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4대강 총책' 박재완의 침묵
동아일보 | 입력 2013.07.13 03:05
이명박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던 다음 날인 11일. 대책회의를 위해 측근들이 몰려든 이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무실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4대강 사업의 총괄책임자였던 그는 이 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도 "지방에 일이 있다"며 불참했다. 이 전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는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대기 전 경제수석 등만 참석했다.
성균관대 교수로 복직한 박 전 장관은 감사원 발표와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도 거의 응하지 않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출연 요청에도 손사래만 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4대강 실무를 꿰고 있는 박 전 장관이 직접 나서 설명해야 대응논리에 설득력이 강해지는데 나서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책회의에서 공식 입장이 나왔는데 개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데 내가 또 말하는 건 맞지 않다. 바둑에서도 두 수를 연속으로 두면 반칙 아니냐"고 했다. '4대강 사업의 지휘자로서 억울한 부분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말하면 내일 신문에 또 나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박 전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올해 3월 취임하자마자 "(MB정부에서) 경제 전망을 잘못했다"며 예산추계 오류를 지적했을 때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 측근 그룹에서는 "왜 박 전 장관이 해명하지 않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MB정부 5년 내내 임명직을 맡았던 박 전 장관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대선 공신'이 아닌데도 초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낸 터라 더 큰 책임감을 요구받지만 궂은일에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한 측근은 "욕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자기는 밥만 먹고, 설거지는 우리보고 하라는 거냐"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장관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 '더 모실 수 없게 돼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왜 '앞에서 우는 사람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의 모습에서 MB 측근 그룹의 게젤샤프트(Gesellschaft·이해타산으로 결합된 집단) 성향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평했다.
박정훈 정치부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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