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43902.html?_fr=mt2


화장실엔 ‘30초 손씻기’ 노래, 바닥엔 거리두기 스티커

등록 :2020-05-06 21:34 수정 :2020-05-07 02:41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첫날

박물관·미술관 등 24곳 재개관, 입장 인원 제한·예매는 온라인 위주, 외신까지 몰리며 큰 관심 보여

방역당국도 45일만에 대면 브리핑 “물샐틈 없는 수칙 아냐…보완할 것””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관람객들이 거리를 두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sk@hani.co.kr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관람객들이 거리를 두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sk@hani.co.kr


“올리와 뚜루루뚜루~ 손 씻자 뚜루루뚜루~비누로 뚜루루뚜루~ 손 씻자!”


손을 씻으려고 화장실 벽에 붙은 물비누 버튼을 누르니, 거품과 함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세계를 강타한 핑크퐁 ‘아기상어’ 노래에 손바닥부터 손등까지 깍지도 껴서 손을 씻으라는 가사가 얹혔다. ‘올리’는 아기상어 이름이다. 노래는 딱 30초, 방역당국이 강조하는 개인위생 제1 수칙 손씻기에 맞춤한 시간이다. 물비누 통엔 ‘30초 노래비누’라는 스티커도 붙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어린이의 손씻기 습관을 길러주려고 낸 아이디어였다.


‘아기상어와 손 씻어요’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안 어린이박물관, 서울 강남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화장실 등에서 온종일 흘러나왔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은 지 70여일 만의 ‘사람 소리’다.


두 곳을 비롯해, 임시 휴관했던 국립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 국공립 시설 24곳이 이날 일제히 문을 열었다. 출입구 등 사람이 몰리는 곳 바닥엔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었고, 방문객들은 그에 맞춰 간격을 띄워 줄을 섰다. 마스크 착용과 발열 확인은 필수였고, 입장권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매했다. 방역당국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맞춘, 두 달여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설치한 ‘30초 노래비누’. 비누통 버튼을 누르면 보건복지부와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협업해 만든 ‘아기상어와 손 씻어요’ 노래가 흘러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설치한 ‘30초 노래비누’. 비누통 버튼을 누르면 보건복지부와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협업해 만든 ‘아기상어와 손 씻어요’ 노래가 흘러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은 ‘집콕’에 지친 시민들을 환영하고 71일 만의 재개관을 기념하려고, 첫 방문객에게 꽃다발을, 100명에게는 마스크를 나눠줬다. 관람객은 한 시간에 300명씩으로 제한해, 이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현장 발매를 했다.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은 관람객 한도를 꽉 채웠다.


이런 풍경은 외신들한테도 관심을 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쪽은 “4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받았다. 미처 예매를 못 한 분들이 현장에서 신청을 하는데, 안내 데스크엔 침방울 방지 가림판도 있고 안전거리 유지 스티커도 있어 엄청 붐비지는 않았다”며 “(이런 모습에) 반응이 뜨거워서,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국내 방송사들뿐만 아니라 <알자지라> 방송, <후지티브이(TV)> 등 외신들도 와서 취재를 해 갔다”고 말했다.


방역 주체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도 45일 만에 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썼고, 한 칸씩 띄어 앉기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직접 만나 “드디어 얼굴 보면서 브리핑을 한다. 카메라만 보면서 하는 게 영 이상했는데, 역시 사람을 보면서 하는 게 좋다”며 웃음 지었다. “외국에선 전국 단위는 고사하고 지방 단위 선거도 취소했는데, 2천만명 넘는 유권자가 참여해 4·15 총선을 (지역감염 확산 없이) 무사히 치른 게 제일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5일 프로야구 개막에 이어 프로축구(8일)와 프로 여자골프(14일) 경기, 지방자치단체나 종목단체 주최 체육대회도 하나둘 열릴 예정이다. 지난 5일 무관중으로 개막한 프로야구는 조만간 ‘직관’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 엘지(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등 3개 야구 구단의 연고지인 서울의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시민 안전 대책을 마련한 뒤 이른 시일 안에 관중 입장 경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학생 대상 체육대회는 등교 일정과 연계해 6월 뒤부터 점진적으로 재개된다. 다만, 지역축제는 연기·취소하는 현재의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


정부는 현재 31개로 구성된 시설·상황별 세부 방역수칙을 70여개로 보완해 5월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김강립 조정관은 “정부가 내놓은 수칙이 물샐틈없는 수칙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걸 잘 안다”며 “국민의 일상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으므로, ‘와, 이런 것까지 있구나’ 하는 내용을 더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권지담 송경화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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