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 없는데 사는 어종만 잡혀…4대강사업이 생태계 교란”
등록 : 2013.08.06 20:02수정 : 2013.08.06 22:25 

경남 창녕군 길곡면 창녕함안보 하류에 조류분비물이 누렇게 떠 있다. 창녕/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창녕함안보·합천창녕보 검증 현장
6m여야 할 ‘보’ 아래 수심, 강바닥 깎여나가 27m나 돼
‘조류 경보’ 낙동강 온통 녹색빛, 취수장 가까운 함안보도 용존산소량 높아 정수 비상

“물살이 없는 데서 사는 ‘정수성 어종’밖에 없어요. 4대강 사업이 낙동강의 생태계까지 바꿔놓은 겁니다.”

6일 오후 낙동강 합천창녕보(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에서 하류 쪽으로 400m 떨어진 지점의 강변에서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살펴보던 김정오 생명그물 생태조사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 실장이 전날 저녁 쳐놓은 그물엔 30여마리가 걸렸지만, 물고기 종류는 고작 3~4종류였다. 강준치와 동자개 등 물의 흐름이 없는 데 사는 물고기들이었다. 물의 흐름이 좋은 곳에 사는 ‘유수성 어종’인 피라미나 쉬리 등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수초에 산란하는 납자루도 보이지 않았다. 김 실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서식환경이 단조로워지다 보니 강하고 큰 정수성 어종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경단체 관계자와 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한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은 이날 오전 창녕군 길곡면 증산리 창녕함안보 강둑에서 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나흘 일정으로 예정된 4대강 사업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고 국무총리실이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를 꾸리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민검증단은 곧바로 첫 조사 대상인 창녕함안보의 ‘속’으로 들어갔다. 한편에선 보의 왼편에서 수질 측정을 시작했고, 보 아래쪽 강물의 깊이를 재기 위해 보트에 올라탔다. 창녕함안보가 가둬놓은 강물은 녹색 가루가 덩어리져 떠다닐 정도는 아니었지만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이곳 일대에 지난달 30일부터 조류경보가 발령돼 수문을 열어 물을 빼내고 있었지만, 녹색빛을 지울 순 없었다. 녹조 띠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거품이 둥둥 떠다녔다.

수질을 측정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용존산소량(DO)이 9ppm 정도 나왔는데, 좀 높게 나온 편이다. 물속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녹조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유발하는데 고도정수처리가 잘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한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보트를 타고 수심을 측정하고 돌아온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준설로 낙동강 수심이 6m 정도 돼야 정상인데, 깊은 곳은 27m까지 나와 측정기가 고장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세굴 현상으로 창녕함안보 바로 아래 강바닥이 물에 21m가량 깎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합천창녕보 아래쪽에서 잰 낙동강 최대 수심은 18m였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소란도 있었다. 오전 11시18분께 정체를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몰래 검증단의 활동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다 들킨 것이다.

국민검증단은 이날 오후 낙동강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창녕함안보 상류 8㎞ 지점에 있는 칠서취수장에 도착해 수질 관리 현황도 지켜봤다. 칠서정수장 일대에선 녹조 띠가 관찰됐다. 칠서정수장은 창원 등 경남도민 70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

녹조 발생 원인을 두고 국민검증단과 행정기관의 주장이 엇갈렸다. 검증단이 4대강 사업으로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져 녹조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무경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취수장에서 국민검증단을 맞아 “그동안 경남 등 남부지방에 비가 오지 않았고 날씨가 무더워 녹조가 발생했다”며 다른 주장을 폈다. 그런데 이날 낙동강에 있는 보들은 초당 500t 정도의 물을 방류하고 있었다. 녹조를 줄이기 위해선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는 점을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검증단은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경남지역에서 수돗물 수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은 지난달 22일과 29일 클로로필-에이(a) 농도와 남조류 개체수가 2주 연속 기준치를 초과하는 바람에 조류경보는 내려졌다. 조류경보는 매주 1회씩 측정해 클로로필-에이 농도(㎎/㎥) 25 이상, 남조류 개체수(cells/㎥) 5000 이상이 2주 연속 검출되면 발령된다. 22일, 29일 이곳의 클로로필-에이 농도는 각각 61.2, 56.1이었고, 남조류 개체수는 각각 8996, 1만5048로 측정됐다. 이에 대해 신용수 취수장 소장은 검증단에 “지난주 창녕함안보에서 조류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취수구에 조류방지막을 설치하고 수중펌프 등 살수시설을 가동해 수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창녕함안보에 이어 합천창녕보에서도 현장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은 “국민검증단이 검증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보에서 물을 방류하는 등 나름대로 수질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원수 수질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정수처리시설로 정화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녕/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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