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줄어드는 모래강, 물고기도 내성천을 뜨는구나
등록 : 2013.08.06 20:11 

경북 예천군 호명면 백송리 선몽대 인근 내성천 하류의 모습. 이곳 강바닥도 낙동강 본류 준설에 따라 하류로 빠져나가는 모래의 양은 늘고, 영주댐에 막혀 상류로부터 공급되는 모래의 양은 줄어들면서 낮아지고 있다. 박용훈씨 제공

[지구와 환경] 4대강 공사 시름하는 내성천 현장

지율 스님이 제작한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는 다큐영화를 통해 일반에게 알려진 낙동강 지류 내성천 중상류에서는 지금 영주댐 건설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용혈리 사이에 걸쳐진 높이 55m, 길이 400m의 댐 본체는 거의 마무리됐고, 본체에서 13㎞쯤 상류에서는 댐 안에 모래가 퇴적되는 것을 막는 유사조절지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수자원공사 계획대로면 내년 5월부터 물을 가둔다. 내성천에서도 경관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운포구곡 아홉 구비 가운데 다섯 구비와 400년 역사를 지닌 금강마을을 비롯한 500여가구가 물속에 잠기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불필요하게 확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꼽히는 영주댐이 주목을 끌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위장된 운하사업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 파괴를 초래할 영주댐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일단 중단하고 전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질문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댐 사업을 넘겨받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다.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거짓에 찬 사업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댐이기도 하다. 영주댐을 건설하는 주목적은 낙동강 본류 수질이 악화될 때 가둬놓았던 물을 흘려보내 수질 오염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2009년 1월 이뤄진 타당성조사 결과를 보면 영주댐을 통해 매년 얻는 편익의 86.2%가 낙동강 수질개선 편익으로 계산됐다. 이명박 정부가 앞에서는 준설과 보 건설로 물그릇을 키우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8800억여원의 막대한 사업비(순수 공사비 2500억여원)를 들여 국내에 건설된 사례가 없는 ‘수질개선용 댐’ 공사를 벌인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물그릇 확대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를 그다지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영주댐에서 하류로 1㎞가량 떨어진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교 위쪽 내성천 변. 2010년까지만 해도 모래밭이었던 하천변 곳곳이 자갈로 뒤덮인 가운데 풀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하류선 낙동강 준설로 쓸려가고 상류는 영주댐에 막혀 못내려와 강 살리려면 모래를 되돌려줘야 
토종 흰수마자도 고향 떠나는데 4대강 수질악화 대비해서 짓는 영주댐 공사를 계속해야만 하나

영주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다가 한나라당 소속 수몰지역 지역구 의원들의 거센 반대로 포기한 송리원댐과 같은 댐이다. 물 건너간 줄 알았던 송리원댐이 영주댐으로 이름만 바뀌어 2009년 6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포함되면서 되돌아왔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4대강 준설과 보 설치라는 커다란 문제의 뒤에 가려져 환경단체들도 미처 주목하지 못한 사이 계획 발표 6개월 만에 공사가 시작됐다.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안동을 거쳐 예천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총연장 110㎞의 내성천 중상류 아래쪽은 영주댐 공사가 시작된 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2일 돌아본 영주시 평은·이산·문수면의 수몰 예정지는 강 쪽을 바라보는 산등성이 곳곳이 벗겨져 황량한 모습이었다. 댐 속에서 부패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겠다며 수몰선 아래쪽 나무들을 미리 제거한 것이다. 많은 주민들이 이미 이주해 인적이 사라진 내성천은 천연기념물 원앙 새끼들의 놀이터가 됐다. 농사를 짓지 않아 버려진 논밭 곳곳에는 내성천에서 퍼낸 모래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수몰되기 전 최대한 퍼내 수익을 올리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모래를 퍼내는 만큼 댐에 더 많은 물을 가둘 수 있게 되는 수자원공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댐 본체에서 1㎞가량 하류 지점에 있는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교 위쪽 내성천변은 ‘모래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이 자갈밭이었다. 하류로 1㎞가량 더 내려가봐도 마찬가지였다. 물 색깔은 탁했고 가장자리엔 거품마저 떠 있었다. 동행한 생태사진가 박용훈씨는 “2009년 여름 이후 지금까지 수십번 내성천을 돌아보고 있지만 2011년 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영주댐 공사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주댐 아래부터 내성천이 끝나는 삼강합류부에 이르는 50여㎞ 구간에서 관찰되는 가장 큰 변화는 모래가 점차 줄어들고 거칠어지면서 강바닥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래가 빠져나가 강바닥이 낮아지는 만큼 물에서 멀어지게 된 강변 백사장이 점차 풀밭으로 바뀌며 강폭도 줄어드는 듯했다. 댐에서 7㎞가량 아래쪽, 내성천 변에 자리잡고 있는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의 박종남 촌장은 “3년 전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정도로 모래가 많이 쓸려갔고, 백사장에 돌과 자갈이 많아지는 등 질도 안 좋아졌다. 마을 앞 교각을 기준으로 보면 강바닥이 거의 1m 정도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주댐 바로 위 수몰지역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강동리 평은교에서 내려다본 내성천의 지난 2일 모습과 2010년의 모습. 3년 사이에 하천변 모래밭은 돌덩이들이 나타나는 등 거칠어졌고, 맞은편 산은 나무들이 베어져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박용훈씨 제공

내성천에 넓게 펼쳐진 모래는 모래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물고기인 흰수마자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바닥에 가는 모래가 깔린 여울에 사는 예민한 물고기인 흰수마자에게 내성천에서 모래가 사라지면서 바닥이 거칠어지는 것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환경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보 설치 전후 수생태계 영향평가 연구’ 보고서를 보면, 흰수마자는 2010년 조사 때 낙동강 내성천 합류지점에서 9마리가 발견됐으나 2012년에는 한마리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내성천변 주민과 하천지형 전문가들은 모래 감소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으로 이뤄진 낙동강 본류 준설과 영주댐을 꼽는다. 한국교원대 오경섭 교수(지형학)는 “내성천 모래는 댐 상류인 경북 봉화분지에서 주로 공급된다. 낙동강 본류 준설 이후 하류 쪽으로 모래가 더 많이 쓸려 가는데, 영주댐이 상류 쪽에서 새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 내성천 중·하류의 모래 수지가 적자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또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낙동강을 살리려면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하고 최고의 수질정화장치인 모래를 강에 되돌려줘야 한다. 낙동강 상류 모래 공급의 ‘큰손’인 내성천을 막는 것은 낙동강 회생의 희망을 더 멀어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차세대홍수방어기술개발연구단 지원으로 이뤄진 한 연구를 보면 내성천에서 유출되는 토사량은 영강·안동 유역 쪽에서 유출되는 토사량의 1.5배·2.3배로, 상주보까지의 낙동강 상류 토사 유출량의 4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섬마을 박종남 촌장은 “주민들이 마을 앞에 모래가 더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수자원공사에 보 설치를 요청했더니, 수공에서 설치해주겠다며 설계를 해 왔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도 영주댐이 내성천 모래 감소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보 설치 요구가 무섬마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성천 변에서는 무섬마을 보 이외에도 3~4개의 보 이야기가 더 나오고 있다. 내성천 변 마을들이 경쟁적으로 모래 지키기에 나서면, 내성천은 결국 보로 이어진 ‘계단식 하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내성천 변 수몰 예정지 제방 위에 쳐놓은 천막에서 기자와 만난 지율 스님은 “이대로 가다가는 내성천에 보가 얼마나 들어설지 모르겠다. 내성천을 지키고 생태습지로 되살리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곳에서 내성천의 변화해가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황인철 팀장은 “4대강 사업이 운하사업으로 판명된 이상 운하사업을 뒷받침하는 영주댐의 타당성도 사라졌다”며 “박근혜 정부는 담수 계획을 포기하고, 항상 하류로 물과 모래가 흐를 수 있게 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주 예천/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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