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배고픕니다'...박근혜라고 다를까
[게릴라칼럼] 반복되지 말아야 할 5년 전의 과오
12.11.29 09:40 l 최종 업데이트 12.11.29 09:40 l 안호덕(minju815)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노무현 정권 5년은 1주 2회씩 공무원을 늘리고, 그들이 정부의 시장개입과 기업규제를 늘려온 기간이다. 그처럼 큰 정부, 많은 규제를 위해 늘어난 재정지출과 세금은 5년 내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4%대 성장에 묶어놓았다. 12월 19일은 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제1 주체가 기업·기업인이고, 성장을 전제하지 않는 분배론이 허구임을 주권의 이름으로 확인하는 하루여야 한다."
<문화일보> 2007.11.01. '12.19 국민 선택이 선진화 명운을 가른다' 창간 16주년 사설 일부
5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BBK 실소유자를 둘러싼 숱한 의혹 제기는 유권자들에게 그리 큰 관심사도 아니었고 대선에서 당락을 좌우 할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 되찾아야 할 10년이라고 강변하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은 쪼들린 경제난에 지푸라기도 잡아야 하는 서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젊은 부부들에게 집 한 채씩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공약을)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언론도 보이지 않았다.
5년 전의 선택... 그 결과는?
▲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광고.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국밥 푹푹 퍼 먹고 경제를 살리겠다던 선거 CF를 보면서 747 공약이 서민경제에 햇살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음을 가졌고, 그 믿음은 곧바로 표로 직결되었다. 이 땅의 1% 사람들은 자기들의 부를 지켜줄 후보라 생각해서 표를 몰아줬고, 1%에 속하지 못하는 99% 사람들, 국밥 할머니와 같은 인생들이 할머니와 같은 염원을 가지고 이른 아침 투표소에 줄을 섰다. 잃어버린 10년을 찾고, 성장을 전제하지 않는 분배론이 허구임을 주권의 이름으로 확인하자던 보수 언론들. 2007년 유권자들은 보수 언론의 이 논리에 동의했고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5년. 이명박 정부는 공약에 충실했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임의적인 고환율 정책은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우리 대기업들에게 사상 유례 없는 흑자 행진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세금을 감면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각종 규제 장치를 풀어버린 경제정책은 대기업, 대자본에서 땅 집고 헤엄칠 수 있는 경제적 토양을 제공했다. 떨어지는 집값을 잡기 위한 노력은 부동산 정책 18번 발표라는 진기록을 만들어 냈다. 한마디로 대기업과 대자본의 천하였다. 그게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었고 그 공약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반면, 고환율 정책은 서민들을 물가고에 신음하게 만들었다. 김장철에 배춧값이 치솟고 휘발윳값은 2000원대를 오르내렸다. 길거리에는 한달 100만원 남짓 버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넘쳐났고, 한 골목에 하나씩 들어서는 SSM은 영세 자영업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전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나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비싼 전세보다 대출받아 집사라는 하우스푸어 양산책이 고작이었다. 빚더미에 올라 앉은 서민들과 길거리로 내몰리는 영세 자영업자와 저렴한 노동에 골병 들어가는 비정규직. 이는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덜컥 대통령을 만들어준 서민들의 뼈아픈 자업자득이었다.
'성장이 전제되지 않는 분배'는 허구라며 성장을 기약했던 이명박 정부. 그가 서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역설적이게도 '분배 없는 성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기업이나 부유층이 잘 살게 되면 저소득층까지 그 효과가 미친다는 낙수 효과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동네 빵가게, 피자가게, 치킨가게까지 문닫게 만들면서 거대해져왔던 대자본이 보여준 것은 낙수 효과가 아나라 서민들의 밥줄에까지 빨대를 꽂아야 직성을 풀리는 탐욕이었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공격할 자격 있나
고통스러운 5년이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5년. 많은 사람들은 기대반, 걱정반의 시선으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1%에 속하지 않은 99%의 사람들은 얼어붙은 서민경제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철탑에 오른 사람들은 파리 같은 목숨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달려 있다. 칠순 노모와 마흔 살 딸이 서로 줄을 묶고 한강에 몸을 던지는 세상. 앞으로의 5년이 지나온 5년과 같다면 서민들은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5년, 서민들은 죽을 만치 힘들었고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한 달도 남지 않는 대선. 저마다 동사 직전인 서민경제의 해결사인양 자임하고 있지만 선듯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향해 실패한 정권의 폐족 운운하며 양극화 주범,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자라고 공격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한 축으로 자본과 기업의 이익을 대변했던 구 한나라당의 5년 행보를 생각해 본다면 후안무치의 궤변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대학 등록금, FTA 문제에 있어서 후한 점수를 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분명 책임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처럼 뻔뻔스러울 정도로 서민들을 기만하지는 않았다. 무슨 염치가 있어 시장 순례를 하겠냐며 재래시장 방문을 한사코 마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시장에서 어묵 먹고 시계 풀어주며 미소금융에서 대출을 권하던 이명박 대통령과는 분명 달랐다.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과 양극화 심화가 문제였다면 이명박 정부 5년은 반대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나 여당인 새누리당의 국정 운영은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를 고착화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 노동자의 최저 임금100% 지급을 대량해고 사태 운운하며 또다시 3년 유예를 선언한 것도 이명박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한 일이었다. FTA 전도사를 자처하던 김종훈과 친재벌 감세론자 나성린을 국회에 입성시킨 것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후보였다.
당신의 미래는 70% 중산층에 포함되어 있나?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27일 오후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 상설시장 앞에서 유세를 마친 뒤 시장을 둘러보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또다시 재래시장을 찾아 손을 내미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후보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는 상인들의 반복되는 모습을 관람하는 것은 편치 않다. 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조차 처리하지 못한 여당 후보를 환대하는 상인들. 1997년 IMF 환란에 금모으기로 대기업, 재벌에 면책을 부여했던 서민들. 그 때는 금 모으기가 필요했던 게 아니라 숱한 정규직을 거리로 내몬 무능한 경제 관료들, 탐욕스런 재벌들에게 돌팔매질을 해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통법 개정도 미루고 어떻게 재래시장을 찾냐고, 이명박 정권의 어묵쇼를 또 반복하는 것이냐고 따지듯이 물어야 하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알리는 길이고 유권자로서 할 일이 아닐가? 철탑에 매달린 노동자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어떻게 박근혜 후보는 중산층 70%를 만들겠다는 건지 묻지 않는 유권자의 태만, 747 공약에 속아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한 번의 과오로 충분하다.
대기업의 탐욕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중산층 70%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고작 150만원도 되지 않는 비정규직 수입으로 빚 청산하고 자식들 걱정없이 공부시킬 미래가 만들어 질 수 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 대형마트와 SSM의 공격 앞에 당장 몇 달 앞도 기약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과연 5년 후가 되면 70%의 중산층에 포함될 수 있을까?
분배되지 않는 성장. 저항하고 바꾸어야만 서민들의 삶이 열린다. 악수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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