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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 고백한 새누리당의 본질적 전략
‘콘크리트 지지층’ 밖으로 뻗어나갈 수 없는 새누리당의 고민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입력 2012.12.17  10:36:18
▲ 김무성 전 의원은 '중도층의 투표 포기'가 새누리당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이 설화를 일으켰다. 그는 16일 기자단 오찬에서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면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다시 그는 “현재와 같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면 새 정치를 바라는 합리적 중도와 부동층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실망을 느껴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 역시 그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윤여준 전 장관의 일침처럼 ‘구차하다’는 평이 정확할 것이다. 김무성 발언의 요지는 사실상 ‘골든크로스’라 불리는 지지율 역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이 시국에서, 새누리당의 마지막 전략적 한 수는 ‘네거티브’ 선전으로 ‘그놈이 그놈’이란 정서를 확산시켜 투표율을 낮추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발언이 흉하게 삐져나왔을 뿐 사실 이는 새누리당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기본 전략이다. 어떻게든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한 이유도 결국 그것이었다 볼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세 번의 TV토론에서 그 자신이 기본적인 한국어 문장을 생성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물론 언어능력이 지성의 모든 부분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경우 그간의 발언과 토론내용을 토대로 보았을 때, 전여옥 전 의원의 발언대로 ‘패밀리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가업’인 대통령 직을 계승(?)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 통치의 내용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박근혜 후보의 통치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최악'의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최악이든 아니든 박근혜 후보는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을 거란 게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를 옹호하는 최선의 논거는 통나무 왕이 황새 왕보다 개구리에게 이롭다는 이솝우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 우화는 지배계급의 착취가 덜 하면 덜 할수록 좋다는 것일 뿐 시민이 선출한 권력이 시장에서 도태된 약자들을 배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민주주의 체제엔 걸맞지 않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지탱하는 것은 수십 년간 극우정당을 찍어온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세대론적으로 볼 때 이 지지층의 ‘파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작아질 수밖에 없다. 시간은 민주당 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것만 믿고 지난 십 년간 빈곤층이 집중된 노년세대에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는 양극화를 만들어낸 주범이 민주당이었단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노년 세대는 그만 박정희에 대한 부정을 자신의 청춘과 그 시절의 노동에 대한 부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말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경우 이 기본적인 지지층 위에 약간의 중도층만 포섭하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왔던 셈이다. 이 지지층은 악착같이 투표를 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투표를 할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의 승리는 보장된다. 이 지지층의 규모는 현재 시점에서 보면 유권자의 38~42%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대선에서 세 번 낙선한 이회창에만 비교하더라도, 박근혜 후보의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은 형편없다. 윤여준의 이탈과 찬조연설은 그녀의 그러한 약점을 극적으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민주당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좌클릭’으로 승리했다면,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에서 ‘깔맞춤’으로 이겼다. 이는 순전히 선거전략의 측면에서만 볼 때는 각자 승부수를 너무 일찍 내버린 격으로, 그 결과 대선에서는 서로 지지부진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이 선거전을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박근혜 후보는 스스로 무너지는 분위기다. ‘단일화’를 핑계로 TV토론을 계속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지만 토론답지 않게 형식을 바꾼 세 번의 토론에서도 그녀는 무너졌다. 3자토론의 형식이 자신에게 유리할 줄 알았지만 이정희 후보의 ‘강공’이 있었고, 이에 몸을 사리고 맞춤전략을 준비할 때쯤 그녀의 사퇴로 양자토론의 지경에 내몰렸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콘크리트 지지층’ 이외의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는 것을 내심 반기지만,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투표 포기를 유도해야 하는 지경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흉하게 삐져나온 그들의 ‘본심’은 이 선거를 ‘투표를 원하는 세력’vs‘투표를 원하지 않는 세력’으로 야권이 규정할 수 있는 훌륭한 명분을 제공했을 뿐이다. 2007년 대선 투표율(63.0%)과 2002년 투표율(70.8%) 사이라고 예측되었던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70%를 넘어 1997년 투표율(80.7%)까지 근접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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