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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뒤덮은 낙동강, 썩은 내가 진동한다
[현장] 4대강 국민검증단 낙동강 2일차 조사... 지하수 상승으로 농사 망쳐
13.08.08 11:07 l 최종 업데이트 13.08.08 11:07 l 조정훈(t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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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중순 찾은 낙동강 달성보 하류 2km지점의 공유사면. 지난해 태풍으로 물이 불어나면서 측방침식이 일어나 공유사면의 일부가 깎여져 나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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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보 하류 2km 지점에 측방침식으로 인해 둔치가 무너지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2억 원을 들여 호안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개념없는 정권에 의해 개념없는 일들만 벌어졌습니다. 국토가 거대한 물덩어리로 차단되면서 생물단종의 문제가 발생하고 물은 흐르지 않아 썩어가고... 강가에 있어야 할 나무들은 죽고 그 자리엔 외래종의 식물들만 남았습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온통 녹조로 뒤덮인 강물 속엔 버드나무가 집단으로 죽어가고 침식으로 인해 깎여나간 둔치에는 외래종의 식물들만 서식하고 있다. 쓸려나간 강 모래를 막기 위해 강바닥에 파일을 박고 보의 수문에서는 여전히 물이 새어 나오고...

4대강사업국민검증단과 민주당 4대강조사위가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이틀째인 7일 달성보 하류에서 강정고령보, 칠곡보, 구미보까지 둘러본 낙동강은 그야말로 상처투성이 강으로 변해 있었다.

무너진 달성보 하류, 생태공원엔 망초만 무성

이날 오전 처음으로 찾은 달성보는 수문을 열었다. 하류에 녹조가 발생해도 열지 않던 수문이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수심 측량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 수문을 열었다"며 "지금 수문을 열고 물을 흘러보내는 곳에 심각한 세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4대강 조사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은 "어제 함안보에서 강바닥이 26m까지 파인 곳을 확인했다"며 "강 가장자리는 재퇴적이 일어나 지속적으로 공사가 필요하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달성보에서 하류 쪽으로 약 2km 떨어진 달성군 논공읍 남리쪽은 지난해 집중호우 때 강물에 의해 강의 사면이 깎여나가는 측방침식이 일어났다. 지난 4월 중순 이곳을 찾았을 때는 강 사면이 절벽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날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해 22억 원을 들여 사면을 돌망태로 메우는 이번 성하지구 저수호안 보강공사는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국장은 "이런 식으로 문제가 돼 4대강 사업 이후로 추가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많다"며 "칠곡보 하류의 자전거도로도 붕괴되고 구미보 하류에 있는 동락서원 밑에도 붕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국 박사(지질학, 영남자연생태보존회)도 "물은 직진하려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하천의 측방침식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이곳은 달성보에서 내려오는 물이 와류현상을 일으키면서 계속해서 측방침식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공사는 보통 장마철 이전에 해야 하는데 지금 하면 앞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다 떠내려갈 것"이라고 지적하고 "4대강 사업이후 유지관리비로 이런 공사는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이 완료된 이후 보수 공사비로 연 2000억 원 정도를 잡고 있지만 제방보강 비용이나 지천 사업비로 국토부가 숨긴 비용까지 잡아내면 어림잡아도 6000억 원은 넘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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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가 민주당 이미경 의원과 박수현 의원등에게 달성보 하류 생태공원에 나타난 와래종 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달성보 하류인 박석진교 부근 개진생태공원에는 버드나무와 토종식물 대신 은행나무와 망초(학명 에리게론), 외래종인 겹달맞이꽃, 기생초 등만이 뒤덮여 있었다. 인도블록을 설치한 공원 중간엔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없고 풀만 무성했다. 이런 생태공원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234개나 만들어졌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곳은 은행나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라며 "개념없는 국가에 의해 개념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버드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등 우리 고유의 식물은 하나도 없고 귀화식물의 대향연이 벌어지고 있다"며 "낙동강과 어우러지는 식물이 하나도 없는 생태공원은 '생떼공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도 "큰 도시와 인접한 10여 곳의 생태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며 "접근성이 없는 공원은 황폐화될 것인 만큼 정부는 필요없는 생태공원을 정리해 지자체에 부담을 주지 말고 원상회복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고령보엔 썩는 냄새 진동, 상류엔 버드나무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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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에 7일 오후 햇볕이 뜨거워지자 녹조류 알갱이들이 피어올랐다. ⓒ 조정훈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강정고령보에는 발전기를 동원해 물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날씨가 더워지자 녹조 알갱이들이 물위로 올라와 뭉치기 시작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녹조를 없애기 위해 며칠 전부터 물을 뽐어내는 작업을 했으며 조사단의 작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죽곡취수장과 매곡취수장, 문산취수장이 있는 강정고령보 상류에는 끝없이 녹조가 이어졌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이미경 의원과 박수현 의원은 녹조가 떠오른 강물을 손으로 담아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박수현 의원은 "눈속임을 하기 위해 펌프로 물을 뿜어내는 것"이라며 "녹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원 교수는 "지금 녹조로 뒤덮인 강물은 농업용수로서도 부적합하다"며 "동맥경화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하듯이 보의 수문을 열고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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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22km 지점에 있는 버드나무가 물에 잠겨 신음하고 있다. 강물은 온통 녹조류로 뒤덮였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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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 하류 13km 지점인 왜관읍 금남리 일대 버드나무숲의 버드나무 수백그루가 물이 불어나 집단 고사한 가운데 강물은 온통 녹조로 뒤덮였다. ⓒ 조정훈

강정고령보에서 상류쪽으로 올라갈수록 녹조는 더욱 심해졌다. 강정고령보에서 약 22km 상류에 있는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강가는 왕버들과 선버들, 키버들 등 버드나무 군락지였지만 물이 차면서 강가에 있는 버드나무 수백 그루가 집단으로 고사했다.

죽은 버드나무 사이로 온통 물감을 뿌려놓은 듯 녹조가 창궐하고 물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김종원 교수는 "버드나무는 물가에 살면서 수질정화 기능을 하고 각종 생물의 서식공간이 된다"며 "물이 차더라도 2, 3일 이내에 빠지면 살수 있지만 오랫동안 잠기면서 뿌리가 호흡을 하지 못해 다 죽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한편 자전거도로는 측방침식으로 곳곳이 무너져 마대포대를 이용해 보강공사를 한 상태였으며 콘크리트로 만든 도로는 금이 가고 일부는 침하하고 있었다. 정수근 국장은 "강정보에 물을 가득 채우면서 폭우가 오면 이곳을 강물이 치면서 붕괴가 일어났다"며 "측방침식으로 인해 자전거도로 곳곳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박수현 의원은 죽어서 썩어가는 나무와 녹색 강물을 가리키며 "낙동강의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경악할 만한 수준"이라며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녹조가 더욱 창궐할 텐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 새는 칠곡보, 상류에는 지하수 상승으로 농사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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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의 수문 위에서 물이 새는 쪽으로 바라본 모습. 고무패킹 사이로 물이 새차게 새어나온다. ⓒ 조정훈 

칠곡보 수문에서는 물이 새기도 했다. 보 우안 첫번째 수문의 우측 고무패킹 밑부분이 손상돼 많은 물이 새어나온 것. 박창근 교수는 "칠곡보의 수문을 설계할 때 수압을 잘못 계산했다"며 "수문이 뒤틀리면서 부등침하가 일어나 물이 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문에서 물이 새는 것은 수문이 뒤틀림 현상이 일어났거나 침하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문을 열고 닫으면서 고무패킹이 닳아서 생긴 현상일 뿐 수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수문을 수리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해명했다.

박 교수는 또 "고정보 쪽이 측방압력으로 밀려나면서 앞으로 2~3cm 가량 튀어나왔다"며 "당시 수자원공사는 공사 오차범위 안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준공후 뒤틀림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철판을 덧붙여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칠곡보는 부등침하가 이미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수현 의원은 "수문이 워낙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 수문이 오히려 홍수를 일으키는 장애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수문의 구조적인 문제를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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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 상류의 수위를 높이자 인근 농경지에 지하수가 올라오면서 농사가 되지 않아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복토를 한 밭에는 지난 6월 심은 콩이 잘 자라고 있지만 복토를 하지 않은 밭에는 콩이 누렇게 변해가거나 잘 자라지 않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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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 상류인 덕산들의 한 논에 지난 6월 감자를 걷어내고 콩을 심었지만 지하수가 상승해 누런 색을 띠며 죽어가거나 잘 자라지 않고 있다. ⓒ 조정훈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무림리, 관호리의 논밭은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민들이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 이곳은 상류인데도 저지대에 속하는데 칠곡보가 물을 가득 채우고 관리수위를 유지하면서 수해를 입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저지대의 밭에 감자를 심었던 농민 전수보씨는 지하수위가 높아져 감자씨가 썩고 싹이 나지 않자 갈아엎고 6월에 콩을 심었다. 하지만 콩도 제대로 나지 않고 어렵사리 나온 콩도 잎이 누렇게 변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전수보씨는 "복토를 해서 땅을 돋운 밭에서는 콩이 제대로 자라는데 복토를 하지 않은 밭은 이렇게 엉망이다"며 "칠곡보의 수위를 2m만 낮춰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높이가 낮은 밭에 심은 콩은 드문드문 날 뿐 제대로 자라지 않았고 도로와 높이가 같은 밭에 심은 콩은 초등학생 키만큼 자랐다. 전수보씨는 "칠곡보 공사 당시 120ha를 리모델링 하겠다고 했으나 우리집이 있는 곳은 축사가 많아 보상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리모델링을 포기했다"며 "당시에는 지하수가 1.6m 밑에 있었지만 지금은 40cm만 파도 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자비 5000만 원을 들여 복토를 했다는 농민 백민기씨는 "우리는 정부만 믿고 살아왔는데 속았다"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게속해서 물이 차올라와 해결을 촉구했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창근 교수는 "칠곡보 상류뿐만 아니라 함안보와 합천보 등 보가 있는 상류 쪽 대부분이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자원공사는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함안보와 합천보의 경우 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하지 않았다고 주장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낙동강의 지천인 감천엔 모래유출 막기 위해 시트 파일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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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강과 만나는 감천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모래가 강으로 쓸려내려가자 시트파일을 박아 모래가 쓸려내려가지 못하도록 했다. ⓒ 조정훈

구미보 하류 낙동강과 만나는 감천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낙동강과 만나는 합류부에서 강 상류 쪽으로 2km 정도 떨어진 구미시 선산읍 일대에는 '감천 수해복구공사'가 진행중이다. 모래가 많았지만 4대강 사업 후에 모래가 쓸려내려가면서 모래 유출을 막기 위해 40여억 원을 들여 강 바닥에 시트파일을 박는 것이다. 부산지방국토청에서 시행하는 공사로 하상토가 낙동강으로 유실되지 않도록 하고 제방의 침식을 막기 위한 보강공사다.

박창근 교수는 "모래가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파일을 박는 공사는 처음 본다"며 "지천에 들어가는 공사금액도 4대강 보수공사의 금액으로 취합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보수공사 중 지천에 들어간 금액은 별도의 금액으로 해 보수공사비를 낮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장을 둘러본 박수현 의원은 "4대강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수자원공사가 4대강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는데 우량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스스로 덮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지하수 상승으로 인한 농업 피해에 대한 대책도 세우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4대강 사업의 허구를 낱낱이 밝혀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밀했다.

한편 4대강조사위는 조사 3일째인 8일에는 상주보 쪽으로 이동해 내성천과 낙동강의 합수부와 내성천, 영주댐 건설예정지 등을 둘러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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