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침식 아니라는 국토부... 농민 "헛소리 말라"
[현장] 금강 지천 '역행침식 의심' 농지 유실 제보 잇따라
13.03.29 15:33 l 최종 업데이트 13.03.29 15:33 l 김종술(e-2580)

▲  전신주 60cm 정도까지 농경지가 무너지면서 농민들의 근심은 더해만 지고 있다. ⓒ 김종술

<오마이뉴스>가 25일 단독 보도한 충남 청양군 금강 지천(백제보 하류 1km 지점)의 농지 유실 사태에 대한 언론에 후속취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도 "지류와 소하천이 무너지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관련기사 : "역행침식 때문에 농경지 100여 평 떠내려갔다").

▲  김종상(70)씨가 "제방이 무너지면서 4미터 폭의 수로가 70cm 정도밖에 남지 않은 곳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28일 청양군 치성천 가마교 제방 안쪽(화양2리)을 찾았다. 그곳에는 100미터 정도의 구간에서 제방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소하천을 덮쳐 물길을 막고 있었다.

제보자 김종상(70)씨는 "4대강 공사로 준설을 하면서 지류의 유속이 빨라져서 작년에 제방 100미터가 무너져 (유입된 토사 때문에) 폭 4미터의 수로가 70cm 정도밖에 남지 않은 곳도 있다"며 "지난해 7~8월경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전화했더니 나와본다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 청양군에서 나와서 보고 가더니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전신주를 지탱하는 쇠줄까지도 느슨해졌다. 이 상태로 내버려두면 수로가 막혀서 비라도 내리면 논둑이 터질 것이고, 논둑이 터지면 집까지 범람할 것이다"라며 "4대강 공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지 그냥 뒷짐만 지고 있으면 우리 같은 농민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폭 4미터 수로가 70센티미터로 줄어들어... 농민들 '분통'

▲  작년에 제방 위쪽부터 100미터 가량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 김종술

▲  제방을 감싸고 있는 구조물이 밑동이 침식되어 들어나 있다. ⓒ 김종술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백제보 하류의 지천(부여군과 청양군의 경계)을 찾았다. 본류와 1km 정도 떨어진 현장 역시 땅이 무너지고 있었다. 전신주 옆으로 약 60cm 인근까지 토사가 침식되면서, 전신주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 박아무개씨는 "이곳에서 800m 지점에 4대강 공사로 강모래를 퍼내면서부터 (지천 유역) 유실이 되기 시작하더니 2년 전부터 제방이 침식되어 버렸다. 제방 길이 트랙터가 다닐 정도로 넓었는데 다 사라지고 사람 하나도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덜 무너지라고 제방에 나무도 심어 놓았지만 다 무너지고 전신주도 유실될 것 같아서 한전에 말해서 1년 전쯤 옆으로 옮겼다"며 "강(금강 본류)을 파내고 나서 이곳(지천) 바닥도 2~3미터 깊어졌다. 이번 우기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이 말한 바로는 “4대강 사업 전에는 하우스 옆으로 트랙터가 지나갔다”고 한다. ⓒ 김종술

국토해양부는 25일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28일 "농경지 유실은 금강 본류로부터 1~2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하였고, 농경지 유실구간과 본류 사이에서는 침식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해당 피해는 작년 태풍 등 집중호우 시 하천구역 내 농경지의 밑부분이 쓸려나간 후 금번 해빙기에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국토부에서 '역행침식이 아니다'라는 해명이 나왔다고 말하자 박씨는 "깊이 파면 유속이 빨라진다는 것을 어린애도 다 아는데 아버지 때부터 평생을 강가에서 농사를 지어온 내가 모르겠나. 한 번도 나와 보지 않고서 그 따위로 말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신주 유실될까 한전에 말해 옆으로 옮겼다"

▲  농경지가 무너지면서 하우스 철근이 그대로 들어나 있다. ⓒ 김종술

인근에서 다른 하우스 농사를 짓는 이아무개(43)씨는 "역사재현단지에 땅 다 뺏기고, 4대강에 다 뺏기고, 우리 마을에 남은 곳은 이곳뿐으로 4~5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다"며 "이곳도 다 무너지고 남은 땅마저 언제 무너질지 몰라서 농사를 지을지 말지 걱정이 태산 같아 잠도 못 자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제방이 무너지면서 두 달간 하우스를 옆으로 옮기느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라며, 역행침식이 아니라는 국토부의 해명에 대해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준공과 동시에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국토부와 자치단체는 제대로 인식도 심각성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며 "이렇듯 행동하는 정부를 주민들이 불신하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지만, 현장에도 나와 보지도 않으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28일 취재 이후 부여군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충남도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현장을 안내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다녀왔다. 농민을 만나서 설명도 듣고 왔지만 역행침식이라고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그 까닭으로 "부여군에는 금강 본류와 만나는 지천이 27곳 있다. 정밀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곳과 같이 침식으로 주민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개인 소견으로는, (4대강 사업)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 딱히 확신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부여군 담당자 "역행침식이라고 할 확신한 근거는 없다" 

▲  농경지 바닥이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져 무너지고 있다 ⓒ 김종술

허재영 충남도 4대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 위원장(대전대 교수)은 "(4대강) 본류를 건드려 놨으니 지천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모두가 예견했던 일이다"라며 "과도한 준설로 지천 제방이 침식돼 깎여나가는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 안정화되겠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너지고 있는 지천의 모든 제방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보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지천의 하상이 낮아지고 하천 바닥이 파이면서 일어나는 역행침식이 맞다. 역행침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농경지 부분의 지반이 약하고 제방이 부실해서 주저앉은 것인데 '역행침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에 대해 담당공무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국토부의 반론을 접하면서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편 28일부터 충청남도는 충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역행침식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시작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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