며 KBS, YTN, MBC 임원교체 방안에 대한 내용도 나왔다며 USB 파일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통합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새누리국민심판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설사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주장이 사실이라도 왜 무리하게 나서서 참여정부의 허물을 가리려 했느냐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했다고 청와대가 지적한 문건은 당시 경찰청 감사관실이나 다른 곳에서 실시한 공직기강을 잡기 위한 공식적인 보고 자료"라며 "진상고백이나 사죄를 해도 모자라는데 지금 물타기 하거나 대국민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식절차를 밟아 작성된 문건들이 사찰문건들과 뒤섞여 있는 점을 악용, "대국민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예를 들어, SBS에서 참여정부 당시 사찰문건이라고 공개한 2007년 9월 문건의 내용을 공개하며 "이 문건은 경찰청 감사관실의 공식보고 문서"라며 "청와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주장을 인용, "어느 정권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고 주장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도 "공직기강을 잡기 위한 감찰과 정적이나 비판세력,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총리실이) 민간인 사찰은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민주당이 정리한 (민간인) 명단만 수십 건이다"며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 남경필·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정태근 의원(무소속), 모 산부인과 의사, MBC <PD수첩> 역대 작가 여러 명, KBS·MBC·YTN 임원진, 서경석 목사, 이아무개 <신동아> 기자, <한겨레21> 편집장 등 수십건이 발견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정부 때 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자료 대부분은 단순한 경찰 정보보고"라며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거나 물타기 하기 위해 참여정부를 끌어들이는 것은 뻔뻔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청와대 "공직감찰 외 민간인 사찰도 있다"... 민주당 "자료 공개하라"
 
그러나 청와대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여정부 시절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다수의 민간인과 여·야 국회의원 등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거론했다. 최 수석은 참여정부 당시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지난 2003년 김영환 의원, 인천시 육덕선 농구협회장, 2004년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2007년 전국 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 김의협 회장 등을 사찰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4월 서울지방법원이 참여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 고아무개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주변인물 131명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를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린 일이 있다"며 "당시 법정에서 고씨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경우 역시 정당한 사찰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최 수석은 'BH 하명'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 당시에도 'BH 이첩' 사건은 있었다며 한 사정기관의 'BH 이첩사건 목록부' 내용 일부도 공개했다. 최 수석은 "2007년 5월 23일 하루에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부정입학·성추행, 남이섬 사장 공금횡령, 대한유슈협회장 예산전용·공금횡령, 일불사 주지 납골당 불법운영·사기분양 등 공직자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사건처리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측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 '공방'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 측이 계속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공개된 사찰문건이 김아무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USB 한 개 분량임을 지적하며 지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다른 USB 내 자료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모든 자료를 전면에 공개해서 깨끗하게 평가 받아보자는 얘기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와대가 '있지도 않은 불법사찰' 운운하면서 국민을 속이려해선 안 된다"며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왜곡해 국면을 호도하고 싶다면 감춰놓은 불법사찰 자료를 모두 공개하면 된다, 최금락 홍보수석이 말한 부분도 공개하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80% 통계수치 낸 청와대, 검찰한테 자료 받았나?"
 
▲ 4.11 총선 유세 첫 주말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집중유세'에서 'MB-새누리심판 민간인 불법사찰' 박영선 위원장이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통합당은 1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반격'에 대해 또 다른 의혹도 제기했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이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되거나 '디가우징(하드디스크 파기)'으로 증거인멸된 자료들을 '양심고백'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아닌 누구에게 얻어서 '80%'란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는지 알 수가 없단 얘기였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새누리 국민심판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입수한 자료는 페이지수로만 1만 페이지 된다, 아직도 검토가 덜 끝났다"며 "청와대는 장진수 전 주무관의 허락없이 볼 수 없는 자료에 대해 어떻게 80%라는 통계수치를 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 측이 이같은 통계수치를 내놓은 자체가 검찰로부터 사찰문건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며 "이는 청와대가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동향을 보고 받고, 수사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례라고 보인다"고 꼬집었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도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청와대는 자료가 어디서 났나, 디가우징됐거나 검찰에 모두 압수수색돼 있는데 무슨 자료를 갖고 총리실과 청와대가 저 같은 애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사찰문건의) 80% 이상은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문건"이라고 밝힌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KBS 새노조의 공개문건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청와대에 별도로 확인하고 남아있는 기록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실장은 이와 함께 "(공개된 문건은) 열람이 가능하므로 대외비자료는 아니다"며 "법원에 CD형태의 증거자료로 제출된 자료가 다시 열람, 배포돼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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