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4대강 빚 갚으려 물값 인상 몰래 추진
조선비즈 | 강도원 기자 | 입력 2013.08.15 07:06 | 수정 2013.08.15 18:45

수자원공사가 현재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값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실언으로 시작된 물값 인상 논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날 수공은 이사회를 열고 물값 인상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수조원의 부채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물값 인상이라는 점에서 수공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 남한강 이포보 모습/조선일보 아카이브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9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조선일보 아카이브

◆ 대통령 발언 비웃듯 물값 인상 재논의한 수공

지난 6월 19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00일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서 장관은 친수구역 사업 등으로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으며 4대강 사업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물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발언은 물값 원가 산정에는 수돗물 공급에 쓰인 비용만 따질 뿐 4대강 빚을 포함시키지 않겠다"던 그 동안의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큰 반발을 가져왔다. 국토부는 급하게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물값이 원가 대비 83%에 불과해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의미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물값 인상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6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얼마 전 4대강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물값 인상' 얘기가 있었다"며 "앞으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선 각 부처가 상세하게 파악한 후에 투명하게 국민에게 먼저 알리고, 배경 설명도 충분하게 한 후에 실시 여부를 결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물값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서 장관을 질타한 것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김건호 전 사장과 김완규 부사장 등은 대통령의 발언을 무시하듯 이날(6월 2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또 다시 물값 인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14일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에 공개된 수공의 267차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수공은 지난 6월 25일 오후 과천시 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중장기(2013~2017년) 재무관리 계획(안)'을 논의했다.

14명의 이사들은 재무관리계획안을 논의하면서 수공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물값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해 언론에 현재의 물값이 매우 낮다는 것을 칼럼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부채 감축 노력 없이 물값 인상만 바라보는 수자원공사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대한 물값 인상에 수공이 목메는 이유는 4대강 사업으로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공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2009년부터 8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알리오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부채는 13조7779원을 기록했다. 연간 이자로만 3500억원, 매일 9억8000만원씩 이자를 내고 있다.

수공은 당초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부채를 친수구역을 개발해 갚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과 대저동 서낙동강 인근에 2만8000가구 규모의 에코델타시티 사업 등이 작년부터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기대했던 것만큼 개발에 따른 이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경우 수공은 사업비의 80%인 4조3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수공은 6000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지만 비슷한 규모의 사업을 10개 이상 진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수공은 별다른 부채 감축 방안을 찾지 않고 물값 인상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상임이사들의 연봉은 작년보다 약 3% 가량 올라 1억원을 돌파했다(1억257만원) 직원들의 급여성 복리 후생비는 1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공의 경우 국책 사업을 수행하면서 생긴 부채이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으로 해결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물값 인상만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부채를 줄이기 위해 친수공간 개발 외에도 다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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