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4대강 검증으로 MB정부와 차별화하라"
[대운하가 된 4대강-긴급인터뷰②] 박창근 관동대 교수
13.07.13 11:46 l 최종 업데이트 13.07.13 11:46 l 박소희(sost) 최지용(endofwinter)

지난 10일 감사원의 발표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4대강 사업의 명분은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4대강의 세워진 거대한 보는 '운하시설물'이 됐다. 박근혜 정부도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뒤늦게 밝혀진 진실 앞에는 끝까지 그 진실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파헤쳐온 세 사람을 만났다. [편집자말]

기사 관련 사진
▲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가 1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긴급기획> 4대강 시민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박창근(53)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어제(10일) 기분이 좋아 술 한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꺼낸 이후부터 줄곧 반대쪽의 선두에 섰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사업명이 바뀐 뒤에는 계속 "그 내용이 한반도 대운하와 일치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보의 안전성 문제 등을 제기해왔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것'이라는 감사원의 10일 발표는 "그동안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을 정부 기관이 확인해준 것"이라며 "결국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잘못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일에 가담한 전문가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지휘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냐고 묻자 "(더 말해봤자) 제 입만 아프다"며 웃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감사원의 지난 1월 감사 결과 발표에 이어 사업 목적은 결국 대운하였음이 드러나면서 그의 오랜 싸움도 하나둘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제 (싸움의) 라운드가 바뀌었을 뿐"이라며 "현실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당장 4대강 사업을 검증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증위원회 구성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이전 정부와 가장 차별화하기 좋은 게 4대강 사업인데, 관료들 반발도 거세고, 박근혜 정부라는 한계도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검토해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보수·진보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그와 1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부가 시민단체 주장 확인했을 뿐... 찬성 전문가들 책임져야"

- 10일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을 정부의 권위 있는, 공식 기관이 확인해준 것이다. 우리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그렇게 많이 얘기했는데…. 결국 이런 사태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 4대강 사업을 책임지라'는 말을 계속 하고 있지만,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라는 뜻인가.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잘못된 논리를 들어가며 4대강 사업을 찬성한 전문가들이라고 본다. 그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한국이 독립한 지 60여 년인데 아직까지도 일제 잔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당시 일제에 부역했던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이 해방 후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 부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일도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일이다. 전문가들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정부 시책에 찬성하면 예산낭비와 환경파괴, 온갖 부정부패가 발생한다고 배웠지 않나? 이걸 그대로 두면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 생겨도 '그거 해보니 재밌던데?'란 말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 중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용역을 21건이나 한 사람이 있다. 

찬성 쪽 최전선에 섰던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 임기 말에 몇 백억 원짜리 연구사업단을 꾸리기도 했다. '잘못된 사업이어도 정부 편을 들으면 떡이 생긴다, 지나고도 괜찮더라' 이런 걸 심어주면 안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에 관련된 전문가들의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 물어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어쨌든 사업을 추진토록 지시한 사람이다. 
"제 입만 아프다. 뭘 더 얘기하겠냐(웃음)."

- 지금껏 부실 설계·시공 문제를 계속 지적했다. 그런데 그 부실 설계·시공할 수밖에 없었던 게 결국 대운하를 염두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은 아닌가.
"제가 옛날부터 중요하다고 지적해온 점이, 2008년 12월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세운 14조 원짜리 4대강 정비사업 계획이 6개월 만에 (4대강 살리기사업) 마스터플랜으로 바뀌면서 (규모가) 22조 원으로 늘었다. 계속 이걸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 이유를) 알고는 있었는데, 우리가 말하면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 결국 (4대강 사업은) 운하 사업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게 감사원이 밝힌 내용 아니냐.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없다. 22조 원이나 되는 사업을 6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또 6개월 만에 실시설계까지 다 해버렸다. '시작하자'고 해서 공사 들어가기까지 1년도 안 걸렸다. 타당성도 평가해야 하고, 기본계획 세우고, 영향평가 등을 해야 하는데. 결국 '부실설계를 하라'고 한 것이다.

또 제가 계속 '보가 위험하다, 모래 위에 서 있다'고 했더니 국토부에서 저를 고소·고발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서 '보는 전 세계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럼 국제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보를 큰 하천에 세우는 일 자체가 '부실설계를 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셈이 아닌가."

"될 수도 없는 운하 사업 때문에 8조 원 낭비했다"

기사 관련 사진
▲  박창근 관동대 교수(오른쪽)가 지난해 7월 16일 오전 민주통합당 소속 이미경 박수현 민홍철 의원과 함께 창녕함안보 현장조사에 나섰다. ⓒ 윤성효

- 대운하 때문에 사업 계획이 바뀌어서 마스터플랜이 나왔다면, 2008년 12월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처음 만들었던 4대강 정비사업 계획은 적절한 치수사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14조 원짜리 사업이 타당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그게 정당했다면, 6개월 뒤 나온 22조 원짜리 사업은 운하 때문에 부풀려진 것이다. 될 수도 없는 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바꾸면서 8조 원이 늘어났고, 결국 그 돈을 낭비했다는 게 핵심이다."

- 이제 보 등 각종 시설을 '운하 시설'이라고 봐야 할 텐데, 이 시설물들이 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관리비용 문제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줄곧 보 철거를 주장해왔는데, 지금도 변함없는가. 
"개인적으로는 보를 철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보 철거든 아니든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평가해봐야 한다. 또 그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어느 게 가장 맞을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보의 경우 현 상태 유지, 수문 상시 개방, 철거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이걸 검토해보고 과연 어느 방안이 경제적이고, 환경적이고, 또 사회적이며 타당한가를 평가해 가장 적합한 안을 찾아야 한다."

- 보 유지, 수문 상시 개방, 철거 모두 당장 할 수 있진 않다. 어쨌든 지금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참 어려운 문제다. 솔직한 심정은, 다 뒤집어버리면 제일 바람직하다. 근데 그게 안 되잖나. 운하시설이 가져다주는 부작용은 우리도 이미 운하의 나라(독일, 이집트 등) 사례에서 알고 있던 것이다. 국민들도 이 실체를 알고,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면 (해결책은) 자연스레 나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걸 위해 보수·진보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 일단 '4대강 보 = 운하 시설물'이라는 인식부터 먼저 만들어야 할 듯하다.
"그렇다. 이제 (싸움의) 라운드가 바뀌었다. 어제 (감사 결과를 듣고) 기분이 좋아서 술을 좀 마셨다.(웃음) 4대강 사업도 '운하 사업'으로 이름이 바꿔야 한다."

"4대강 사업, 운하 사업으로 이름 바꿔야... 안전성 문제 심각"

- 지금까지 4대강 사업 보의 부실 건설, 누수, 세굴현상 등을 지적해왔다. 보를 운하시설물로 본다면, 또 다른 문제점들이 있을 것 같다. 
"유지관리비 많이 든다. 결국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크다. 운하시설물이기 전에 보인데, 이 자체가 국제적으로 설계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태생적으로 잘못 태어난 구조물이다. 결국 안전성 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돈이 엄청 든다. 함안보만 해도 2012년 1월 기준으로, 보수한다고 시멘트 6000대분을 들이부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또 2011년 7월경 공사가 완료됐는데 준공은 1년 뒤에야 했다. 그동안 보수·보강공사를 계속 해야 했다. 제가 그걸 보고 안전등급이 'E'라고 했더니 국토부와 수공은 A급이라고 하더라. A급은 보수·보강이 필요 없는 최상의 상태다. 근데 공사 완료해놓고 6개월에서 1년 동안 보수·보강공사를 한다? 상식적으로 봐도 불량 아니냐."

- 정부가 국무총리실 밑에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아래 검증위)를 구성하려고 하는데, 추진이 원활하지 않다고 들었다. 이번 감사 결과 계기로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리실 의견은 절대 안 바뀐다. 그들 의견이 곧 국토부 것이기 때문이다. 검증위 구성 문제로 총리실 사람을 두 번 만났는데, 일단 협상하는 사람들이 4대강 사업 내용을 잘 모른다. 또 갈등 조정 전문가도 아니다. 말 그대로 '꾸려봐라' 하니까 급하게 만든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정부 내에서 '이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논의한 데에는 (국토부가 낸) 내용들이 다 들어 있다. 

그 중 하나가 검증위원을 정부 쪽과 반대 쪽에서 각각 내면 4대강 사업 찬성·반대 쪽 인물이 맞는지 상호검증하자는 내용이다. 만약 시민단체에서 누군가를 추천하면 국토부가 '이 사람은 제외하자'고 한다는 것인데, 그럼 검증을 할 수가 없다. 또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저도 잘 아는 분인데, 인품 등을 떠나서 위원장을 국토부가 이미 내정해놨다는 얘기다. 그럼 시민사회단체들은 들러리 서는 꼴인데, 그런 검증위가 의미가 있는가." 

- 그렇다고 검증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히는 부분은 어렵지 않겠나.
"저는 일단 총리실에서 그렇게 나오면 (검증위에)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간다 해도, 또 다른 검증단을 꾸려야 한다고 본다. (정부 검증위는) 시민사회단체가 요구를 해도 들어주지 않을 테고, 결국 따로 검증을 해야 한다. 국민 모금을 하는 식으로든 해서 (또 다른 검증단을) 꾸려야 한다.

결국 청와대를 봐야 한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어제 (4대강 사업을 두고) 세게 얘기했는데, 그의 말을 대통령 뜻으로 보고 싶다(기자 주 : 이 홍보수석이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일"이라고 발언). 맞다면, 이명박 정부와 어떤 형태로든 차별화할 것이다. 제가 예전부터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는데 가장 좋은 게 4대강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건 (사업의 잘잘못 등이) 너무나 명확하다. 박근혜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속적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사람들로 검증위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전권을 주는 대신 공청회 등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쪽에 반론권을 충분히 주면 되지 않겠냐." 

"찬성·중립인사가 4대강 검증? 정부 맘대로 하겠다는 것"

기사 관련 사진
▲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지난해 7월 16일 오전 민주통합당 소속 이미경 박수현 민홍철 의원과 함께 창녕함안보 현장조사에 나섰다. ⓒ 윤성효

- 하지만 4대강 사업에 찬성하거나 직접 추진한 쪽에선 반발이 심할 텐데.
"이번에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도 반대 주민·야당 추천 4명 대 한전·여당 추천 4명 대 위원장 1명이었는데 이상하게 됐다. 주민 추천위원이 반대 주민들 주장을 뒤엎었다. 3 대 6 구조가 됐다. 그걸 보면 지금 총리실에서 찬성-반대-중립인사로 구성하자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중립이 있는가? 

또 중립은 말 그대로 '나는 그 문제에 신경 안 쓰겠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불러다 4대강 사업을 검증하는 일은 예산과 권력을 갖고 있는 국토부와 수공 입맛대로 검증위를 요리하겠다는 것이다. (밀양송전탑 사례처럼) 주민 추천인사도 (정부 등에) 휘둘리는데, 중립이라는 사람들이야 보나마나 뻔하다. 그리고 찬성 인사들은 평가 대상이다. 평가 대상이 어떻게 검증위에 들어오나. 결국 그런 사람들을 검증위에 넣는 것은 안 된다. 

또 국토부와 수공에서 만든 보고서가 엄청나게 많다. 밀양처럼 나중에 (찬성·중립 쪽 위원들이) 그 자료 갖다 쓰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끝에는 숫자 싸움이 될 텐데, 그럼 (반대쪽이) 질 게 빤하다."

- 대운하부터 6년 정도 이 문제로 여러 가지 겪었다. 그래도 감사원 1월 발표(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내용)부터 해서 조금씩 활동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흠…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아직 갈 길 멀었다. 4대강 사업은 라운드가 바뀌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가 '용수확보용'에서 '운하시설물'로 바뀌었을 뿐이지 현실은 똑같다. 보는 그대로 있다. 운하시설물이 가져오는 기회비용도 그대로다. 이걸 해결하려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래서 아직 바뀐 건 없다. 엄연히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도 그대로 있다. 제가 총리실에서 답변받은 내용을 보면,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관료들은 아직까지도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해결방안은 아직 없다. 4대강 사업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고, (강 생태계를) 복원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 등이 따라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 정부에선 힘들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 안에도 이 사업에 책임져야 할 분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