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가둔 4대강 '평화'로 흐르게 하라
생명강기독교행동 고난주간 낙동강 합천보 4대강 기도회
데스크 승인 2012.04.03 14:13:56 최유진 (eprpf)
▲ 생명강기독교행동이 4월 2일 경남 합천보에서 4대강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보 공사장을 뒤로하고 30여 명이 모여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넓고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라는 뜻처럼 강은 계속 흘러야 강이다. 그런데 보를 건설해 흐르지 못하게 막아 버리니, 지하수로라도 흐르고 싶었나 보다. 경북 고령 우곡면 연리 주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경남 창녕 합천보로 인해 울상이었다. "원래는 지하 8미터 깊이에서 지하수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합천보가 생기면서 가두어 둔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지금은 2미터까지 차올랐다. 게다가 흙이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1미터만 파도 물이 나온다." 김대연 이장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이야기했다.
4월 2일, 생명의강지키기기독교행동(생명강기독교행동)이 고난주간을 맞이해 경남 합천보에서 4대강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 전 합천보 건설로 피해를 입은 경북 고령 우곡면 주민을 방문했다. 우곡면은 우수한 품질로 연매출 500억 원을 자랑하는 '그린수박'으로 유명한 곳이다. 현재 약 400만 평의 땅에 농민들이 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 합천보에 가두어 둔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 1미터 정도 못 파낸 땅에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곽상수(사진 위)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그러나 합천보가 건설되면서 지하수 높이가 상승해 수박 농사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주민의 이야기에 따르면 수박은 최고 2미터 땅 속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깊이 내려갈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지금은 합천보의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상승해 수박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이는 수박의 당도를 떨어뜨려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
작년에는 마늘과 양파를 심은 땅이 비가 온 후 마르지 않아 장비가 들어가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김 이장은 "(보 건설로 인해) 농민에게 득이 되는 것은 없다"고 했다. 지난 7월 주민대책위를 구성해서 대응하고 있지만 농민들이 힘이 없으니 별다른 소득도 없었다고 했다.
▲ 수박 하우스가 있는 땅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지하수의 상승으로 수박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리지 못하고, 당도가 떨어져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농경지뿐만이 아니었다. 논두렁을 지나 올라간 회천은 보 공사 전까지만 해도 어른 발목 정도 되는 깊이였다. 지금은 보 건설로 물이 갇히면서 강 깊이가 2미터가 넘는다. 강에 서식하던 제첩은 씨가 말랐고, 목욕하며 놀던 아이들은 놀이터를 잃어버렸다. 기도회 장소인 합천보로 이동하는 길, 안홍택 목사(고기교회)는 둘러본 소감을 한마디로 '폭력'이라고 했다. "발목까지 오던 강에서는 뛰놀 수 있지만, 깊은 물로 변한 강에서는 위험해 놀지 못한다"며 여기저기 개발에만 급급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 어른 발목 정도의 깊이였던 회천은 보 건설로 물이 갇히면서 지금은 깊이가 2미터가 넘는다. ⓒ뉴스앤조이 최유진'더불어'의 가치가 회복되어야
▲ 양재성 목사는 강이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음과 뜻을 모아 기도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마을을 벗어나 기도회를 위해 합천보 공사 현장을 찾았다. 막바지 보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95% 정도 진행된 보 공사는 4월이면 마무리가 된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흙먼지가 날리는 가운데 30여 명의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7~80%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년 동안 25조 원을 4대강 건설에 쏟아 부었다. 5대 종단 대표들이 모여 기자회견도 하고 함께 먹고 잠을 자며 강을 걸으며 투쟁하기도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해 보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공사를 강행했다. 속전속결로 16개의 보가 지어졌다. 그러나 지금 보에서 균열 현상이 일어나는 등 공사 전부터 사람들이 우려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무너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이 다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마음과 뜻을 모으자."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는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고 기도하자고 했다. 양 목사는 불의, 거짓, 파괴를 멈추게 하고 하나님의 생명과 평화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 김경호 목사는 기쁜 일도 함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기쁨이 아닌 것처럼, 모든 생명은 '함께'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더불어 사는 생명의 원리'를 주제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기쁜 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기쁨이 아니고,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들에 피는 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연, 바람, 햇볕과 소통하며 아침저녁으로 모양이 달라진다"며 생명의 본성이 '함께'의 가치에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미FTA, 제주 강정마을 건설, 4대강 사업도 더불어 사는 가치에 우선해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박국 선지자가 바벨론 성을 '피와 불의로 세운 것'이라며 벽의 돌들과 집의 들보들이 응답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간이 부당한 이익을 채우기 위해 쌓은 건물은 건물 자체만 남을 뿐 호흡은 절단된 상태다"며,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창조 세계의 회복을 꿈꾸며 기도하자고 했다.
기도회 후 10분 정도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창원에서 온 여 집사는 "실제로 공사 현장을 보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파도 물이 올라오던 우곡면 밭과 수박 하우스 농민들이 생각났다.
▲ 예배 후 함께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모래바람이 많이 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합천보 공사는 현재 95% 가까이 진행이 되었다.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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