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채근에 넉달새 ‘친환경 소형보→수심 2.5m→6m’ 둔갑
등록 : 2013.07.10 21:32수정 : 2013.07.10 22:37

2010년 3월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가물막이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과 운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창 주장하던 때다. 창녕/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거짓말 드러난 4대강 사업|‘강 정비→ 대운하’ 변신 과정
촛불시위로 “대운하 중단” 반년
국가균형위 ‘4대강 살리기’ 보고받고 청와대 “수심 5~6m 되게 하라”
‘4대강 기획단’은 부정적 의견 “최소수심 2.5m면 충분” 보고
청와대는 다시 “물그릇 늘려야” 결국 ‘최소수심 6m’ 최종 확정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4대강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 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어떻게 친환경적인 강 정비사업이 대운하로 변모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2008년 촛불시위 직후인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산하 한반도대운하 사업단도 해체됐다. 대운하 포기 방침이 발표된 뒤 처음 나온 계획은 국토부가 수립하고 2008년 12월15일 국가균형발전위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안이다. 사실상 댐과 다름없는 지금의 4대강 보가 아닌 돌무더기를 이용한 자연형 소형 보를 경북 왜관, 구미 등 4곳에 설치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이 계획 발표 전부터 향후 낙동강 구간의 ‘대운하 전용’을 위해 국토부의 4대강 계획 수립에 은밀하게 개입했다. 국가균형위의 프로젝트안이 발표에 앞서 청와대에 보고된 뒤 대통령 말씀사항을 정리한 문건에는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이라는 단서가 달려 나왔다.

그 뒤 국토부는 ‘4대강기획단’을 만들어 구체적 계획을 마련한다. 하지만 4대강기획단에서조차 청와대의 지시를 부정적으로 봤다. 기획단은 “(수심 5~6m를 만들려면 대규모 준설과 보 설치를 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가 없다”고 국토부에 보고한 것이다.

낙동강 대운하용 설계 변경

청와대는 계속 채근한다. 2009년 2월9일 대통령실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 재추진 가능성이 있다면서, 4대강기획단에 대통령인수위의 한반도대운하 티에프팀장과 경부운하 민자제안서를 준비한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대운하설계팀’과 함께 추진 방안을 내라고 지시한다. 대운하설계팀이 여기서 내놓은 이른바 ‘대운하안’은 부산~경북 상주 구간(266㎞)에 2500t급 화물선이 다니도록 강바닥을 6.1m까지 파고 추후에 갑문, 터미널 등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애초 국토부는 이에 대해 에둘러 반대하면서 설득하려 한 게 확인된다. 대운하설계팀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만든 내부 검토자료에서 △치수사업비·유지관리비·수질개선비 추가 소요 △하천 다양성 상실 △환경·생태 악영향 등이 있다며 대운하안대로 할 경우 사업 정당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대강기획단은 2월16일 부산~구미(220㎞) 최소수심 2.5m를 준설하는 최종안을 만들고, 둔치에 갑문을 건설해 화물선이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이 안과 대운하안의) 4대강 사업 목적은 궁극적으로 동일하다”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낙동강을 더 깊이 팔 것을 고집했다. 4월17일 국토부 차관 주재회의에 대통령실 행정관이 참석해 “물그릇을 4.8억t에서 8억t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다시 부산~구미 구간은 최소수심이 6m로 더 깊어진다. 이를 뼈대로 한 공사계획은 4월27일 대통령에게 보고돼 6월8일 이 사업의 최종 계획인 ‘4대강 마스터플랜’으로 확정된다.

완성된 4대강 마스터플랜을 보면, 애초 한반도대운하와 별 차이가 없었다. 낙동강은 6개의 갑문 대신 중대형 보 8개가 물을 막았다. 부산에서 상주까지 6.1m의 최소수심도 6m로 바뀌어 단 10㎝의 준설량만 줄었을 뿐이었다. 낙동강 공사장에서는 운하에 맞는 공사가 척척 진행됐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외국 운하전문가도 “운하의 전형적 특징을 담고 있다”며 놀랄 정도였다. 창녕함안보~합천창녕보 구간은 4대강 공사로 주변 농지가 침수되는 등 문제가 일었다. 침수 방지를 위해 관리수위를 낮춰 수심이 6m에서 3.5m로 줄어들자, 추가로 2.5m를 더 파서 최소수심 6m를 맞추는 기형적인 설계 변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그림 참조)

3년의 공사 끝에 지난해 4대강 공사는 끝났다. 사업구간 중 부산~상주 구간은 이미 ‘운하 인프라’가 세워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보 한쪽에 갑문을 달거나 육로에 물길을 내고 일부 교량의 다릿발(교각) 간격을 조정하면 당장에라도 대운하로 사용이 가능하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공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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