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에 쏟아부은 3조, 어디로 흘러갔을까
[2013년 영산강 도보순례기행] 셋째날
13.07.16 19:44 l 최종 업데이트 13.07.16 20:19 l 우원식(reform1-1)

저와 영산강 시민단체인 영산강 네트워크,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해 7월 11일부터 16일까지 5박 6일간 영산강 136km, 350리 전구간을 도보로 돌아봅니다. 

2013년 영산강 도보순례는 우리강 도보순례(2005년 섬진강, 2006년 금강, 2007년 한강, 2008년 낙동강) 다섯번째로 열리는 행사로 이번 주제는 '영산강, 생명의 강으로'입니다. 영산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과 함께 대한민국 4대강으로 불리지만, 유일하게 4대강 중 사람이 먹지 못하는 물입니다. 

이번 기행을 통해 호남의 젖줄이라 불리면서도, 먹지 못하는 물로 외면 받는 영산강의 현실을 돌아보고 영산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바꿀 방법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5박 6일간의 여정을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알리고 영산강의 현실을 같이 고민하고자 합니다. 눈 맑은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기자 말

모두가 알고 있었던 4대강 사업의 실체가 드러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말 못하던 감사원은 권력이 바뀌고 나서야 4대강 사업의 실체가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진실은 잠시 감추거나 왜곡될 수는 있으나 영원히 숨길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황당한 것은 새누리당의 태도입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그동안 야당과 시민사회가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부정하며, 당시 청와대의 강경 추진을 예산으로 뒷받침했던 지금의 새누리당이 마치 자신들은 몰랐고 속았다는 듯이 말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만의 책임인 것처럼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대운하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니 믿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국민들은 또렷이 기억합니다. 3년 내내 국회에서 청와대의 의지를 반영해 날치기로 예산을 통과시켰던 분들이 국민혈세를 낭비한 죄는 석고대죄로도 모자랍니다.

18대 원외로 있으면서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4대강 강바닥에 쏟아져 붓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비감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합니다. 그들에게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들 강을 알기나 하나? 4대강을 걸어본 적이나 있나?"입니다.

7월 13일 오늘은 영산강 도보순례 3일차 되는 날입니다. 용산교부터 승촌보까지 총 27킬로미터의 길을 걸었고, 오염이 가장 심하다는 광주를 지나왔습니다. 정부는 4대강 영산강 사업으로 영산강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질개선을 하겠다고 장담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걸으면서 확인해 본 영산강의 현장은 정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질 오염의 큰 원인이 되는 오폐수가 처리되지 않고 바로 영산강 본류로 흘러드는 현장을 곳곳에서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영산강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이런 부분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함에도 4대강 사업은 이를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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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가 영산강 본류로 흘러들고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 우원식

정확한 숫자를 헤아려보진 못했지만, 영산강에는 수많은 농업용 보들이 하천의 흐름을 막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여기에 승촌보와 죽산보라는 대형댐 두 개를 추가로 설치한 사업이며, 이로 인해 하천의 흐름은 더욱 느려지게 되고 이는 수질악화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정작 필요한 일은 많은 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맑은 물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옛 속담처럼 흐르지 않는 물은 고여 썩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하천의 인공구조물은 강을 정체시켜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강이라는 생태계 축을 단절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전국 하천에는 3만6288개의 보 등 인공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이중 어도가 설치된 곳은 841개로 어도 설치율이 2.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하천은 3만여 개로 토막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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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에 설치된 농업용 보 영산강은 수많은 크고작은 농업용 보로 물 흐름이 막혀 있었다. ⓒ 우원식

도보순례 도중 길거리 강연에서 광주환경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영산강이 식수로 쓰이지 않다 보니 다른 강과는 다르게 애초 정부가 목표로 한 수질개선 예산 투자가 45%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천으로 흘러드는 오폐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환경기초시설 투자가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열악한 지자체의 예산구조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예산과 매칭을 해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먹는 물로 쓰이지도 않는 강의 수질개선에 가뜩이나 빠듯한 예산을 감안하면 우선 순위를 두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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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순례 중 진행된 환경강의 최지현 광주환경연합 사무처장이 영산강의 수질문제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우원식

그리고 영산강 4대강 사업은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기초시설 투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죽산보, 승촌보 등을 만들어 물 확보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수질개선은 간과되었다고 합니다. 준설을 하다 보니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는 모래, 자갈이 없어졌고, 그마저도 준설했던 지역의 경우 재퇴적으로 헛준설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온통 자전거 마니아를 위해서만 놓여진 자전거도로 위를 하루종일 걸어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흙길이었지만, 지금은 그늘 한점 없는 자전거도로, 시멘트의 복사열을 내뿜는 자전거 도로로 변했습니다. 두 발로 걷는 우리들에게는 지옥같은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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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자전거길 예전에 흙길이었던 이 길은 시멘트의 복사열을 내뿜는 자전거 도로로 변했다. ⓒ 우원식

오늘은 토요일, 광주구간의 영산강 자전거도로에 그래도 꽤 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이 자전거를 즐긴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들의 눈에는 듬성듬성 자전거를 타는 사람만이 보였습니다. 하루종일 10여 명이라 만났을까 말까입니다. 이 도로를 놓는 것이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일보다 시급했던 일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 도보순례단은 오늘의 마지막 종착점인 승촌보에서 수자원공사 영산강, 섬진강 통합관리센터로부터 4대강 영산강 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보순례단의 관심은 단연코 영산강 4대강 사업이후 과연 수질이 나아졌는가에 모아졌고, 이에 대한 열띤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영산강의 수질은 4대강 사업으로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된 지표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영산강 4대강 사업은 3조1700억 원이 소요된 사업입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수질개선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애초에 4대강 사업의 목표가 수질개선이 아닌 대운하를 위한 수심확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의 영산강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수질개선을 위한 투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농업용수로만 쓰이고 식수원으론 외면 받는 강에서, 다시 생명의 강으로 복원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4대강 영산강 사업은 다른 곳에 재원의 대부분을 썼습니다. 그리고 영산강의 수질은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정작 영산강에 필요한 곳을 외면하고 돈을 썼고, 그래서 수질개선이 시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헛돈 쓴 꼴이 됩니다.

문제투성이 4대강 사업은 감사원의 서류상의 감사결과가 아니라 두 발로 걷는 우리들은 그 적나라한 실체를 들여다본 하루였습니다. 현장에서 하나하나 확인해 가는 과정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과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만큼이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원식님은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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