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FTA 효과’ 그때 그때 달라요
등록 : 2012.04.09 21:43 수정 : 2012.04.09 22:16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미국 수출 늘자 “FTA 때문” 유럽 수출 줄땐 “기다려야”
외국인직접투자 동향발표도 늘면 “FTA” 줄면 “아직…” 
상황따라 말바꿔 자가당착

지식경제부는 지난 6일 올해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동향을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지난해 1분기에 견줘 8.7% 감소한 4억2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지경부는 “한-미 협정은 발효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한-유럽연합(EU) 협정 때와는 전혀 다르다. 지경부는 지난해 7월 2011년도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을 발표하면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기대감과 자유무역협정 등 우호적인 환경으로 인해 유럽연합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45.6%(전년동기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 협정이 발효 이전 이미 상반기부터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유럽연합 협정 때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자 협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하다가, 한-미 협정 때는 투자가 줄어들자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렇듯 정부의 경제부처들이 자유무역협정 체결 효과를 홍보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지거나 결과의 유불리한 상황에 따라서 말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태도는 외국인 투자 동향뿐 아니라 수출 증가와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를 설명할 때도 반복된다.

정부는 지난 3월 대미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9% 증가한 이유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발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0.3%나 감소한 유럽연합에 대한 수출 부진의 원인을 설명하면서는 협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유럽 재정위기 탓으로 돌렸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 유럽연합과의 협정이 발효됐는데도 수출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과가 나쁘면 ‘기다려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결과가 좋으면 ‘자유무역협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을 갖다 붙이는 것이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의 국민적 혜택 가운데 하나로 꼽아온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해왔던 것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뒤집는 모양새다. 재정부는 한-유럽연합 협정 발효 한달 만인 지난해 8월 “삼겹살·와인·유제품 등의 소비자가격이 인하되고 있으며, 여타 제품으로 관세 철폐 효과가 확산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재정부가 당시 곧 인하될 것처럼 얘기한 상당수 유럽산 생활용품과 중소형 가전제품의 가격은 최근까지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애초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관세 폐지 및 인하 혜택이 소비자가 아닌 생산·유통·판매업자한테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공정위는 5일 유럽연합과 미국과의 협정 체결 이후 가격점검 대상 품목 18개 가운데 61%인 11개 제품의 가격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김형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당장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고 수출을 크게 늘리는 등 우리 경제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라며 “교역 확대 및 이에 따른 성장 효과를 단기간 내에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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