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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졸본 오가던 오녀산성 암로 "일선천" 그대로 보존
역사의 숨결 어린 요동―고구려 유적 답사기행(5)
데스크승인 2010.02.08 장광섭/중국문화전문기자, 윤재윤/요령조선문보기자
오녀산성 태극정에서 환인현성을 바라본 태극도
▶‘일선천’과 주몽이 졸본으로 다니던 길
장대에서 동문으로 가려면 다른 고구려산성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코스를 거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일선천(一線天)’이라고 하는 벼랑 사잇길이다. 깎아지른 듯한 높은 수직절벽의 좁다란 틈 사이에 돌계단이 아스라이 내리 깔렸는데 한 사람이 겨우 오르내릴 수 있다. 원래 여기엔 돌계단이 없었는데 1999년에 그 아래 이어진 길의 철제계단과 함께 놓았다고 한다. 이 벼랑 틈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좁은 하늘만 실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선천’, 누구의 발상인지 그 이름이 참으로 적절하다. 이 길은 워낙 경사가 급하여 오르내릴 때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과연 일당백의 요샛길이라 할 수 있다. 이 길은 오녀산성 바깥으로 통하는 암로이다. 이 암로를 거쳐 동문에서 동북쪽으로 내려가면 북전자(北甸子)로 가는 옛길의 한 갈래가 있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고구려 시조 주몽이 북부여에서 환인 지역에 들어와 첫 발을 붙인 곳이 졸본이었는데 … 주몽은 졸본부여와 맥족의 인력을 빌려 오녀산 위에 성곽과 궁실을 짓고 고구려국의 왕성으로 삼았으며 홍승골성이라 하였다.’
현지 고증에 의하면 졸본은 현재 환인현 북전자 경내의 부이강(富爾江) 하류와 혼강(渾江) 오른쪽 기슭의 작은 평원지역에 있었다. 주몽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은 부이강이 혼강으로 흘러들어가기 전 오른쪽 기슭이었을 것이다. 즉, 북전자향 만룡배촌(灣龍背村) 동강검(東江瞼) 부근의 혼강저수지(환룡호)에 수몰된 나하성(喇哈城) 유적지가 고대의 졸본성이다.
기록에 의하면 주몽은 오녀산에 도읍을 세운 후에도 늘 졸본에 내려가 지냈다 한다. 오녀산 산성에서 대동구(大東溝)까지 7㎞, 대동구에서 영영구촌(英英溝村)까지 6㎞, 또 거기서 영영구문(英英溝門)까지 3.5㎞, 영영구문에서 부이강 오른쪽 기슭을 따라 나하성까지 5.5㎞로 모두 22㎞가 고구려 시기의 졸본 옛 통로로 추정된다. 이 통로를 역사적으로 ‘북전자 통로’라고 한다. 이 통로는 오녀산 산성 동문 주변의 절벽 사잇길을 통해 북으로 비스듬히 내려가 산길을 돌아 흑구향(黑溝鄕)의 대동구에 이르러 동쪽으로 재를 넘으면 만구(灣溝), 영영구를 거쳐 북전자향으로 통한다.
오녀산 산성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통로는 이외에도 금은고구(金銀庫溝) 등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금은고구 통로는 산성 남문을 통해 서부로 나가는 옛 운송통로인데 지금까지도 현지 사람들에게 고려 마도(高麗馬道)라 불리고 있다. 협구(夾溝) 통로는 산성 동북쪽의 통로로서 옛 비류국에 이르는 중요한 운송통로였다. 동강검 통로는 산성 동문을 통해 마차 운송이 가능한 옛 통로로 수몰 전의 고려묘자촌(高麗墓子村)에 이른다. 환성 마도는 산성 아래로 산을 에워싸고 도는 마도로서 마차와 기병이 다닐 수 있는데 고구려가 산성을 축조하기 위해 돌을 나르고 산성을 방위하던 통로였다.
▶오녀산성 소재지 환인
오녀산성 소재지인 환인만족자치현은 총 면적이 3천547㎢, 18개 향과 진(鄕鎭·한국의 면과 읍에 해당), 150개 촌(마을)을 관할하고 있으며 인구는 30만으로 조선족을 포함하여 만족, 회족, 몽골족 등 11개 민족이 살고 있다. 경내에는 요령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환용호 외에도 혼강, 아하, 부이강 등 하천 70여 갈래가 있어 수력자원이 풍부하며, 철, 동, 아연 등 광물 40여 종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신비로운 팔괘성(八卦城)
오녀산을 찾아온 관광객 가운데 팔괘성을 찾아보는 이들도 많다. 이 팔괘성은 곧 환인현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환인현성은 면적 50㎢, 인구 7만의 자그마한 현성으로, 청조 광서(光緖) 3년(기원 1877년) 하남성(河南省) 상부(祥符) 사람 장월(章越)이 제1임 지현(知縣)으로 이곳에 오면서 세웠다고 한다.
당시 장월은 S형 태극 문양을 이룬 이곳의 천연적인 지형에 따라 혼강의 퇴적지인 이곳 벌판에 관아를 세우고 그 주위로 팔괘형의 현성을 건설했다. 이 팔괘성의 위치는 바로 S형의 태극 문양에서 양(陽·하늘 乾의 위치)을 이룬 곳, 즉 현재의 강 남쪽 주성(主城) 위치로 음(陰·땅 坤의 위치)에 위치한 강 북쪽 부성(副城)과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칭을 이루고 있다. 팔괘성을 비롯해 확장된 강남 주성의 도로 주향을 보면 기본적으로 남북방향에 상대해 45도 각을 이루고 있어 각각 태극 문양 속의 곤(坤-서남), 손(巽-동남), 건(乾-서북), 간(艮-동북)과 방향이 일치하고 있다. 이로써 이 성은 세계적으로 둘도 없는 태극 팔괘성을 이룬다. 현재의 현성은 본래의 태극 팔괘성을 중심으로 도로 주향에 따라 외곽으로 확장했는데 확장된 도로망은 또 주역(周易)의 ‘역’(易)이란 글자 모양을 이루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현성에서 남쪽을 향해 바라보면 오른쪽에 청룡강(靑龍崗)이라고 하는 기다란 산등성이 하나가 혼강 기슭을 따라 뻗어나가고, 왼쪽으로는 야트막한 포대산이 있는데 이 산등성이는 흡사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가 머리를 현성 쪽으로 향한 채 기어오르는 모습이다. 그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외두산의 뾰족한 산꼭대기는 흡사 커다란 대붕(大鵬)의 부리와 같고 북쪽으로는 오녀산을 몸통으로 하고 작은 오녀산을 머리로 한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어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전주작(前朱雀), 후현무(後玄武)”의 격식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이곳에서는 우청룡, 좌백호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하남성에서 출토한, 5천여년 전 무덤에서 발견된 우청룡, 좌백호의 격식과 우연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현재 현성 주성에 위치한 팔괘성은 북쪽 성벽 한 토막이 아직 남아 있을 뿐, 당시의 도로들만이 150년 전 팔괘성의 흔적을 되살려주고 있다. 현성 한복판을 가로지른 널찍한 “민족 한 거리”가 혼강 기슭에 있는 민족광장과 만나는데 이 거리는 환인현 도시건설기획국 조선족 부국장 한수렬씨의 작품으로, 도로 양측 건물들은 각각 조선족과 만족의 특색을 살려 디자인해 환인의 대표적인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역사유적 풍경 관광지로 거듭나는 환인
오녀산성 외에 다른 고구려 유적들이 여러 곳에 널려 있다. 이를테면 오녀산과 10여㎞ 거리로 마주보고 있는 하고성자(下古城子) 평원성 토성 성터가 있는가 하면 고구려 초기와 중기에 도읍지 외곽 방어체계의 구성 부분으로 되는 고검지(高劍地)산성, 와방구(瓦房溝)산성, 성벽립자(城墻砬子)산성, 마안산(馬鞍山)산성 등 고대 교통요충지의 산성들도 있다. 이밖에 이미 환용호에 수몰된 고려묘자촌과 연강촌(連江村)에 있었던 고구려무덤 군을 빼어 놓고도 상고성자(上古城子), 미창구(米倉溝), 양가가(楊家街), 동선영(董船營), 만만촌(彎彎村), 대청구(大靑溝) 등 구역 고구려무덤 군들이 있다.
산간지역의 명승지인 환인은 이름과 실상이 서로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또 창용산(蒼龍山) 원시삼림공원, 환룡호 국가저수지삼림공원, 환룡호 만락도(萬樂島) 풍경구, 아하향(雅河鄕)에 있는 망천동(望天洞) 풍경구, 불정산(佛頂山·일명 老禿頂子山) 국가급 자연보호구, 일명 “소계림(小桂林)”으로 불리는 대아하(大雅河) 래프팅풍경구, 사첨자진(沙尖子鎭)에 있는 이상지온대(異常地溫帶·여름에 차갑고 겨울에 따뜻함), 사간자진(沙間子鎭) 내에 있는 빙구(氷臼) 유적 등 관광명소가 있어 요령성의 중요한 명승고적 풍경관광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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