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비서실장에 '초원복집' 김기춘
정무수석엔 외교관 박준우, 민정-미래-복지수석도 경질
2013-08-05 10:58:16  

박근혜 대통령이 5일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을 전격 경질하고 그 자리에 김기춘 전 법무장관(74)을 앉혔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1992년 대선때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주의를 촉발시킨 당사자여서, 파문을 예고했다. 

또한 장장 석달간 공석이었던 정무수석직에는 전문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전 주EU대사를 임명, 박 대통령의 여의도정치 경시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논란도 자초했다. 이와 함께 정부 출범 다섯달만에 미래전략수석과 고용복지수석, 민정수석도 경질 차원에서 무더기 교체됐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약 5개월여 동안 새로운 국정철학에 맞게 정책기조 계획을 세우면서 많은 일을 해왔던 대통령은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책임 속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온 비서실장과 수석 노고에 감사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며 이같은 인선내용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김기춘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3선 국회의원, 국회 법사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입법 사법 행정에 걸쳐 탁월한 역량을 갖춘 분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조합적인 균형감각을 갖춘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춘 실장은 박 대통령의 핵심원로 그룹인 '7인회' 멤버로 지난 대선때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공신으로, 이번 발탁은 논공행상 성격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에 주벨기에, 주싱가폴, 주EU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 박준우 수석을 내정한 이유와 관련해선 "그동안 뛰어난 협상력과 정무적 판단력 갖춘 분으로 평가가 있었다"며 "정무수석으로서 새로운 시각과 역할을 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래전략수석과 고용복지수석, 민정수석도 교체가 이뤄졌다. 

미래전략수석에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회장이 선임됐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한 그는 그동안 미래부장관, KT회장 후보로 꾸준히 거명돼 왔다. 그는 국내 최대로펌인 김앤장의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수석은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산업전반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발탁배경을 밝혔다. 

고용복지수석에는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내정됐다. 최 신임 수석은 보건복지분야에서 30여년 공직생활 해 온 전문가로 연대 보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민정수석에는 공안검사 출신인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홍 내정자는 법무부 연수원장, 법무부 적격심사위원장, 정부 공직자 윤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현재 구속수감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수석은 "소신있는 검사로 정평이 났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청와대 대폭 물갈이와 관련,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 발탁은 논란을 자초한 양상이다.

그는 14대 대선을 사흘 앞둔 92년 12월 11일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8명의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당신들이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 것이고,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라며 지역감정 조장하는 YS 지지 불법대선운동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불법선거운동 지시는 당시 정주영 국민당 후보측이 도청해 폭로했다. 당시 초원복집 참석자들은 “우리가 남이가” “(다른 사람이 되면) 부산·경남 사람들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등의 지역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감정을 조장한 당사자를 비서실장에 기용하면서 지역통합을 주장해온 박 대통령의 진실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등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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